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의 역사 토크 -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고,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을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을 앞둔 현재 문재인, 홍준표 후보는 재협상, 합의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친일파 청산은 건국 이래로 끊임 없는 논란 거리였다. 뉴라이트는 8.15 광복절을 이승만 정부가 설립된 1948년을 기념하여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였고, 식민지 근대화론이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민족 감정을 흔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는 뜨거운 감자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가 박근혜 정권의 지지기반이 되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동북공정으로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다시금 주목받았는데, 이와 더불어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환단고기> 역사학, 초고대국가론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이야깃거리다.



역사는 뜨겁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현실 정치, 외교에서 역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특히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는 어느새 이념 논쟁의 장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제작했으나 집필 초기부터 각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신청했던 5개 고등학교 중 네 개 학교가 취소를 했고, 한 곳은 학부모, 학생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역사는 학창시절 고리타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역사관을 주도하기 위한 이념 싸움이 치열하다.



단순히 사실로서의 역사보다 살아있는 논쟁으로서의 역사 지식이 필요하다. <심용환의 역사 토크>는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역사적 논쟁거리를 설명한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 등 6가지 이슈를 다룬다. 각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간의 토론 형식으로 엮었다. 저자 심용환 씨의 페르소나격인 '심 선생'이 여섯 가지 주제로 여러 인물들과 대화, 때로는 격렬한 논쟁을 하는 식이다.

'위안부,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 은 시사와 역사에 관심은 많지만 내공은 부족한 여대생 윤 제자에게 심 선생이 역사적 사실을 가르쳐준다. 위안부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부터 강제 동원의 증거 자료, 2015년 정부 합의 등 전반적인 문제를 거론한다. '이승만,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이승만의 열혈 팬인 목사와 토론하며, '박정희, 민족의 지도자인가 독재자인가'는 박정희 신봉자인 큰아버지, 독재와 인권 탄압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경제 발전을 이룩한 리더십은 긍정해야 한다는 사촌 기자 동생과 논쟁을 벌인다.

위안부와 관련해선 위안부 동원 인원을 20만 명으로 추산하는 근거, 일본 육군성의 <군 위안소 종업부 모집에 관한 건> 등 군부 기록물, 미군정의 재판 기록물 같은 문서 자료의 존재를 거론한다. 이제까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일 간 협의의 역사, '심달연 국민 기금 사기 사건' 처럼 위안부 피해자 동의 없이 벌어진 합의 건들은 2015년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 협상을 떠오르게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시청자의 공분을 일으킨 이유기도 하다.



'심 선생'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하여 "식민지 필연성"과 '식민지 경제 성장'을 제대로 논증하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이승만의 자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박정희의 구국의 결단과 경제 발전 신화의 배경과 문제점을 비판한다. 친일파를 비호하는 논거들, 예컨대, 일제 치하가 길었기 때문에 친일파 아닌 사람이 없다, 광복 이후 대다수가 문맹이라 친일파 인적 자본이 필요했다, 친일 군인들 덕분에 한국전쟁을 치룰 수 있었다는 주장을 논박한다.

역사 토론에서 나아가 관행적으로 배웠던 역사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친일파 문제를 단순히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회주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 학창시절에 배운 '자본주의 맹아론(조선후기) → 수탈론(일제시대)', 즉 조선 후기에 자본주의의 싹이 움텄는데 일제 식민지화로 인하여 자생적 발전이 무산되었다는 이론인데, 이는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족과 TV를 보다가 정치 토론이 벌어져서 어른들과 얼굴을 붉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시사 문제로 키보드 배틀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막상 '이건 아닌데.....' 하면서 의욕만 앞섰지 주장을 뒷받침할 내공이 부족했거나,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팩트'와 논리가 정확하지 않아서 분을 삭였다면 <심용환의 역사 토론>이 도움이 되겠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 논쟁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주제들이다. 대체로 '심 선생'의 관점에 공감하고 역사 내공이 부족한 입장에선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시원했다.. 반면에 저자의 주장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면 논리적인 반론을 듣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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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줘도 못 듣는 척하는 하고, 상대방이 알려주는 역사를 틀렸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위안부 소녀 동상이 세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흉상을 세운다는 이상한 단체가 나올 정도면 상황이 정말 심각합니다.

캐모마일 2017-04-22 19:43   좋아요 0 | URL
정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