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눈물'입니다 - Tears in the Congo
정은진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정은진의 책은 두번째다. 아프카니스탄의 경험을 담은 첫 책은 개인적 소회와 객관적 상황이 어정쩡하게 뒤얽혀 생각만큼의 감흥을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두번째 책은 훨씬 더 정리가 되어 있다. 콩고와 르완다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들을 취재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주제의식이 선명하여 집중이 잘 된다. 사진도 그녀들의 슬픔을 담담하게 전달한다. 사진 속의 여자들은 참 아름답다. 그런데 그녀들이 당한 일은 너무나 끔찍해서 읽는 내내 한숨과 신음이 터져나온다. 그 고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거기에 렌즈를 갖다 대야 했던 정은진의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르완다에서 벌여졌던 끔찍한 인종청소 사태의 연원이 19세기 말 유럽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 그전까지 차별도 차이도 느끼지 못하고 살던 후투족과 투치족이 그처럼 갈등하게 된 시작은 유럽인의 시각에서 비롯된 인종 간 우열 구도 때문이라고. 유럽인은 키가 크고 코가 높은 투치족은 우수 종족으로 인식하고, 키가 작고 코가 납작한 후투족은 열등하다고 인식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존 해닝 스피크라는 영국 인류학자가 투치족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아들 '함'의 후손인 함족이라며 치켜세웠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들은 백인과 유사한 민족이라며 투치족을 우대했고, 1933년부터 벨기에인이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ㄹ완다인은 후투, 투치, 트와 세 종족으로 구분해 신분증을 발급했다. 이 신분증제도가 60년 뒤 두 종족 간에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단서가 되었다. 

자신들의 눈에 익숙한 것을 우등한 것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편견을 학문이란 이름으로 주장하는 이 익숙한 잘못이 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의 단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을 자르고 여성들의 몸에 온갖 끔찍한 것을 집어넣는 그들을 보며 야만적이라 비난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을까. 우리 또한 반세기 전에 같은 생김새, 같은 언어를 쓰는 이웃에게 사람으로 차마 못할 짓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여전히 미제의 앞잡이니 빨갱이니 하며 그 범죄를 옹호하고 있지 않은가. 참 인간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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