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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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대부분의 세월을 가까운 혈연관계인 구성원들끼리 비교적 소규모 집단을 형성해 채집과 수렵 활동을 하며 서로 직접 대면하면서 관계를 유지했고, 이따금 낯선 이들과 제한적으로 교류를 했다." 대규모 공동체 생활, 낯선 타인과 협력과 거래를 시작한 시기는 불과 만이천 년 전으로, 농업 혁명이 시작된 시기다. (P.14) 그와 더불어 이른바 '거대한 신들'(big gods)에 대한 숭배가 퍼졌다.



거대한 신들은 '초자연적 감시자'다. 자연 세계를 지배하고, 인간의 도덕성에 관심을 가지며, 상과 벌을 내리는 존재다.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믿음이 확산된 원인은 무엇일까. 거대한 신은 인류의 성장에 어떠한 기여를 하였는가. 신앙의 토대는 무엇이고, 친사회적 성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가 다루는 질문들이다.



저자 아라 노렌자얀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종교와 관련된 심리, 문화, 인류학적 연구로 CNN, BBC 등 유수의 언론에 연구 성과가 소개되었다. 저자의 주장은 여덟 가지로 요약된다.



1.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

2. 종교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3. 지옥은 천국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4.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믿는다.

5. 신앙심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된다.

6. 숭배받지 못하는 신은 무력한 신이다.

7. 거대한 집단에는 거대한 신이 필요하다.

8. 종교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한다.



언뜻 당연하고 식상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위의 주장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어떻게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대규모 집단생활에는 익명성이 따른다.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다른 집단과 교역하기 위해선 중요한 거래비용이 있다. 바로 상호 신뢰다. 남을 믿을 수 있어야 생활할 수 있다. 신뢰는 중요한 무형의 사회적 자본으로, 경제적 거래 형성에도 필수 기반이 된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탐색 등을 위해 막대한 거래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사회 체제가 고도화되지 못한 만이천 년 전 농업 혁명 당시에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바로 거대한 신들이다.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신앙으로 상대방의 도덕성을 담보했다. 사회 규모가 커질수록 신은 거대하고 전지전능해졌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도덕적 상벌을 내린다. 물론 소규모 채집 생활에도 신앙은 있었다. 자연 친화적이고 인간 생활에 덜 간섭했다. 무엇보다 권능을 부리는 범위도 한정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거대화될수록 신도 거대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 터키 동남부 괴베클리 테베는 돌 하나의 무게가 7에서 10톤에 이르는 장대한 종교 건축물이다. 그러나 신전 주변과 건축 당시에 농경 사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수렵 채집인들은 왜 웅장한 신전을 세웠을까. 나아가 농업 혁명과 대규모 공동체 집단의 필요에 의해서 거대한 신들을 믿게 되었을까. 아니면 거대한 신들에 대한 믿음이 대규모 사회를 형성하게 하였을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다.



거대한 신은 인간의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친사회적 종교'다. 현재도 다양한 심리 연구 결과, 종교 관련 상징을 제시할 경우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규칙을 준수하고 공정한 거래를 한다. 기독교 신자와 무신론자는 일상적으로 행동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기독교 신자는 종교적 상징물을 보거나 주일에 더욱 도덕적이고 관대해졌다.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가고, 종교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세속적이면서도 종교적 영향력이 강하다. 무신론자 거부감이 절반을 넘는데, 이는 이슬람보다 높은 수치다. 이유는 두려움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무신론자는 믿을 수 없어서 거부당했다. 순교, 엄격한 금기 준수, 심지어 힌두교의 카바디 등의 종교적 자학행위는 일종의 고비용 신호전달로 추종자들에게 믿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신앙은 인류의 대규모 집단화와 함께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은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신뢰가 높다. 이유는 고도화된 사회 체제와 제도 덕분이다. 제도와 법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공평한 사회일수록 비종교적이고 무신론자에게 관대하다. 구성원들이 신앙으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필요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대부분이 믿는 종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사회적 제도와 법체계가 고도화될수록 친사회적 종교에 대한 의존이 감소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일만여 개의 종교가 있고, 하루에도 두세 개의 신흥 종교가 발생한다는 추산이 집계된다. 저자는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도 미래에 종교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로 높은 출산률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 3세계 독재 국가들의 사회적 신뢰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종교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인간의 직관적 사고 방식에는 친종교적 성향이 내재해 있다.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는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종교를 설명한다. 어떻게 거대한 신들에 대한 신앙이 발전하였고, 초자연적 감시자가 사회적 신뢰 관계를 증진시켰던 사례와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종교가 친사회성을 띄고 세계적으로 전파된 이유다. 반면에,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집단으로 발전하면서 전쟁과 종교적 분쟁 또한 거대해졌다. "종교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하는 행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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