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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갈라디아서
진 에드워즈 지음, 전의우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전에 서점에서 발견하고 손에 들었다가 다시 놓았던 이 책을 1개월 후 다시 손에 들고 이번에는 계산대로 간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였습니다. 누군가 책에도 운명이 있다고 말하였듯이 책과 독자와도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그다음날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중간에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들 때문에 가슴 설레이는 기분을 오랜만에 가져보았습니다.
이 책은 바울의 동역자 실라의 입을 빌려, 바울과 바나바가 갈라디아 지방으로 1차 전도여행을 떠났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책의 제목은 ‘이야기 갈라디아서’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실라의 일기’입니다. 실라의 회상일기 형식으로 당시 바울의 1차 전도여행 상황과 ‘갈라디아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실라는 바울의 2차 전도여행에 동행하지만 이 책에서는 1차 전도여행 상황을 바울과 바나바로부터 들어 나중에 독자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1차 전도여행은 사도행전 13-15장에 나오는데, 이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가 이야기를 창작한 것이 이 책입니다. 작가의 능력이 뛰어난 게 당시 바울 및 이스라엘, 이방인의 상황, 갈라디아 교회들이 처한 상황 및 갈라디아서를 쓰게 된 배경을 너무나 생생하게 재현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당시 현장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관련 성경내용을 읽으면 성경 말씀이 2,000년 전으로 돌아가 살아 숨쉴 것입니다.
처음 시작부분은 바울과 바나바, 그리고 마가(마가복음의 저자)가 안디옥 교회의 파송으로 1차 전도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나오는데, 처음 구브로 섬에서는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라고 바울이 자서전적으로 서술하는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매질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는 정말 자신이 직접 안 맞아보고는 모르겠지요?
구브로 섬에는 이미 복음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오순절 성령강림 때 예루살렘에서 복음을 받고 돌아간 신자들이 있었음) 복음이 전혀 전하여지지 않은 곳(갈라디아 지방)으로 가기 위하여 배를 타고 앗달리아 및 버가로 가는데, 여러분들도 바울과 같이 이 배에 오르면 ‘세 번 파선하고 일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의 의미가 팍 다가올 것입니다. 이곳에서 망가진 몸을 회복한 바울은 바나바와 함께(마가는 이곳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감) 당시 복음이 전하여지지 않은 갈라디아 지방으로 가기 위하여 험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우여곡절 끝에 바울과 바나바는 로마제국 영토에서도 험하기로 소문나고, 시민들의 대부분이 노예와 자유인(해방된 노예)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 갈라디아 지방 중 첫 번째 도시인 비시디아 안디옥(유대인 회당으로 찾아감)에서 첫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신자(대부분이 노예)가 생기게 되고, 이곳에 에클레시아(교회)를 세워지게 된 후 4개월을 머물면서 율법에서 자유한 복음을 전하다가 그곳 ‘유대인들’로부터 핍박을 받고, 이고니온으로 떠나게 됩니다. ‘세 번 태장으로 맞고’
이고니온에서도 4개월을 머물면서 복음을 전하다가 유대인과 이방인, 관원들이 돌로 치려하여 다시 루스드라로 옮겨 5개월을 머물면서 복음을 전합니다. 루스드라에서 바울이 앉은뱅이를 고친 사건을 계기로 이곳 사람들이 전설에 따라 바나바를 제우스신으로, 바울을 헤르메스(신의 메세지를 전하는 전령)로 착각하여 신으로 섬기려는 사건도 발생합니다. 루스드라에는 디모데가 살고 있었는데, 바울은 여기서 디모데와 첫대면하고, 디모데는 바울의 전도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됩니다. 그런데, 비시디아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핍박하던 유대인들이 루스드라까지 따라와서 바울을 돌로 치고, 바울이 죽은 줄 알고 성 밖에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바울은 다시 일어나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참 대단합니다.
그후 더베에서 복음을 전하고, 수리아 안디옥으로 돌아올 때 편한 육로를 버리고 다시 루스드라, 이고니온, 비시디아 안디옥을 거치면서 교회들을 권면하고 앗달리아에서 배를 타고 수리아 안디옥으로 돌아오면서 바울의 1차 전도여행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바울이 갈라디아 지방 네 곳(비시디아 안디옥, 이고니온, 루스드라, 더베)에서 전한 복음은 ‘율법의 행위’ 없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지금 현대상황에서 이 말씀은 당연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그러나 아직도 율법주의적 복음이 도처에 있습니다.) 2천년전 갈라디아 지방의 이방인들에게는 이 복음이 분명 혁명적인 내용이였고, 할례와 율법준수를 자랑으로 여기고 있던 유대인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모독적인 내용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를 메시야로 믿는 유대인들은, 예수도 믿고 할례도 받고 율법도 준수해야 구원받는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울은 수리아 안디옥을 방문한 베드로의 외식을 책망하고(당시 베드로의 초석적인 지위와 바울의 지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베드로가 우위였던 상황임을 염두에 두어야 함) 결국 예루살렘 회의가 열리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그 회의에서 이방인들도 할례없이 구원받는다는 내용을 확정하고 그 내용을 이방인 신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편지로 써 유다와 실라를 이방인 교회로 파송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울의 적대자(책에서는 유대인이고 바리새인으로 묘사됨)가 갈라디아의 네 교회에 차례로 방문하여 그곳 신자들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바울을 비방하고 이방인들이 구원을 받으려면 예수도 믿고 할례도 받고 율법도 지켜야 된다고 유혹(책에 보면 이 적대자의 감언이설이 얼마나 교묘한지, 정말 저도 모르게 넘어갈 정도로 잘 설명되어 있음)하게 되고, 갈라디아 교회들이 갈등하는 상황 중에 바울은 실라와 함께 위 교회들을 방문하기에 앞서 편지를 써 부치는데, 그 편지가 ‘갈라디아서’인 것입니다.
바울이 성령의 인도따라 목숨 걸고 세운 교회이지만 오래 머물지 못하여 아직 연약한 가운데 있는 갈라디아 교회들을 향한 바울의 외침은 거칠고, 가격하였습니다. 이 ‘갈라디아서’는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에게 받은 ‘이방인의 사도’라는 사명을 그대로 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이 복음 때문에 오늘 저도 할례없이, 율법 준수없이, 예수 믿어 구원받게 된 것입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 갈라디아서의 메세지가 세월이 지나면서 현대 교회들에게는 너무 순화된 것이 아닌가 반성해봅니다.
아무튼 이 책은 성경에 표현된 사도행전의 내용 및 바울의 자전적 서술들, 갈라디아서의 내용들을 다시 보게 합니다. 뭐랄까 성경의 글자가 살아 움직인다고 해야 되나...(너무 과찬인가?) 이 책의 작가인 ‘진 에드워드’의 책들이 우리나라에 여러 권 번역되어 있던데, 이 책에 반하여 몇 권을 주문하여 두었습니다.
(그중 ‘이야기 사도행전’은 사도행전 내용을 그린 것 같은데,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었더라면 연대기순으로 더 적합하였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작가는 사도행전 이야기들을 시리즈로 책을 낸 것 같은데, 디도의 일기, 디모데의 일기, 브리스길라의 일기, 가이오의 일기 등도 하루 빨리 번역되길 바랍니다.)
당시 바울의 치열하였던 갈라디아 교회의 전도 상황을 이보다 더 리얼하게 묘사한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