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독해라는 것이 있을까? 책의 진리를 남김없이 드러내는 최종적인 독서. 그런 독서가 있다면 책은 태어나는 즉시 죽을 것이다. 모든 시간에는 맹점이 있듯이, 모든 독해에는 맹점이 있다. 우리의 눈이 맹점이 없이는 아예 볼 수 없듯이, 모든 독해는 그 무언가를 자신의 맹점 속에 감추어야 책의 진리를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맹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그 역시 고유의 맹점을 가진 다른 독해이다. 때문에 책은 다시 읽혀져야 하고, 그 독해는 영원히 완성될 수가 없는 것이다.(진중권의 앙겔루스 노부스 중 여는 글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