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를 읽고 한강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어느 날부터 폭력을 거부하고 그 한 형태로 강박적인 채식을 하게 된 여성의 이야기었는데, 폭력과 트라우마를 겪은 독자라면 와닿지 않을까 싶었다. 반면에 너무 강박적으로 천착하는 거 아니냐 혹은 특유의 시적인 문체에 호불호가 갈렸다. 알고 보니, 시인으로 등단하셔서 문체가 시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있었나 보다.
<소년이 온다>는 초반부에 몽환적으로 시작해서 어리둥절했는데, 그로 인해서 5.18 당시 전남도청에 소년이 남게 된 계기나, 시점을 넘나들며 남겨진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때, 울컥해서 그날 밤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여수의 사랑>은 아직 책장에만 꽂혀 있고, 예전에 구매했던 <작별하지 않는다>는 초중반부까지 읽다가 책상에 놓아놓고선 아직 완독을 못 했다. 마치 작가님 자신을 투영한 여성 작가가 주인공이고, 제주에 내려가 제주를 감성적으로 느끼는 부분까지 읽었다. 4.3 사건에 관해서 아직 언급되진 않는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선정사에 공감한다. 작품들 속에선 트라우마를 가진 인간들이 나오고, 그 트라우마를 가진 인간들의 여러 감정과 행태를 다각도로 다룬다. 작가님이 시인으로 등단한 만큼, 시적 문체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그 시적이고 언뜻 몽환적인 문체에 스며들면 작중 인물들이 가진 트라우마, 그 원천인 역사적 비극들이 더욱 저며드는 듯하다. 신파보단 강렬한 시적 언어로 저며든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알라딘을 비롯한 여러 서점 사이트에서 노벨상 후보자 투표를 진행했지만, 한강 작가님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어리신 까닭에 투표를 안 했다. 그래도 예상 외로 수상하셔서 놀랍고 기쁘다. 우리나라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노벨문학상 에디션 출간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문이 있던데, 소장용으로 구매하고 싶다. 스스로 한강 작가님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할수 없으나, 감히 추천한다면 <소년이 온다>를 먼저 꼽고 싶다. 나는 책상에 놓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내일까지 완독해야겠다.
다시 한 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국 독자로서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