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비밀 - 뇌는 어떻게 마음을 창조하는가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5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김지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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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정의와 매커니즘, 그리고 발생 과정은 여전히 "최후의 변경", "인류가 아직 발을 닫지 못한 미지의 영역"(p.7)이다. 인류는 고대부터 철학, 종교, 신비주의, 과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의식의 비밀을 풀고자 시도했다. 현재는 인지 과학, 신경 과학과 뇌과학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의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의식의 비밀>은 대중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서 편집한 책이다. 과학계에선 세계적인 잡지라는데, 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처음 들어봤다. 기억, 과학 윤리, 의식과 인간의 탄생 등 대중이 궁금할 만한 과학 주제를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시리즈라고 한다. 이 참에 알게 되었다.



의식은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자, 주관적 경험이 주변의 객관적 우주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단순한 자각과는 다르다. 이른바 '마음'으로 불리기도 한다.(p.5) 현재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등 다양한 기기로 뇌의 변화, 의식과의 관계를 실험하지만, "두뇌 처리 과정이 어떻게 의식으로 변환되는가는 과학이 아직 풀지 못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p..85) 의식은 두뇌 활동이 일으킨 산물이라는 환원주의적 관점과 함께 물질과 별도로 의식이 존재한다는 신비주의적 관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6장 "영성의 수수께끼"는 흥미로운 챕터다. 프랑스 영화 <마터스 : 천국을 보는 눈>처럼 영성의 비밀을 풀려는 미친 과학자나 종교가들은 오컬트 호러 영화의 단골 소재다. 다행히 <의식의 비밀>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기괴한 실험을 다루진 않는다. 대체로 fMRI 등 두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영성을 파헤친다. 일종의 환원주의적 접근이다.  



예컨대, 오르가즘과 명상 체험은 자의식을 잊게 하고 행복감을 준다는 면에서 비슷하나, 오르가즘이 소뇌가 활성화된다면, 명상 작용은 대뇌의 우측 각회 영역 중심으로 일어난다. 유사한 임사체험 경험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기묘한 소음, 평화로운 기분, 유체 이탈 경험은 어디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실험도 계속 이뤄져 왔다. 특히 측두엽에 자극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종교적 체험을 유발하는 실험은 대단히 흥미롭다. 수녀 1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하느님과 교감을 회상하는 동안, 미상핵(헉습, 기억, 사랑), 섬엽(사회적 감정), 두정엽(공간 지각) 등 여섯 개의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뉴런의 전류 회로에서는 다양한 주파수의 뇌파가 발생했다. 이처럼 영성 체험과 유사한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일상에선 마음챙김 같은 수련법이 효과가 있다.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말했지만, 그 의식의 본질은 아직까지 인류가 풀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의식의 비밀>은 "1. 의식의 본질, 2. 이론 : '뇌'에서 '마음'까지, 3. 의식을 계량하다, 4. 현실의 변화된 상태, 5. 향정신성 약물과 치료, 6. 영성의 수수께끼" 라는 여섯 챕터로 의식의 비밀을 분석한 과학적 성과와 여러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아메리칸 사이언티픽 시리즈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는 동안 미스터리 잡지를 읽는 듯 빠져들었다. 13권 <기억의 세계>나 16권 <인간의 탄생>, 이후 출간될 <Searching for the God particle>(신의 입자를 찾아서)​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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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 당신이 설명을 못하는 데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
고구레 다이치 지음, 황미숙 옮김 / 갈매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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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고 설명하려면 긴장이 된다. 요점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상대방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부담이 든다. 직장에선 두 말 할 것도 없고, 재밌게 본 영화나 책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선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책 제목처럼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을 알고 싶었다.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은 일단 "이해하기 쉬운 설명'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1. 상대방에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2.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하기

3. 그것을 상대방이 알아듣는 말로 쉽게 전달하기


1. 대체로 설명자는 자기 관점에서 주제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과 관련 있는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는다. 듣는 이에게 필요한 주제나 득이 되지 않으면 주의를 끌기가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먼저 상대방이 진정으로 설명을 듣도록 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2.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는 '텐프렙' 법칙을 제안한다. 각 단계의 머리글자(TNPREP)을 따서 일본식으로 발음한 이름이다.



1단계: 이야기의 주제(Theme) 전달하기

2단계: 하고 싶은 이야기의 수(Number) 전달하기

3단계: 이야기의 요점, 결론(Point) 전달하기

4단계: 결론이 옳다고 할 수 있는 이유(Reason) 전달하기

5던계: 구체적인 예((Example) 들기

6단계: 요점, 결론 (Point) 반복해 끝맺기


로 이뤄져 있다. 2단계는 유시민 작가가 좋아한다는 3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예컨대, '세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세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식이다. 단계와 법칙을 적용하여 내용을 정리하면, 적어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진 않는다. 법칙과 요령이 필요하다. '텐프렙' 법칙은 저자가 창안하고 사단법인 교육커뮤니케이션협회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 엄연한 지적 재산권이다.



3. '쉽게 전달하기'는 여타 책도 주장하는 내용이라 특별하진 않다. 전문 용어를 풀어 쓴다거나, 상대방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바꿔 쓰는 노력은 당연하다. 여기서 인지심리학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

 

 

사람이 말을 이해하는 과정은 스키마라는 틀을 거친다. 머릿속 이미지인 '심상'으로 전환하고 그것에서 연상되는 정보 '스키마'를 이용한다. 스키마라는 틀을 통해서 청자는 익숙한 내용으로 치환하고, 나름 받아들이기 쉽도록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키마는 제각각이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 세 가지 요소로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한다고 해도, 이야기는 곧이곧대로 전달되지 않고 상대방의 스키마를 거쳐서 이해된다. 때문에 서로 요점에 어긋나거나 다른 말을 하며 대화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럴 경우 듣는 이가 자신의 스키마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대방이 이해할 만한 심상으로 바꿔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4. 제목이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인지라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이제스트한 크기에 알맹이를 잘 채웠다. 스피치 책을 안 읽은 달변가가 있고, 글쓰기 책을 몰라도 일필휘지 쓰는 이가 있다. 그게 안 되는 일반인에겐 요령과 법칙이 필요하다.



반면에, 책을 읽으면서 착찹한 생각이 들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확한 설명을 일부러 거부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악덕 설계사, 판촉원들은 일부러 생소한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휘뚜루마뚜루 설명하며 듣는 이의 혼을 빼 놓는다. 고객을 이해시키는 목적이 아니라 두루뭉슬 판매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어떤 이들을 모호한 말로 무지를 가리려고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청자도 마찬가지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해 주면 정보를 빌미로 트집과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이들은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도, 듣기도 원하지 않는 부류다. 정확한 설명법을 알면 한편으론 쭉정이를 솎아내는 안목이 길러진다. 쇠귀의 경읽기를 하기보다, 이 사람은 나를 이해시키는 목적이 아니구나, 이 사람은 정보를 빌미로 나를 압박하려고 하는구나 퍼뜩 깨닫는 처세가 필요하다. 책이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효과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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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9-19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책 제목처럼 일목요연한 리뷰네요ㅎ

캐모마일 2017-09-19 20:16   좋아요 0 | URL
책 구성을 따라 서평을 써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 풀린 돈이 몰고 올 부의 재편
김동환.김일구.김한진 지음 / 다산3.0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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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로 양적 완화 정책이 시행되었다. 오바마 재임 당시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대규모 자산 매입을 하였고,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했다. 일본은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하여 엔저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는데,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토목 공사를 비롯하여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활용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엔 최경한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로 대출 완화 등을 통해 내수를 살려보고자 했다.



세계 경제는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주식 시장과 자산 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듯하나, 경제 근간에 도사린 불안 요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이노믹스는 단기 부양 위주의 인위적인 경기 정책,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계 부채를 급속하게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기저에도 미국 경제에 있는 불안 요소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양적 완화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 금융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재정 위기가 초래되어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되었다. 대안으로 오바마 정부는 해외로 떠난 제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폈으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러스트 벨트(과거 미국 제조 산업을 이끌었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를 비롯한 미국 북동부 지역) 지역은 저소득층이 양산되었다. 바로 이 지역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결정지었다. 세계 주류 언론, 자국조차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정부의 탄생엔 양극화, 사회기반시설 노후화, 제조업의 붕괴 등 경제 문제가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지난 8년간 풀린 돈들이 어디로 흘러갔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부제가 '풀린 돈이 몰고 올 부의 재편'이다. 제목은 인플레이션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풀린 돈들은 자산 시장 가격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정책을 내놨고, 코스피는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경제를 어떤 관점(view)에서 바라봐야 하는가가 <인플레이션의 시대>의 주제다. 경제, 금융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세 저자, 김동환 경제해설가,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한진 수석연구원의 대담으로 이끌어간다. 양적 완화 이후의 세계 경제와 정세를 분석하고 견해를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의 흐름, 양적 완화가 몰고 올 부작용과 버블 붕괴의 위험성 진단, 트럼프, 시진핑, 푸틴, 두테르테 같은 스토롱맨들이 각국 지도자로서 득세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경제 모멘텀을 전망한다. 세계 거시 경제 전반부터 우리나라 자산 시장의 미시적 동향을 챕터별로 다뤄서, 기사나 리포트를 통해 단편 단편 접했던 지식들을 연관성 있고 포괄적으로 설명하였다. 세 저자가 밝히는 경제 "분야와 세상을 보는 나름의 관(view)"을 비교, 대조해가며 읽는 덕분에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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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 -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
조윤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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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리, 홍팀장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해당 분야 지식을 쉽게 입문, 익히도록 기획된 책들인데, 서점에 가 보면 이미 다양한 능력을 섭렵한 천재 홍대리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영어, 일본어, 회계부터 시작해서 골프, sns 천재다. 이번엔 팀장이 되어 동양 고전 필독서인 <논어> 천재를 자부하고 나섰다. 천만 직장인을 위한 <논어> 수업은 과연 어떨까. 책장에 번역서, 해설서가 이미 몇 권 있지만 아직 문리가 트이지 않았다. 읽을 때는 감명을 받기도 하는데, 돌아서면 까막눈과 다를 바가 없다.



김훈 작가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코너 인터뷰에서 말했다. <논어>를 읽고 삶이 달라지지 않으면 없으면 읽은들 무슨 소용이냐고. 콕 집어 이야기하니, 책장을 보며 문득 부끄러워졌다. 웬만한 독자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동양 고전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필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 도서라 호기심에 도전한다.

하지만 공자왈 맹자왈 옳은 말씀 하시네 하며 큰 감흥을 못 느낀다. 또는 몇몇 구절에서 무릎을 치고 책 자체의 지식은 늘어나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정수나 지혜는 맛보지 못하고 겉핧기 수준에서 끝맺음한다. 내 경우는 후자다. 그래서 사서삼경이나 노장 변역서가 두세 종류씩 있고, 여전히 해설서를 찾아보게 된다.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도 마찬가지다. 일상 생활과 친숙하게 동양 고전을 해석해 눈길이 갔고, 초급 관리자 팀장이 <논어>에서 얻을 수 있는 덕목이란 무엇인가 궁금했다. 읽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감명을 주는 것이 고전이 가진 맛이기 때문이다.



책은 공 부장과 홍 팀장, 두 샐러리맨의 대화체와 저자의 부연 설명으로 엮어졌다. 아마 가독성과 편의를 배려한 듯하다.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영업부 홍 팀장, 직위는 과장이다. 악성채권관리부로 좌천된 공부장을 대신해 팀장을 맡고 있다. 실세인 인사부 이 부장이 자꾸 찾아와 한 업체와 계약을 맺으라고 압박한다.

이 부장의 압력과 회유에 못이겨 홍 팀장은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지만, 결국 부실 업체로 판명이 나자 이 부장은 발뺌을 한다. 홍 팀장은 시쳇말로 독박을 쓰고 악성채권관리부로 발령이 난다. 그야말로 좌천이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자재 창고에 책상 두 개를 덩그러니 놓고 공 부장과 함께 악성채무자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미생>이나 올 초에 끝난 드라마 <김과장>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직원들은 전후사정 따지지 않고 홍 팀장을 욕하고, 홍 팀장은 전임자 공 부장의 자리를 차지했던 탓에 부장을 볼 면목이 없다. 그러나 <주역>에 실린 구절,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말처럼, 먼저 이 부장과 사내 정치에서 밀려난 공 부장은 오히려 홍 팀장을 독려하며 서류 붕투를 하나 내민다. 뜯어보니 책 한 권이 있다. 바로 <논어>다. 홍 팀장은 의아한 마음에 책을 읽지만, 수면유도제 역할로 자기 전에 몇 장씩 볼 따름이다.

그러나 차츰 공 부장과 대화를 하면서 참맛을 알아간다. 인문학의 가치, 나아가 인간의 가치를 어렴풋이 꺠닫는다. 그후 악성채권관리부는 악성채무자를 위한 재교육코스, 인문학자 얼 쇼리스가 만든 소외계층 인문학 강좌 클레멘트 코스를 본따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만들고 <논어> 강독을 시작한다.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은 독자가 공감할 만한 스토리텔링으로 <논어>를 실생활에 유용하게 풀었다. 기본 지식, 맥락을 설명하지만, '위령공' 편에 나온 '일이관지',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지식보다 동양 인문 고전에 담겨 있는 지혜를 강조한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문고전 독서법 중에 '다문궐의', '많이 읽고 의심나는 부분은 제쳐두라'는 노하우는 초보 인문 독자에게 유용하다. 예컨대, <논어> '술이'편에서 공자가 "쉰 살이 되도록 역易을 공부한다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는 어록이 있다. 이는 <사기>, '공자세가'에 '위편삼절' 일화와 상통한다. 조예가 깊어지면 한 권을 여러 번 탐독하고 필사하며 익히고, 저자처럼 원서를 백 권 독파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초보 독자에겐 "다문궐의" 방식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논어> 구절을 따 만든 여러 인문 독법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홍콩 청쿵그룹의 리자청, 알리바바 마윈 회장, 우리나라 삼성 이병철 회장과 같이 <논어>를 비롯한 동양 고전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배우고 강조한 경영자들이 많다. 홍 팀장이 좋아했던 스티브 잡스나 구글도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인문학 홍보 슬로건으로 쓰일 뿐 제대로 된 융합이나 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가 나돌고 있을까.

공 부장이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문 고전에 담긴 지식이 아니라 정신, 그 속에 담긴 지혜의 정수를 읽으라고 강조한다. 물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기엔 미흡하고, 중언부언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의 고달픔과 사내 정치라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만들어서, 일반 독자에게 고전 독법의 방법과 가치, 핵심을 전달하고 실생활의 지혜로 녹아내려는 저자의 노력은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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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신공 5W4H1T - 아직도 글쓰기가 어려운가? 공식대로만 쓰면 된다!
윤영돈 지음 / 경향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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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작가가 강연회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글쓰기하면 내로라하는 유시민 작가를 이른바 디스해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우리네 일반인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독과 다작은 유 작가와 같은 천재에겐 어울리지만, 범인에겐 문장력을 키우는 데 요원하기 때문이다. 첩경까진 아니라도 공식과 비법이 필요하다.



<글쓰기 신공 5W4H1T>는 제목 그대로 10가지 글쓰기 법칙이다. 예컨대, '챕터 1. Who 이 글을 누가 읽을 것인가', '챕터4 Target 어떤 타깃을 갖고 있는가?'와 마지막 '챕터 10. How Long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까지다. 즉, 글쓰기의 Input부터 Output, 착상 → 구상 → 집필 → 편집 → 퇴고의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글짓기 전반을 조망하고 장악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비즈라이팅에 촛점을 맞췄다. 비즈라이팅은 비즈니스 글쓰기다. 일상에서 문학적 작문보다 활용 빈도가 높다. 회사에서 기획, 제안, 보고서부터 오픈마켓 QnA 등, 작가나 비평가가 아니라면 문장력이 필요한 곳은 비즈니스 글짓기 현장이다. 많은 직장인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문서 잘 쓰는 직원이 인정받는다고.



비즈라이터 맞춤형인만큼 구체적인 조언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구양수, 퇴고 일화, 문장십다(文章十多)처럼 널리 쓰이는 글쓰기 책 내용을 곁들였지만, 문학 글쓰기와 비즈니스 글쓰기의 차이점, 씽킹 리스팅, 테마 포커싱, 인덱스 그루핑같은 아이디어 착상법이나 비즈라이팅의 10C전략 등 문장 일반론에서 나아가 심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문학적인 수사, 기교가 살아있는 명문장을 쓰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먼저는 자기 생각을 간단 명료하게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글쓰기가 우선이다. 비즈라이팅은 정중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며, 나아가 설득하는 글쓰기다. 누구나 천재 작가는 될 수 없지만 유능한 비즈라이터는 될 수 있다. 다행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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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9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교를 포기했어요. 요즘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는 책의 핵심 주제를 쉽게 풀어 쓰는 것입니다. 좋은 문장을 쓸려고 하면 생각이 많아져요. 그러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요.

물감 2017-09-09 12:22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 쉽게 쓴다고 수준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