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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평점 :
인터넷 검색을 하면 168권의 『백설 공주』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169번째는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168권의 『백설 공주』중 단 한 권도 읽지 않고 169번째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를 읽은 셈이다. 책은 분명 백설 공주는 백설 공주가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이제야 백설 공주를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소금과 설탕을 구별 못할 때 먹어보고 나서야 확연히 구분되는 것과도 같다.
어쨌거나 나는 『백설 공주』를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백설 공주』가 어느 나라 동화인지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다. 어느 나라 전래동화려니 여겼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것의 제목이 『Little snow-white』라고 해서 백설 공주는 저 말의 번역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백설 공주를 낳은 여왕이 바느질을 하다가 하얀 눈 속에 피 세 방울을 떨어뜨렸다고 했지만 여왕이 왜 할 일없이 바느질을 하고 앉아 있었는지 왜 하필 바늘에 찔린 손가락에서 나온 피가 세 방울이었는지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백설 공주의 새엄마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물으면 대답하는 거울이 있었지만 왜 하필 그것이 벽에 걸린 말하는 거울인지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동화 속에서야 무슨 일이든 가능했고 황당한 이야기가 자주 나와 줘야 재미있으니까 하고 여겼다.
일곱 살이 된 백설 공주가 일곱 난장이를 만난 것도 나는 너무나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숫자 7은 행운의 숫자니까 하고 말이다. 장사꾼 할멈으로 변신한 계모가 띠와 빗과 독이든 사과로 백설 공주를 죽이려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젠가 독서는 내게 영혼의 때를 벗기는 이태리 타월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마치 오늘 처음 사용하는 이태리 타월처럼 시원하게 내 무지의 때를 벗겨주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게 해주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만든다. 이 책은 백설 공주에 관한 책이지만 백설 공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번역의 과정에서 책의 내용이 얼마나 윤색되는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이 책에는 한글, 영어, 독일어로 된 백설 공주가 실려 있는데 덕분에 나는 그동안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백설 공주를 2개 국어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나처럼 무식한 사람은 없겠지만 위에 적은 것들 중 하나라도 궁금하신 분들에게 일독 아니 이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