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귀향 외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최병근 옮김 / 책세상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20세기 후반에서야 발견되어 20세기의 도스토예프스키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글은 도스토예프스키나 고골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이 정확하게 명명이 안되지만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그의 이력과 관련있는 것 같아 책날개에 있는 작가의 소개글을 옮겨 놓는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러시아의 남부 도시 보로네쥐에서 철도 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0남매중 장남이었던 그는 보험회사 사환, 열차 기관사 보조원 등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며 집안의 생계를 도와야하는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이듬해 보로네쥐 공과대학에 입학한 플라토노프는 전기, 기계 등 다양한 공학이론을 공부하며 지역 신문사 기자로도 활동한다. 이 시기에 그는 철학 에세이 『전화』, 시집 『푸른 심연』, 단편소설 『태양의 후예들』등을 발표하며 문필가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이어 첫 작품집 『예피판의 수문들』을 비롯해 이듬해에는 『비밀스러운 사람들』등을 포함한 세 권의 작품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길게는 193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전기작품들을 통해 이미 플라토노프는 혁명의 시기에 성장한 '노동하는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정립한다. 또한 『붉은 처녀지』,『신세계』,『10월』등 중앙문예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작가로서 입지도 공고히 한다. 그러다 1931년 그해에 발표한, 농촌집단화의 실상을 풍자한 중편 『저장용으로 : 빈농의 기록』에 대해 스탈린이 부농의 시각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평가함으로써 플라토노프는 작품 활동에 치명적이 타격을 입게 된다.

전쟁이 끝나 모스크바로 돌아온 플라노토프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풀려난 아들을 간호하던 중 폐렴이 전염돼 1951년 사망한다. 플라토노프의 주요 작품들은 대부분 사후에 출간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예피판의 수문들』, 『그라도프 시』, 『포투탄 강』,『잔』, 『공사 기초용 구덩이』, 『행복한 모스크바』, 『체벤구르』등이 있다.

 

『귀향』에 실려있는 5편의 단편은 모두 '기차'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기차로 시작해 기차로 끝나는 『귀향』은 잘 짜여진 구도를 갖추고 있고 『기관사 말제프 』역시 실명한 기관사의 이야기를 다루며 어떤 형식으로든 모든 작품에 기차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이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것 같다. 아버지가 철도 기술자였고 자신 역시 열차 기관사 보조원을 지낸 경력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던 1917년 플라토노프는 18살이었고, 이때 그는 공과대학에서 공학이론을 공부했다. 1924년 레닌이 사망하고 스탈린이 집권했다. 스탈린의 시기는 러시아에 문학이 없던 시기였다. 플라토노프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쓰여졌다. 그에게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작품평이 붙어있는데 어느 시대를 불구하고 '서민'이란 항상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이름아닌가. 같은 '서민'을 다루더라도 고골이 환상성을 가미하여 관료체제를 비판하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의 실제적 삶보다는 영혼의 문제에 더 관심을 두었다면, 플라토노프는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그의 문장에는 화려한 수식이나 미문이 없다. 그의 주인공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지도 않았다.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정치적 변혁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언어로 펼쳐지고 있다.

플라타노프의 이야기들은 조금은 교양있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정도의 교양을 지닌 옆집 살던 아줌마를 우연히 만나 동네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잔잔함이 전편에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이것은 문체의 유려함이나 극적 사건보다는 삶에 대한 진솔함이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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