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구소련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루비셰프가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남자는 하루 10시간 씩 잠을 자면서도 일 년 평균 6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했고, 70권의 학술서적과 단행본 100권 분량의 연구논문, 학술자료를 남겼다고 한다. 인간능력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분량이라고 한다.

그는 몇 가지 생활 원칙을 세워놓고 철저히 지켰는데, “의무적인 일은 맡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는 일은 맡지 않는다. 피로를 느끼면 바로 일을 중단하고 휴식한다. 열 시간 정도 충분히 잠을 잔다. 힘든 일과 즐거운 일을 적당히 섞어 한다.” 등이었다. 하루 종일 의무적인 일에 매달려야하고 진종일 시간에 쫓기면서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늘 잠이 모자라 머리만 닿으면 눈이 감기는 즐거운 일이라곤 없는 현대인에 비하면 그는 거의 귀족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은 다했다고 한다. 비결이 뭘까?

그가 사용한 방법은 시간통계법이었다. 그는 매일 자기가 사용한 시간을 계산하고 월간, 연간 통계를 냈다. 그가 77세 때 낸 통계는 이렇다. “러시아어로 된 서적 50권 읽음-48시간, 영어원서 2권 읽음-5시간, 불어 원서 3권 읽음-24시간, 독어 원서 2권 읽음-29시간, 7편의 논문을 인쇄에 넘김” 어떻게 50권의 책을 48시간 만에 읽을 수가 있나? 나 같으면 글자는 읽지도 않고 50권의 책을 펄렁펄렁 한 장씩 넘기기만 해도 48시간 이상 걸릴 것 같다. 그는 심지어 자기의 어린 아이들이 와서 질문하고 답하고 할 때도 시간을 계산하여 적었다고 한다. 시간을 계산하여 적는다고 시간이 붙들어 매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

나처럼 계산이 느리고 열 번 계산하면 열 번 다 다른 답이 나오는 여자는 계산하는데 낭비하는 시간이 더 걸릴 터이니 차라리 지네 다리에 운동화를 신기고 벗기는 일이 훨씬 보람 있는 일일 터이다. 더구나 무계획, 무대뽀, 막무가내, 대충대충, 얼렁뚱땅, 내키는 대로 같은 어휘들과 친한 나는 그가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두 달 동안 내 몸에 창궐하는 두드러기 때문에 진득하니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안 그래도 못된 성질은 더 못되어지고 짜증이 늘어가고 토막 난 시간을 어찌 주어 담을 수 없을까 싶어 집어든 책이었는데 책을 읽고 이렇게 막막해 보기도 처음이다. 저자의 말처럼 “천재는 분석될 수 없고 따라서 연구해보았자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 천재는 그저 바라보고 감탄하면 되는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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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6-2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네다리에 운동화를 신기고 벗기는 일이 훨씬 보람 있는 일"이라는 말씀에 100% 동감해요~.ㅎㅎ
첫인사부터 드려야하는데,,,^^;;프레이야님의 페이퍼에서 보고 왔어요~.천재는 그저 감탄하면 대상이라는 말씀 역시 공감하구요,,,오늘은 무척 더웠어요,,,장마가 시작이라고 했는데 제가 잘못 들은건지,,,날씨도 오락가락하네요,,

반딧불이 2009-06-21 23: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나비님. 반갑습니다. 첫인사라는게 뭐 따로있나요. 이렇게 뵈면 인사지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하레 2009-09-2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 글 너무 재밋네요.ㅎㅎ
두드러기는 다 가라앉았을지 궁금...

반딧불이 2009-09-28 1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하레님. 제 못된 성정이 다 드러나는 글로 처음 뵙게 되네요. 그래도 재미있으셨다니 참으로 다행이에요. 두드러기는 떠날듯 떠날듯 하면서 미련을 갖고 아직도~ 안가고 있답니다. 혹 하레님께서 얘를 보내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아시면 살짝 일러주세요.(두드러기가 못듣게 속삭임 모드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