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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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가 도정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집어들었다. 오래전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를 읽고 그의 글쓰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게 비평적 글을 읽는 일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고 詩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책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가뭄에 콩나듯 계간지나 언론매체들을 통해서 몇 번 접할 수 있었던 그의 글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얼마나 더 잘 번역되었는가는 내 능력밖의 일이지만 책의 뒷부분에 수록된 작품해설 역시 쉽고 명료하게 전달된다. 1945년 8월 17일 출판된 이 책은 영미 두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성공은 『동물농장』이 1917년 볼세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소련에서의 정치상황을 그대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볼세비키 혁명 세력이 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정책(착취계급제거, 평등의 실현, 생산수단의 공유화등)을 펼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런 사회주의가 러시아에서 실현될수 있을까하는 궁금증때문에 이 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동물농장』에서 오웰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회주의 혁명 자체이거나 사회주의의 몰락을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독재권력'이며, '혁명의 배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빠르게 번역된 이 소설은 그러나 오웰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반공문학으로 오독되고 있는 모양이다. 학창시절 나도 책읽기를 종용당했지만 워낙 정치와 무관하고, 정치에 무식한 탓에 내용파악만 하고 있었을뿐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었다. 뒤늦게 뒷북치듯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왜 우리나라 대통령의 얼굴들이 줄을 서는지 왜 이명박 정부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특히 소설 속에서 나폴레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스퀼러에게 나는 자꾸만 눈이 가고 마음이 갔다. 책속의 스퀼러는 러시아 혁명세력의 기관지로 쌍트페테부르크에서 창간되고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 '프라우다'를 상징하고 있다. '진리'를 의미한다는 이 단어가 스퀼러에 의해 끊임없이 조작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조중동의 편파 보도나 우리 정부의 언론 비보도 압력 등을 보고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웰은 그의 산문 <나는 왜 쓰는가>에서 그가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그는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었을 때일수록 나는 어김없이 생명력 없는 책들을 썼고 분홍색의 화려한 단락과 의미 없는 문장과 수식형용사들 속으로 속아넘어갔으며 그래서 대체로 허튼 소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고 밝혀 놓았다. 그가 '정치적'이라고 밝힌 것이 반드시 사회주의체제하의 소련의 정치상황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오웰도, 번역을 한 도정일도 밝히고 있듯이 '정치적'이라는 말은 좀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 폭넚게 이해되어야 할것이다.

도정일은 '풍자(satire)는 무엇보다 당대성의 서사장르'라고 규정하고 '풍자가 물어뜯고 비꼬고 우스갯감으로 만드는 것은 그 풍자가 생산되어 나온 당대 사회의 실존 인물, 사회환경과 제도, 이데올로기, 사건, 편견 같은 것'이라고 덧붙인다. 또 그는『동물농장』은 역사적 정치풍자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농장』을 특정의 시대에 얽매이는 역사적 풍자소설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의미와 함의의 폭이 훨씬 넓은 우화(fable)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우화는 생산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면서도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이솝 우화가 2천 6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듯이 『동물농장』을 우화로 읽을 때 독재 일반에 대한 정치풍자로 그 범위가 확장 되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의 주인은 인간 존스에서 스노볼로 또 나폴레옹으로 바뀌지만 정작 농장의 구성원인 동물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날 뿐 본질적 사회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에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그가 『동물농장』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라 말하고 있다. 오웰은 권력 주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무지 또한 같은 비중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뒤적이다 자꾸 미루어둔 오웰의 산문 『코끼리를 쏘다』와 영남대 교수이고 아나키스트인 박홍규가 쓴 조지 오웰의 평전 『조지 오웰-자유, 자연,반권력의 정신』를 함께 읽어두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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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12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물농장'을 상당히 인상깊게 읽어서 리뷰를 쓰려 했는데, 님의 글을 읽고 그냥 단념했습니다. 제가 쓰고 싶었지만 머리가 나쁜지라 글로 표현이 전혀 안되는 것들을 님께서 너무 잘 써주셔서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당~

반딧불이 2009-02-1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에~ 무슨 말씀을요. 제 리뷰는 제 '머릿속의 지우개'때문에 언제든 다시 보기 위한것일 뿐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