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 - 이상한 생각과 거짓 주장과 엉터리 믿음에 맞서기 위한 생각 길라잡이 교양 더하기 1
가이 해리슨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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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주장은 특별하게 증명된다." - 칼 세이건 (책 중에서)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도 즐긴다. 뱀파이어, 유령처럼 여러 괴물 분장을 한 코스 플레이어들이 번화가를 지나다닌다. 물론 재밋거리지만 진지하게 믿는 부류도 많다. 오컬트, 외계인, 초능력자, 종말론 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된다. 미드도 빼놓을 수 없다. 미스테리한 소재가 계속 소비되는 이면에는 초현실 현상에 대한 관심이 밑바탕에 깔렸다. 지미 카멜쇼에서 사회자가 버락 오바마에게 외계인의 존재를 물어보고, 오바마가 재치있게 답변해서 이슈가 되었다. 제임스 랜디는 초능력을 입증하면 100만 달러를 준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수상자는 없었다. 초능력자를 자처했던 유리겔라는 굴욕을 맛봤다.


미국, 소련 등에서 공개된 기밀 파일에는 이러한 초현상을 연구하고, 국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례가 기록돼 있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사이비 비선 실세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사이비 종교 관련인들이 현 대통령의 뒤에서 천문학적인 이권 사업을 벌이고 국정 농단 혐의를 받는다. 시국선언과 집회가 잇따르고,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10% 미만대로 떨어졌다. 합리적 사고와 논리가 아닌 사이비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농간을 부렸다는 의혹. 외신들이 일면에 다룰 정도다.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회의론자가 되라고 한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똑똑한 사람도 미신의 노예가 되고, 사이비 종교와 사기 피해자가 된다. 아이작 뉴턴은 만류인력의 법칙과 미적분을 창시했다. 반면에 기독교의 우주 종말론에 쉼취하였고 멸망의 날을 계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 가이 해리슨은 말한다. 종말론에 대한 관심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과학자 뉴턴이 그 시간에 다른 연구를 했다면, 인류는 더 훌륭한 과학 업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점성술 대신 천문학책을 읽고, 초능력 대신 발전된 뇌과학에 흥미를 가지길 권한다.



기이하고 놀라운 미스테리는 사람을 현혹한다.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은 회의론자가 되는 필요성에서부터, 심리적 편향과 뇌과학에 대한 지식, 다양한 초자연 현상에 대한 이성적 반론을 다루고 있다. 심령술, 외계인과 관련된 UFO, 로스웰, 51구역을 비롯하여 여러 음모론의 허점을 파고든다. 정말 유령이 있고, 외계인의 존재가 밝혀지며, 역사적 음모론이 사실로 드러날 때가 올지 모른다. 다만 입증되지 않은 근거와 '아니면 말고'에 낚이지 말고 합리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 칼 세이건의 명언처럼. "특별한 주장은 특별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의심과 근거를 찾는 회의론자를 까다롭고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막스 베버는 근대 이후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와 지식에서 도피하기 위해 종교로 도피하는 신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종교와 신자 비판이 아니다. 근대 이후 복잡성이 증대되면서 그에 대한 도피처를 찾는 인간 심리를 꼬집은 것이다. 회의론자를 회의하는 이면에는, 의심과 합리성에서 도피하려는 반면 심리가 밑바탕에 있지는 않은지.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을 읽으면서 한편 겸손해졌다. 자신도 모르는 머릿속 미신과 심리적 편향이 얼마나 많을지. 과연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지 되새겨 보았다. 대한민국 국정도 사이비 종교, 비선 실세가 아닌 합리적 사고와 논리가 기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이 필요하다.

특별한 주장은 특별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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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1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독서로 히틀러와 UFO 덕질(?) 중입니다. 그냥 재미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허무맹랑한 내용들이 많았어요. UFO 신봉자들은 우주의 기운을 믿던데, 그 사람이 생각나더군요. ㅎㅎㅎ

캐모마일 2016-11-01 21:10   좋아요 0 | URL
오...사실 제 주변에 히틀러, ufo, 오컬트 덕후들은 똑똑하던데....그분은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마르케스 찾기 2016-11-08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프라이즈˝는 히틀러와 ufo가 없었음 페지되었을 거라고ㅋㅋㅋ
쓰신 리뷰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캐모마일 2016-11-08 17:35   좋아요 0 | URL
당골소재ㅋㅋㅋ 감사합니다.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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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대부분의 세월을 가까운 혈연관계인 구성원들끼리 비교적 소규모 집단을 형성해 채집과 수렵 활동을 하며 서로 직접 대면하면서 관계를 유지했고, 이따금 낯선 이들과 제한적으로 교류를 했다." 대규모 공동체 생활, 낯선 타인과 협력과 거래를 시작한 시기는 불과 만이천 년 전으로, 농업 혁명이 시작된 시기다. (P.14) 그와 더불어 이른바 '거대한 신들'(big gods)에 대한 숭배가 퍼졌다.



거대한 신들은 '초자연적 감시자'다. 자연 세계를 지배하고, 인간의 도덕성에 관심을 가지며, 상과 벌을 내리는 존재다.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믿음이 확산된 원인은 무엇일까. 거대한 신은 인류의 성장에 어떠한 기여를 하였는가. 신앙의 토대는 무엇이고, 친사회적 성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가 다루는 질문들이다.



저자 아라 노렌자얀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종교와 관련된 심리, 문화, 인류학적 연구로 CNN, BBC 등 유수의 언론에 연구 성과가 소개되었다. 저자의 주장은 여덟 가지로 요약된다.



1.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

2. 종교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3. 지옥은 천국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4.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믿는다.

5. 신앙심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된다.

6. 숭배받지 못하는 신은 무력한 신이다.

7. 거대한 집단에는 거대한 신이 필요하다.

8. 종교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한다.



언뜻 당연하고 식상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위의 주장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어떻게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대규모 집단생활에는 익명성이 따른다.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다른 집단과 교역하기 위해선 중요한 거래비용이 있다. 바로 상호 신뢰다. 남을 믿을 수 있어야 생활할 수 있다. 신뢰는 중요한 무형의 사회적 자본으로, 경제적 거래 형성에도 필수 기반이 된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탐색 등을 위해 막대한 거래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사회 체제가 고도화되지 못한 만이천 년 전 농업 혁명 당시에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바로 거대한 신들이다.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신앙으로 상대방의 도덕성을 담보했다. 사회 규모가 커질수록 신은 거대하고 전지전능해졌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도덕적 상벌을 내린다. 물론 소규모 채집 생활에도 신앙은 있었다. 자연 친화적이고 인간 생활에 덜 간섭했다. 무엇보다 권능을 부리는 범위도 한정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거대화될수록 신도 거대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 터키 동남부 괴베클리 테베는 돌 하나의 무게가 7에서 10톤에 이르는 장대한 종교 건축물이다. 그러나 신전 주변과 건축 당시에 농경 사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수렵 채집인들은 왜 웅장한 신전을 세웠을까. 나아가 농업 혁명과 대규모 공동체 집단의 필요에 의해서 거대한 신들을 믿게 되었을까. 아니면 거대한 신들에 대한 믿음이 대규모 사회를 형성하게 하였을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다.



거대한 신은 인간의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친사회적 종교'다. 현재도 다양한 심리 연구 결과, 종교 관련 상징을 제시할 경우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규칙을 준수하고 공정한 거래를 한다. 기독교 신자와 무신론자는 일상적으로 행동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기독교 신자는 종교적 상징물을 보거나 주일에 더욱 도덕적이고 관대해졌다.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가고, 종교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세속적이면서도 종교적 영향력이 강하다. 무신론자 거부감이 절반을 넘는데, 이는 이슬람보다 높은 수치다. 이유는 두려움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무신론자는 믿을 수 없어서 거부당했다. 순교, 엄격한 금기 준수, 심지어 힌두교의 카바디 등의 종교적 자학행위는 일종의 고비용 신호전달로 추종자들에게 믿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신앙은 인류의 대규모 집단화와 함께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은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신뢰가 높다. 이유는 고도화된 사회 체제와 제도 덕분이다. 제도와 법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공평한 사회일수록 비종교적이고 무신론자에게 관대하다. 구성원들이 신앙으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필요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대부분이 믿는 종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사회적 제도와 법체계가 고도화될수록 친사회적 종교에 대한 의존이 감소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일만여 개의 종교가 있고, 하루에도 두세 개의 신흥 종교가 발생한다는 추산이 집계된다. 저자는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도 미래에 종교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로 높은 출산률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 3세계 독재 국가들의 사회적 신뢰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종교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인간의 직관적 사고 방식에는 친종교적 성향이 내재해 있다.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는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종교를 설명한다. 어떻게 거대한 신들에 대한 신앙이 발전하였고, 초자연적 감시자가 사회적 신뢰 관계를 증진시켰던 사례와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종교가 친사회성을 띄고 세계적으로 전파된 이유다. 반면에,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집단으로 발전하면서 전쟁과 종교적 분쟁 또한 거대해졌다. "종교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하는 행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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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듯 가볍게 - 상처를 이해하고 자기를 끌어안게 하는 심리여행
김도인 지음 / 웨일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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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준말로, 다방면에 걸친 상식을 알차고 재밌게 풀기로 유명하다. 진행자 채사장의 저서 <지대넓얕>, <시민의 교양>은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홍일점 김도인 씨 신간이 나왔다. <숨쉬듯 가볍게>. 팟캐스트에서 동양철학과 심리학을 접목하여 청자에게 힐링을 선사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숨쉬듯 가볍게>는 심리학과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힐링법을 설명한다. 35살 일반인 남성 시우(時雨)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0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신적 방황과 고통을 겪는 시우. 어느 날 Light라는 발신인에게 메일이 온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으시겠습니까?" 시우는 Yes를 클릭한다. 여정이 시작된다.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은 힘겹다. 고통감정사(苦痛感情思). 상처는 아픔으로 그치지 않고, 감정과 생각을 지배한다. 상처와 관련된 경험, 혹은 새로운 경험을 회피한다. 고통과 감정, 그로 인한 부정적 사고방식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마음속에 빅데이터가 되어 끊임없이 반추되고 확장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 된다. 정체성으로 굳어지고 미래의 선택과 행동을 좌우한다.

시우도 마찬가지다. 오래 사귀고 장래를 꿈꿨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그는 청첩장을 받고 이별 노래가 나올 때마다 괴롭다. 새로운 경험을 회피하고 자기만의 공간으로 침전한다. 더구나 7살 무렵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시우. 무의식에 있던 불안과 외로움이 더해진다. 고통은 자동으로 합쳐지고 연합한다. 결국 시우는 고통과 부정적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외로운 정체성, 고통스러운 세계관, 고립된 인생관.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부정할 수 없다. 책은 '예스 프로젝트"와 '인사이드 무비' 체험을 소개한다. 예스 프로젝트는 새로운 경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No와 경험 회피로 일관하며 고통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말고, Yes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경험에 나서는 방법이다. 마음의 상처와 나를 떨어뜨려서 탈동일시를 이룬다.



인사이드 무비는 한층 나아가 객관적 시각에서 아픔을 관찰하고 다시금 체험한다. 7살 시우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면에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야 했다. 당시 느꼈던 아픔을 떠올리며 돌이키되, 이제는 35살의 시우, 제 3자의 입장에서 당시를 반추해 본다. 5살 때 이혼한 부모님, 그를 떠났던 엄마, 키웠던 할머니. 과거의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이해가 된다. 아픔을 부정하기보다 끌어안고 성숙해진다.



명상은 집중력과 자기 감각을 깨운다. 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정서적 탈진 상태는 마냥 휴식이 답이 아니다. 정신은 산만하고 부정적 생각에 쉽사리 휩싸인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명상은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특히 호흡 명상은 초심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하루 3번 정도 자기 나이만큼 호흡에 집중한다. 시간은 2분. 규칙적인 훈련은 10~15분으로 잡으면 좋다.



김도인 씨는 삶의 아픔을 부정하지 않는다. 마치 계절이 변하듯 삶은 변화하고 굴곡이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추운 겨울을 맞닥뜨렸다면, 힘들겠지만 버릴 것은 버리고 멈추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동양고전 <장자>나 <주역>처럼 내 주관을 넘어서 삶의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힘이 진정한 지혜다.



<숨쉬듯 가볍게>는 성장기의 상처, 현재의 아픔, 그리고 긴장과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예스 프로젝트, 인사이드 무비, 명상, 운동화를 신어라, 인생의 깨달음을 단계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치유는 자기를 부정하지 않는다.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굴곡과 변화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지혜다. 서른다섯 시우의 여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시우는 마치 나, 혹은 지인 이야기같다. 공감이 가고 친근해서 울림이 크다. '숨쉬듯 가볍게' 읽지만 깊이가 느껴진다.

"'시우時雨'는 때에 맞춰 내리는 비'라는 의미로, <맹자>에 나온 말입니다. 가뭄에 메마른 초목을 살리는 큰 비를 시우라고 해요. 삶이 버거워지는 순간 시우의 여행기가 당신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p.5) 

"`시우時雨`는 때에 맞춰 내리는 비`라는 의미로, <맹자>에 나온 말입니다. 가뭄에 메마른 초목을 살리는 큰 비를 시우라고 해요. 삶이 버거워지는 순간 시우의 여행기가 당신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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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1-06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 연관되어서가 아니라, 이 리뷰를 읽는 동안,
시우라는 이름에서 절로 떠올려진 시 한 구절,,
내내 건조하다 잠깐 내린 비를 보다, 읽게 된 리뷰를 통해 떠 올려진 시 한구절,,,
두보의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그냥, 저절로,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
쓰신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캐모마일 2016-11-08 17:34   좋아요 0 | URL
아마 그 시에서 차용한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춘야희우. 덕분에 좋은 시 한수 알아갑니다. 검색해봐야겠네요.
 
시진핑은 왜 고전을 읽고 말하는가 - 시진핑의 철학이 담긴,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
장펀즈 지음, 원녕경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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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자는 고전, 시를 즐겨 인용했다. 정치, 외교 자리에서 명구를 곁들였다. 격과 품위라 여긴다고 한다. 공산당 체제에서도 마오쩌둥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가 다독가로 유명했다. 공자는 시 삼백 수를 읽고 외운들, 정치에 활용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였다. 고전을 통해 지도자 품성을 기르고, 적절히 인용하여 자질을 드러낸다. 



중국은 중앙당 서기 국가주석이 권력 정점이다. 현재 시진핑이 맡고 있다. JTBC에서 방영했던 <차이나는 도올>이 떠오른다. 전직 후진타오는 장쩌민에게 군사권을 이양받지 못해 지도력이 제한되었다. 후진타오는 훈수 정치의 역학 구도를 청산하고자 했고, 과감하게 후임 시진핑에게 당, 정, 군 권력을 이양하는 조처를 했다. 시진핑 주석은 독재라 불릴 만큼 탄탄한 권력 기반을 갖고, 부패 척결 등 다양한 정치 개혁을 이끌고 있다.



중국 지도자 전통처럼, 시진핑은 다독가로 유명하다. 연설, 회담에서 고전 경구를 인용한다. 자도자 리더십을 연구할 때, 연설문, 축사 등의 발언은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미래 구상을 밝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경제 교역국 1위고, 시진핑 주석은 권력 정점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더십에 주목하게 된다.



<시진핑은 왜 고전을 읽고 말하는가>는 그가 연설, 저서에서 인용한 고전 문구와 뜻을 분석하였다. 발언 일부를 수록하고, 해당 고전 맥락을 설명한다. 시진핑은 주장을 강조하고 말에 힘을 싣기 위해 고전문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라는 <전국책> 경구 "지난 일을 기억해 앞으로의 일에 교훈으로 삼는다."(p.38)처럼, 옛 일과 지혜를 앞으로 귀중한 본보기 삼기를 권한다. 직접 고전 읽기를 적극 추천한다.



반부패 정책에 앞장서서일까. 수신(修身)과 위민(爲民) 경구가 유독 눈에 띈다. 제갈량 <계자서>에 "무릇 군자의 행실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안정되지 않으면 멀리 이를 수 없다,"(P.105)든지,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자신부터 바로잡아라"(p.136) <정관정요>를 인용한다. 법가로 분류되는 <관자>나 다양한 유가 경서로 공산당원이 청렴하고, 일신하여 실무 능력을 더욱 함양하도록 강조했다. "가장 어려운 자리는 현령이다." <영잠>처럼 사소한 실무도 엄중히 임하는 자세를 말한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라서 그런지 민주(民主)보단 민본(民本)에 가깝다. 고전 경구를 다뤄서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차이나드림과 과학 인재 육성을 밝힌다. 도광양회(韜光養晦)는 80년대 전략이다. "약소국에는 공의도 외교도 없다."(p.61)는 발언. 차이나드림을 자주 거론한다. 높아진 중국의 위상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과학 인재 육성,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p.163) <대학> 경구를 곁들여서 말이다.



외교 석상에서도 기지를 발휘한다.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허균의 시구를 인용한다. "중한 국민의 우의는 한국의 옛 시인 허균이 쓴 '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이라는 시구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나다."(p.330) "간과 쓸개를 꺼내어 서로를 비추니, 항아리의 얼음 한 조각을 차디찬 달이 비추는 듯하네"(p.331)라는 뜻이다. "백금매옥, 천금매린(百金買屋, 千金買隣)", 좋은 이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도 했다. 당시는 2014년이었다. 현재는 싸드 배치, 남중국해 문제로 한중 간 외교 분위기가 싸늘하다.



<시진핑은 왜 고전을 읽고 말하는가>는 시진핑이 "역사와 고전을 읽고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성패를 대하고 시비를 가리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고전을 통해 '온고지신'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찰왕찰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했듯, 그가 고전을 사랑하는 이유, 인용하여 주장을 밝히고 리더십을 드러내는 발언을 모았다. 반부패 척결, 공직자로서 도리를 말하는 자세에 당당함이 서려 있다. 차이나드림을 곳곳에 밝힌다. 대국굴기(大國崛起) 국력과 자신감 이면에, 현재 남중국해 현안 등 외교 정책에서 힘을 과시하는 경향은 우려스럽다. 한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당 서기에서 중국 최고 권력자에 오른 시진핑. 그가 밝혔듯 고전에서 지혜와 처세훈을 배운 덕일까. 고전 애호가인 그가 말하는 정치 철학, 리더십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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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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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작가가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문학상,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2007년 출간된 소설은 금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채식주의자>를 읽는 것이 유행이었고, 처음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접했다. 몽환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작품은 연작 소설로, 평범한 주부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자 선언을 한 후에 일어나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혜 남편, 형부, 언니 인혜의 시점이라는 관찰자 방식으로 전개한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시간순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은 욕망과 억압, 상처의 변주곡이었다. 어느날 꿈을 꾼 뒤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 그녀를 둘러싼 남성들은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남편은 그녀가 평범해서 결혼하였다. 그녀 앞에선 열등감과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고, 존재는 있는 그대로 용인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일방의 받아들임, 희생과 욕망의 억압을 기초로 한다. 영혜의 아버지는 압권이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가정 폭력을 일삼았다. 순했지만 고지식한 영혜는 가장 큰 희생양이었다. 영혜의 형부. 비디오 아트 작가로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비상하는 날개 이미지에 천착한다. 아내 인혜에게서 처제의 몽고반점 이야기를 들은 후 야생적이고 원초적인 매력을 느끼고, 욕정과 감각이 들끓기 시작한다.

 


반면에, 영혜와 언니 인혜는 스스로 욕망을 억압한다.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영혜의 내면은 트라우마와 공격성, 억눌린 욕망이 잠재하고 있었다. 평범하고 수더분한 외면에는 어릴 적 학대로 인한 학습된 무기력, 반면에 억압된 내면의 도덕적 반동이 도사리고 있다. 브래지어를 강박적으로 거부했던 행위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영혜는 고기를 칼로 썰다가 손이 베였고, 피를 본 다음 날 꿈을 꾸기 시작한다. 어두운 숲 속 헛간에서 날고기를 씹어먹는 꿈. 익숙하면서도 낯선 피 묻은 자신의 얼굴. 억눌린 것들은 우연하고 갑작스레 튀어나온다. 그녀는 충격으로 불면에 시달린다.

 


영혜는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학대를 일삼던 아버지에게 대들고 복수를 하거나, 남편에게 억눌린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다.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는다. 공격성과 욕망의 이미지를 거부한다. 육식은 이미지들의 집합이자 현실태였다. 채식은 철저한 비폭력 지향이다. 주변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의 "꿈을 꿨어.",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에 담긴 함의를 모른다. 오히려 탕수육을 억지로 먹이기 위해 그녀를 결박하고, 뺨을 후려갈긴다. 그녀는 칼로 손목을 긋는다.

 


영혜는 나아가 식물이 되기를 꿈꾼다. 다른 개체에서 영양분을 수탈하지 않고 광합성을 하며 스스로 자립하는 식물. 땅속에 굳건히 뿌리내리는 나무를 꿈꾼다. 나체로 햇빛을 영접한다. 물구나무를 선다. 일체 음식과 저작운동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특히 그녀의 음부에서 꽃이 피는 상상을 한다. 성스러운 생명의 탄생처이자, 때로는 성적 욕망의 집결지인 여성의 회음부. 영혜는 욕망은 거부한 채 생명의 역동성만을 받아들였다. 한때 형부가 그녀에게 행위 예술을 주문했을 때, 물감으로 꽃과 줄기를 몸에 채색하고 형부의 후배 J와 정사행위를 표현하며 젖었다. 그러나 흥분의 대상은 육체가 아니라 꽃의 이미지였다. 교미가 아니라 교접이였다. 영혜는 육식의 거부, 저항 단계를 넘어서 능동적인 비폭력의 존재, 꽃을 피우는 생명의 존재,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를 꿈꾼다.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그녀에게 강압적으로 행해지는 연명 행위들이 폭압으로 다가온다.

 


영혜의 언니인 인혜. 또다른 희생자다. 생활력이 강하고 자수성가형 인물이지만, 아버지, 남편에게 희생했다. 전문직이 다수인 시댁 분위기, 남편의 예술적 기질은 살림꾼 그녀가 갖추지 못한 일종의 동경거리였다. 남편의 취향을 존중했다. 가족이 내놓은 동생을 끝까지 책임진다. 아버지에게 술국을 끓여주는 맏딸 노릇을 하며 상대적으로 가정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그녀. 한편으론 비겁했다며 동생에게 부채의식을 갖는다.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뼛속에 아무도 짐작 못할 것들이 스며드는 것을." (p.192) 과거를 하나하나 반추하며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를 되뇐다. 영혜가 "꿈을 꿨어"라고 한다면, 인혜는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에게 삶과 시간은 책임감의 연속이다. 책임감은 반성을 요구한다. 도덕적 자학자로 보일 지경이다. 인혜는 말한다. 동생이 변하지 않았다면 변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을지 모른다고.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문장이 너무나 아프다. 인혜가 무거운 현실의 짐을 지고 가야 하는 여정, 쉼이 없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타지 않았다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란 제목의 이미지와 다르게, 몽환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 명망 있는 상을 받은 덕분에 나 같은 독자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소설을 읽을 당시 큰 여운이 없었다. 정작 다음날 가슴이 먹먹하고 저려왔다. 폭력과 비폭력, 욕망과 억압의 표상들이 다가왔다. 상처와 욕망, 억압이 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영혜의 이야기는 절절했지만 내심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인혜에게선 생활인의 연민과 떠나지 못하는 자의 설움이 다가왔다. 인혜에게 공감이 갔다. 우리네 삶은 영혜보다 인혜에 가깝지 않던가. 상처와 억압, 욕망을 독특하고 충격적인 변주곡으로 풀어낸 작품 <채식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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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1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하면, 저는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은 이후에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한강이 맨부커상 후보에 들지 않았으면 전 이 책을 영영 안 읽었을 겁니다. ^^;;

캐모마일 2016-10-11 12:05   좋아요 0 | URL
멘부커상 수상 전에는 사실 이름 독특한 작가로만 알고 있었어요. 알고보니 영화화도 돼서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