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 -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
조윤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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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리, 홍팀장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해당 분야 지식을 쉽게 입문, 익히도록 기획된 책들인데, 서점에 가 보면 이미 다양한 능력을 섭렵한 천재 홍대리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영어, 일본어, 회계부터 시작해서 골프, sns 천재다. 이번엔 팀장이 되어 동양 고전 필독서인 <논어> 천재를 자부하고 나섰다. 천만 직장인을 위한 <논어> 수업은 과연 어떨까. 책장에 번역서, 해설서가 이미 몇 권 있지만 아직 문리가 트이지 않았다. 읽을 때는 감명을 받기도 하는데, 돌아서면 까막눈과 다를 바가 없다.



김훈 작가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코너 인터뷰에서 말했다. <논어>를 읽고 삶이 달라지지 않으면 없으면 읽은들 무슨 소용이냐고. 콕 집어 이야기하니, 책장을 보며 문득 부끄러워졌다. 웬만한 독자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동양 고전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필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 도서라 호기심에 도전한다.

하지만 공자왈 맹자왈 옳은 말씀 하시네 하며 큰 감흥을 못 느낀다. 또는 몇몇 구절에서 무릎을 치고 책 자체의 지식은 늘어나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정수나 지혜는 맛보지 못하고 겉핧기 수준에서 끝맺음한다. 내 경우는 후자다. 그래서 사서삼경이나 노장 변역서가 두세 종류씩 있고, 여전히 해설서를 찾아보게 된다.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도 마찬가지다. 일상 생활과 친숙하게 동양 고전을 해석해 눈길이 갔고, 초급 관리자 팀장이 <논어>에서 얻을 수 있는 덕목이란 무엇인가 궁금했다. 읽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감명을 주는 것이 고전이 가진 맛이기 때문이다.



책은 공 부장과 홍 팀장, 두 샐러리맨의 대화체와 저자의 부연 설명으로 엮어졌다. 아마 가독성과 편의를 배려한 듯하다.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영업부 홍 팀장, 직위는 과장이다. 악성채권관리부로 좌천된 공부장을 대신해 팀장을 맡고 있다. 실세인 인사부 이 부장이 자꾸 찾아와 한 업체와 계약을 맺으라고 압박한다.

이 부장의 압력과 회유에 못이겨 홍 팀장은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지만, 결국 부실 업체로 판명이 나자 이 부장은 발뺌을 한다. 홍 팀장은 시쳇말로 독박을 쓰고 악성채권관리부로 발령이 난다. 그야말로 좌천이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자재 창고에 책상 두 개를 덩그러니 놓고 공 부장과 함께 악성채무자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미생>이나 올 초에 끝난 드라마 <김과장>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직원들은 전후사정 따지지 않고 홍 팀장을 욕하고, 홍 팀장은 전임자 공 부장의 자리를 차지했던 탓에 부장을 볼 면목이 없다. 그러나 <주역>에 실린 구절,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말처럼, 먼저 이 부장과 사내 정치에서 밀려난 공 부장은 오히려 홍 팀장을 독려하며 서류 붕투를 하나 내민다. 뜯어보니 책 한 권이 있다. 바로 <논어>다. 홍 팀장은 의아한 마음에 책을 읽지만, 수면유도제 역할로 자기 전에 몇 장씩 볼 따름이다.

그러나 차츰 공 부장과 대화를 하면서 참맛을 알아간다. 인문학의 가치, 나아가 인간의 가치를 어렴풋이 꺠닫는다. 그후 악성채권관리부는 악성채무자를 위한 재교육코스, 인문학자 얼 쇼리스가 만든 소외계층 인문학 강좌 클레멘트 코스를 본따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만들고 <논어> 강독을 시작한다.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은 독자가 공감할 만한 스토리텔링으로 <논어>를 실생활에 유용하게 풀었다. 기본 지식, 맥락을 설명하지만, '위령공' 편에 나온 '일이관지',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지식보다 동양 인문 고전에 담겨 있는 지혜를 강조한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문고전 독서법 중에 '다문궐의', '많이 읽고 의심나는 부분은 제쳐두라'는 노하우는 초보 인문 독자에게 유용하다. 예컨대, <논어> '술이'편에서 공자가 "쉰 살이 되도록 역易을 공부한다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는 어록이 있다. 이는 <사기>, '공자세가'에 '위편삼절' 일화와 상통한다. 조예가 깊어지면 한 권을 여러 번 탐독하고 필사하며 익히고, 저자처럼 원서를 백 권 독파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초보 독자에겐 "다문궐의" 방식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논어> 구절을 따 만든 여러 인문 독법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홍콩 청쿵그룹의 리자청, 알리바바 마윈 회장, 우리나라 삼성 이병철 회장과 같이 <논어>를 비롯한 동양 고전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배우고 강조한 경영자들이 많다. 홍 팀장이 좋아했던 스티브 잡스나 구글도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인문학 홍보 슬로건으로 쓰일 뿐 제대로 된 융합이나 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가 나돌고 있을까.

공 부장이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문 고전에 담긴 지식이 아니라 정신, 그 속에 담긴 지혜의 정수를 읽으라고 강조한다. 물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기엔 미흡하고, 중언부언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의 고달픔과 사내 정치라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만들어서, 일반 독자에게 고전 독법의 방법과 가치, 핵심을 전달하고 실생활의 지혜로 녹아내려는 저자의 노력은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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