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같이 많은 소리를 들을 때도 없습니다. 그 소리들 중 우리가 듣기에 좋은 소리들도 있고 싫어하는 소리들도 있습니다. 싫은 소리들 중에 아침에 일어날 때 자명종 울리는 소리(정말 일어나기 싫습니다.), 자동차 타고 회사 출근할 때 빨리 안간다고 빵빵거리는 뒷차의 경적 소리(정말 짜증납니다.)


듣기에 좋은 소리들은 잘생겼다던지, 이번에 승진한다던지, 봉급이 인상되었다는 소리, 직장동료나 친구들이 칭찬하는 소리, 자식이 재롱 피우면서 노래부르는 소리, 인터넷에서 고스톱 치다가 상대방이 퍽하는 소리 등등....


약간은 생뚱맞는 이야기로 시작하였는데, 우리가 듣기에 좋은 소리들 중에 책읽는 소리도 포함되지 않는가 생각해 봅니다. 요즘이야 어린 자식들이나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을까 누가 책을 소리내서 읽습니까 만은 옛날 우리 선조들이나 중세 사람들은 책을 소리내어 읽었다고 합니다. 즉 그 당시에는 묵독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정민 한양대 교수는 우리 선조들의 독서론과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 선조들이 책을 읽을 때 소리내서 읽었고, 되풀이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이웃집의 젊은이(정인지, 조광조 등)가 날마다 밤을 새워 글 읽는 소리에 옆집 처녀가 마음을 빼앗겨 담을 넘는 이야기나, 머리가 나쁘기로 유명했던 김득신이 “사기”의 <백이열전>을 1억1천1백번이나 외워(옛날에 1억은 10만을 나타냄), 그 호를 억만재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은 우리에게 색다른 정감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우리 선조들의 한문으로 된 옛글을 너무나 정감있게 한글로 다시 살려내었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부담없이, 순서없이, 읽고 싶을 때 한 단락씩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총 3부, 47단락으로 되어있음)


요즘은 속도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 바쁜 시대에 정보의 양은 넘쳐나지만 쓸 만한 정보는 없고, 우리의 조급함은 더해만 갑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한 번 돌아보고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두었는지를 한 번은 생각해봄직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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