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코그니토 GD 시리즈
닉 페인 지음, 성수정 옮김, 구현성 / 알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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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리>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닉 페인의 희곡. 그의 희곡은 읽는 순간 눈앞에서 그려진다.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연극을 보게 된다. 모든 인물이 살아 움직이고 나의 뇌를 자극한다. 그러다 마침내 가슴을 움켜쥐게 한다. 알마가 책을 잘 만드는 줄 알았지만 이 책들은 정말 잘 만들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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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리 GD 시리즈
닉 페인 지음, 성수정 옮김, 구현성 그래픽 / 알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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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황당했다. 대뜸 팔꿈치를 핥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희곡이라니. 더구나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 뭐지? 뭐지???? 하다가 어느새 빨려든다. 닉 페인의 평행우주로. 놀랍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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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의 고려유물 전시를 계기로 독서회에서 고려사에 관한 책을 읽기로 했다. 한 권만 추천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 권만 꼽을 수가 없어 3권을 제시하고 각각 원하는 책을 읽고 와서 토론하기로 했다. 역사, 그것도 고려사는 낯설 수밖에 없는데 3권이나 추천하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저 너무 어렵지들 않기만을 바라며 독서회에 갔다. 그런데 내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모두들 재미있게 읽었단다. 2권을 읽은 이들도 많았다. 어찌나 기쁘고 즐거운지!  

그날 토론에서 회원들이 밝힌 소감을 여기 정리해둔다.

 

 

 

 

 

 

 

 

 

* 역사서는 왠지 버겁거나 지루할거라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읽게 된 "고려 역사상의 탐색"은 깊이있고 세밀하게 기술돼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고려시대에는 여성의 이혼과 재혼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자들이 부여한 정조의 개념과는 다르게 고려시대에는 정조의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말처럼 역사를 지나간 과거로만 인지했었던 내게 역사는 직간접적으로 현재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 중국이 화와 이를 나누는 명분은 힘이 아니라 문화였다. 중국은 수준 높은 문화를 보유했기 때문에 화이며, 그렇기에 이는 중국을 섬기면서 그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태조는 자국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중국문화의 우수성을 인정한 반면 최승로는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인정하면서 보편 문화를 추종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한국의 역사과정을  통시적으로 보면 자국의 독자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점차 약화된 한편 중국 중심의 일원적 질서를 강조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되어갔다. 이런 흐름은 고려와 조선 통치자의 복식에서도 볼수있었다. 그동안 역사를 가까이하지못한것을 반성하면서, 빈약한 자료로 고려연구에 매진하신 역사학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고려 역사상의 탐색>, '역사의 사실들은 기록자의 마음을 통과하면서 굴절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 책이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에 대한 현재 역사가의 올바른 해석과 평가가 요구되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싶다. 특히 고려사회 제반 분야를 망라한 역사서술은 나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 누군가에 의해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 되어질 지금 이시간을 나는 살아가고있다. 기록 되어질 역사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큰 힘을 가질것이다. 역사 책을 읽고, 역사는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역활이 더 중요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를 통해본 역사는 대부분 지배층 들의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 또는 방어를 위해 만들어지고 고쳐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졌다. 민이 만들어내는 역사는 거의 느낄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비슷한 점들을 볼때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앞으로 기록 되어질 역사에서 우리 시대는 어떻게 기록되어질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가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역사에 문외한인지라 읽기 전에 미리 겁을 먹었다. 그런데 이 책은 구체적 연도나 사건중심의 구성이 아니라 그 상황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를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어서 의외로 읽기가 수월했다.  총체적으로 역사를 해석해서 현재와의 연결성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이 놀라웠다.

역사 속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고려시대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고,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어렵게만 느꼈던 '역사'라는 분야에 재미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 나는 역사를 잘 모른다. 그래서 역사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이번 책에 대해서도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다는 혜진씨의 말에 용기를 얻어 읽어보니 고려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해됐고 역사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고려의 본관제, 실리외교 정책, 문화적 자존의식, 다원사회의 면모 등을 접할 수 있었고 고려 역사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무신정변에 대해서는 중심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현재와도 공통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계 정세를 보는 시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현재 우리가 가진 문제에 실마리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초보인 나에게는 고려시대를 잠시 엿보고 온 듯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었다.


* 역사연구는 현재와 담쌓은 죽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살아움직이는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분단상황에, 계층간 지역간 대립이 심한 지금,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대안으로 고려의 역사와 전통에 주목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조선시대 관점이 아닌 고려자체의 독자적 특성에 촛점을 맞춘 시각, 지배층만이 아니라 민의 생활과 문화를 포함한 관점, 상호연결된 총체적 시각으로 재해석된 고려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흐름을 설명하면서 계속해서 질문을 제기하고 근본적 원인을 찾아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고려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는데, 큰틀에서 그 역사와 전통, 전개과정을  볼수 있었고, 해석에 따라 역사가 얼마나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 볼수 있었던 고마운 기회였다.


이 두 책과 함께 <천추태후 그대로>를 추천했는데 이걸 읽고 온 분도 두어 분 있었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재미있게 쓰여 있어 즐겁게 읽었다고. 모두들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더 자주 역사책을 읽자고 했다. 그래서 3.1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여운형, 김규식 같은 이들의 책을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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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그리고 잘 보내는 일에 대하여
김경환 외 지음 / 검둥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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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쯤 죽음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읽을 만한 책이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개중엔 죽음을 소재로 했을 뿐 죽음을 공부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책들, 추상적인 공론으로 안 그래도 막막한 공부를 더욱 막막하게 하는 책들이 많다.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 종교인이 쓴 책들이 더 그렇다. 

 

해서 최근엔 현장의 목소리를 읽으려 애쓴다. 가령 <더 나은 죽음>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같은 의료인들의 책을 비롯해 법학자가 쓴 <13가지 죽음>이나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같은 책들. 그렇게 만난 죽음은 구체적인 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 책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도 상조 일을 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원들이 함께 썼다는 데 솔깃해 읽기 시작했다. 장례는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한 사회의 태도를 보여주는 가늠자 같은 것이니 그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장례지도사가 맞이하고 배웅한 죽음, 2장은 상호부조의 마음을 담은 조합원이 치른 장례의 풍경, 3장은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다. 길지 않은 글들이라 빠르게 읽혔지만, 상상도 못한 놀라운 이야기들도 있고 지난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도 있어 단숨에 읽을 수는 없었다. 몇 번이나 흐려진 눈을 책장에서 떼면서, 그러나 차마 책을 놓치는 못한 채 그렇게 끝까지 읽었다. 

 

장례지도사가 전하는 죽음의 풍경은 묵직한 울림을 주었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떠올리는 조합원들의 글은 내 슬픔을 깨웠다. 특히 어린시절 시골에서 겪은 아버지의 죽음을 추억한 '장례의 풍경'은, 가족이 망자를 직접 염습하고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신 이는 물론 남은 이에게도 귀하고 필요한 시간일 수 있음을 되새기게 했다.

병원에서의 죽음이 당연해진 지금, 이런 얘기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치부되겠지만, 그렇게 죽음과 멀어진 채 우리는 삶도 죽음도 모르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책을 덮고도 오래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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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 평전 1 - 중국.일본에서 펼친 독립운동
강덕상 지음, 김광열 옮김 / 역사비평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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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몽양 여운형 선생의 70주기였다. 십진법으로 인물의 생사를 기념하는 데 큰 의미를 두진 않았으나 70년 전 한반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몽양의 죽음이 이리 조용히 지나가도 되는가 싶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가 추모 학술심포지움을 개최한 것 외에는 재일사학자 강덕상의 <여운형 평전 1·2>(일본판 2005) 2권인 <여운형과 상해임시정부>가 출판됐을 뿐이다. 60주기에 <여운형 평전 1-중국 일본에서 펼친 독립운동>이 번역되고 십 년만에 나온 2권이다. 진지한 연구서는 외면하는 얇고 박한 독서풍토, 여운형이라는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일등성을 잊어버린 세태가 서글프다

 

강덕상은 일제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이동휘, 홍범도, 안창호, 여운형이며 1920년대 이후에도 계속 나오는 건 여운형뿐이라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제가 왜 이렇게 그를 주목했는지, 그런 인물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왜 이리 박한지 궁금해 평전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그 말처럼 여운형에 대한 연구는 빈약하고 삶과 사상을 조명한 책은 많지 않다. 회고록과 자료집을 빼면, 강준식의 소설 <혈농어수>와 평전이라 하여 강덕상, 김삼웅, 이기형, 이정식, 정병준이 쓴 책들이 있을 뿐이다. 이 중 이기형과 김삼웅의 책은 객관적 연구와 평가가 담긴 평전이라기보다 일종의 회고록이고 전기다.

 

맨 먼저 나온 역사학자 정병준의 <몽양여운형 평전>(1995)은 방대한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해방 직후의 활동을 복기한다. 몽양과 기독교의 관계가 소략해 아쉽지만, 당시 정국과 몽양의 좌우합작 노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읽다보면 자꾸 한숨이 나온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통일독립국가를 세우려는 몽양이 좌우 극단주의자들에게 12번이나 테러를 당하며 끝내 꺾이고 마는 과정을 보는 게 괴로워서다.

 

강덕상의 책과 재미 정치학자 이정식의 <여운형>(2008)은 좀 덜 괴롭다. 좌절을 거듭한 해방 이후와 달리 일제 치하에서의 눈부신 활약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강화회의에 김규식을 파견해 3·1운동과 임정 탄생을 이끌고, 도쿄 한복판에서 독립을 외쳐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세상을 놀랜 일은 벅찬 감동을 준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조선중앙일보가, 동아일보가 자랑하는 손기정 일장기말소사건을 주도했다 폐간된 것은 사소해 보일 정도다.

 

몽양은 유창한 영어로 서구 외교관들은 물론 손문, 레닌, 호치민 등과 교류하며 독립의 당위를 알린 조선 유일의 세계적 지도자였다. 강덕상이 미소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승만과 김일성이 아니라 몽양이 한반도의 지도자가 됐을 거라고 보는 이유다. 또한 이정식은 반공청년 강원룡이 단번에 반했을 만큼, 생각이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즐긴 그를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민주주의자라고 상찬한다.

 

이정식의 책은 공산주의와의 거리를 강조한 나머지 몽양의 사상을 축소하고 뚜렷한 증거 없이 암살 배후로 남로당을 지목한 문제가 있고, 강덕상의 책은 내용이 전문적이고 광범위해 읽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세 책 모두 일독의 가치가 있는 역작이다. , 강덕상의 근간을 제외하곤 도서관과 e북으로만 볼 수 있는데, 독자들의 성원으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강덕상의 평전 3권까지 전부 다시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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