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이 영화가 저에게는 기대이상으로 다가오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박정희 군사독재시절이 최절정에 이르는 1969년을 배경으로 대학을 다니던 부잣집 아들 윤석영(이병헌 분)이 여름방학 때 농활(농촌봉사활동)을 가서 그 마을 도서관 사서로 있는 서정인(수애 분)을 만나면서 서로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입니다.
약 열흘 동안 머물면서 서정인과의 추억을 쌓아가는 중에 서정인의 부모님이 도서관을 만들었으나 월북하는 바람에 그 마을 전체에 피해를 입히게 되고 서정인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활의 마지막 날 밤에 대학생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영화를 상영해주고, 그 와중에 마을 도서관이 불에 타버리면서 서정인은 윤석영을 따라 서울로 가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대학생과 농촌처녀의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인데, 그후 사건이 급반전 됩니다.
일단 윤석영은 서정인과 함께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정으로 가서 서정인에게 자신의 가방을 맡기고 학생회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학생회측에서는 박정희 3선 개헌반대 집회를 개최하고, 윤석영과 서정인은 이 데모에 휩싸이게 되면서 서정인이 경찰서로 연행이 되고, 윤석영도 연행이 됩니다.
문제는, 서정인이 부모님(연좌제) 때문에 사상을 의심받게 되고, 서정인이 들고 있던 윤석영의 가방 때문에 윤석영도 간첩혐의로 의심을 받게 되면서 폭력과 협박에 의한 취조가 진행되는데, 윤석영의 아버지는 윤석영에게 서정인을 모르는 여자라고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경찰관의 심문에 윤석영은 서정인을 모르는 여자라고 부인을 합니다. 그러자 경찰관은 윤석영을 서정인의 취조실로 데려가서 대질심문을 합니다. 서정인은 윤석영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으로 쳐다보는데(여기서 수애의 연기가 일품이지요), 윤석영은 자신이 살려고(당시 시대상황에서 간첩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사형, 최소 몇 년은 징역살이를 하여야 합니다.) 서정인을 모르는 여자라고 합니다.
서정인은 결국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도 윤석영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여 윤석영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결과 윤석영은 바로 석방이 되고, 서정인은 남한산성에서 징역살이를 하는데, 윤석영은 사랑하는 여자, 서정인을 부인하였다는, 버렸다는 죄책감에 아버지에게 부탁을 하여 서정인도 석방을 시키고, 이제는 절대 서정인과 떨어지지 말자며 무작정 기차를 타고 둘이서 떠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대기실에서 윤석영이 약을 사러 간 사이 서정인은 홀연히 떠나게 되고, 윤석영은 이 서정인을 찾아 36년 동안 전국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독신으로 대학교수를 하며 지내는데, 방송국에 다니는 제자를 통하여 편백나무 잎으로 만든 카드를 보고, 추적하여 서정인이 자신과 헤어진 후의 행적을 알게 됩니다.(물론 서정인은 죽었죠.)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 영화를 통하여,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먼저 취조실에서 서정인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윤석영의 모습이 베드로가 십자가 지시기 전날 밤 예수님을 부인하는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윤석영이 서정인을 사랑한다고 자신하던 모습이 취조실에서는 자신이 살려고 부인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베드로와 꼭 같습니다. 저나 여러분도 당시 상황에서 윤석영처럼, 베드로처럼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베드로가 어떻게 다시 예수님을 믿게 되었냐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승천 후에 주어진 성령의 역사 때문일 것이고, 예수님의 기도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베드로는 평생 그 흔적을 가지고 살 것입니다. 윤석영이 서정인을 그리워하면서 살듯이...
두 번째 느낀 점은, 이미 사랑하심을 입은 자에게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언젠가는 미칠 것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서정인이 언젠가는 윤석영에게 전달될 거라고 확신하며 편백나무 잎으로 만든 카드를 주위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그 향기가 전해졌듯이...
성경에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합니다. 문제는 생명의 향기를 담당하는 자도 있는 반면에 사망의 향기를 담당하는 자도 있다는 것입니다.(고후5:16) 이것을 우리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이것을 감당하리요” 오직 주님께서 감당케 하심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올 겨울엔 이 영화를.... 아니면 편백나무 향기를 맡으심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