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펼치십시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에는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가 붙어있다. 저자들은 예술가들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저자들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지난한 창작과정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만나는 많은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해 답한다. 그들은 진정으로 묻고 진실하게 답했다. 과장되거나 미화된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자들이 예술가이기 때문에 더 진정성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당신이 예술가라면, 아니 예술가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면 바꾸어보자. 당신이 만약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느날 예고도 없이 절망이 찾아오거든 이 책을 펼쳐라.  당신은 저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두려움은 서로를 살게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죽이려 한다. 어쩌면 저자들이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예술과 두려움의 조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은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와 헨리 제임스의 단편 「융단속의 무늬」가 떠올랐다. 둘 다 예술가와 비평가의 관계를 다룬 것이다. 전자는 비평가의 무성의한 한마디에 죽음으로까지 자신을 몰고 가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후자는 소설가가 작품 속에 마련해둔 ‘융단 속의 무늬’를 비평가들이 밝혀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쥐스킨트와 제임스는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한번쯤 생각해보아야하는 문제다.

  
 




밑줄긋기


이 시대에 예술을 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에 맞선다는 의미이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자신을 감수하는 법을 배워 작품에 개성을 싣는 것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따름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분명히 이러한 특성들은 학습이 가능하다. 결국 재능이란 것도 불굴의 인내나 노력과 다른 이름이 아닌 것이다.

결점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반어적으로 말해, 이상적인 예술가는 이론상 절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예술창조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작업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예술창조는 하고자하는 것과 해낸 것 간의 피할 수 없는 간극을 그대로 보여주어 심기를 불편케 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창작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감상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물, 즉 완성된 예술작품일 뿐이다. 반면, 과정, 다시 말해 창조의 경험은 오직 창작자 자신에게만 중요하다.

예술가들은 작업을 하지 않는 고통이 작업의 고통을 넘어서야만 작업에 임하는 법이다.

예술작업을 해나가는 사람들은 지속하는 법을 배운 자들, 좀더 정확히 말해 중지하지 않는 법을 배운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이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예술작업 주기에서 반복되는, 정상적이며 건강한 일반현상이다.

포기는 중단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단은 늘 하는 것이지만 포기는 그것으로서 마지막이다. 포기한다는 것은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작하고 또 시작해야 하는 것이 예술인 것을.

완성된 작품은 상상과 실천사이의 조화를 검증하는 수단이 된다

머리 속의 시는 언제나 완벽하다. 문제는 그것을 글로 옮기고자 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수많은 실패작을 만들어 가면서 좋지 않은 부분, 자신의 개성이 살아나지 않는 부분들을 제거해 나감으로써 점차 좋은 작품을 창조해내게 된다.

자신에게 있는 능력은 자신이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데 충분하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얼마나 되는지 걱정하는 것보다 더 쓸모없고 흔한 에너지 소모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예술은 그 끝을 알지 못하면서 문장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예술창작에서 진정 특별한 순간은 개념이 현실로 전환되는 순가, 즉 그 강을 건너는 순간이다.

만일 어느 때 어떤 한 작품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그 순간에 창작해야할 작품이다. 
 

은행가들이 모이면 예술을 논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을 논한다.

예술에 관한 책, 심지어 예술가에 관한 책들조차 그 특성상 실제 작품창작에 관해서는 별로 말해주지 않는다.

평론가에게 예술은 그저 하나의 명사에 불과하다. 반면 예술가에게 예술이란 하나의 동사이다.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에게 최고의 글은 분석적이지도, 연대기적이지도 않다. 대신 자서전적이어야 한다. 결국 예술가는 거기에 존재했던 것이므로. 
 

대작이란 창조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하는 힘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예술관련 글은 단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과 공예의 차이는 어떤 도구를 들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정신적 지침을 따르는가에 있다. 공예가에게는 공예기술 그 자체가 존재이유이지만, 예술가에게 손재주는 자신의 비전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물을 보는 것은 단순한 자신의 경험과 변화무쌍한 모든 경험 모두에 대한 호기심을 강화시키는 행위로, 이 모든 것은 예술창조에 유용한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즉 보고 있는 사물에 주목하기. 다른 말로 대상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그 말에 귀 기울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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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3-3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오래전에 사 놓고 아직도 안 읽었네요.
소개하신 밑의 책 두 권도 한번 봐야할 것 같습니다.
추천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반딧불이 2009-03-3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 고맙습니다. 스텔라님. 두권 모두 제가 읽은 판본은 아니지만 내용은 같은거라 링크해두었어요. 저도 사놓고 오래 묵혀두었드랬어요. 최근 어느 평론가에게 한방 먹고 중간점검 차원에서 읽었는데 도움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