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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은 1991년경 겨울에 작가가 직접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찾아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실상을 탐사한 내용을 그린 만화책입니다. 이 만화책은 (제가 생각하기에) 앞서 소개한 <쥐>와 짝을 이루는 만화책인데, <쥐>에서는 비유대인들이 유대인들을 박해하였다면 이번에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인종적으로 박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의 역설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2천년 동안이나 박해받던 유대인들, 한 세대(20-30년) 전에 나치에 의해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학살을 당하였던 그 피해자가 이번에는 가해자로 변해서 팔레스타인을 박해하고 있으니, 어찌 이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데에 대해서 저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들을 역사속에서, 현실속에서 볼 때마다 정말 인간은 구원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가 전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실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에게 박해받던 상황과 비교하면, 그래도 우리 형편이 나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이스라엘의 박해는 심합니다.
작년(2007.9.15.)에 MBC스페셜에서 <장벽>이라는 방송을 하였는데, 의미 있게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말이 자치지구이지 사실 옛날 유대인들이 강제로 격리되었던 ‘게토’와 같은 격리지역입니다)인 요르단 서안지구에 높이 10미터, 총 길이 700킬로미터의 거대 분리장벽을 2002년경부터 설치하고 전기철조망을 설치하여 외부와 차단시키고, 또한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의 출입을 통제(명분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주민들이 동조한다는 것임)하여 가족들과 생이별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았습니다. (이 방송은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작가가 방문한 1991년경보다 현재 팔레스타인의 형편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때는 출입증만 있으면 자유롭게 지역을 오갈 수는 있었으나 현재는 이동할 자유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현재도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군의 폭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녕 화해할 수 없을까요? 이 뿌리 깊은 적대감은 역사상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시기로 거슬려 올라갈 수 있고, 아브라함 시대의 이삭과 이스마엘 시기로 더 거슬려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성경에는 종말의 때에는 열방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예루살렘의 시온산에서 모여 주를 찬양한다고 하였는데, 그때가 되어야 진정한 화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약속의 땅 예루살렘에 샬롬, 평화가 없습니다. 마치 교회에 성도가 없듯이?)
이 만화책은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실상을 알게 해줍니다. 알면 어떻게 할 것이냐구요? 그렇게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 책은 유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