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폴의 방으로 들어갔다. 1백 권이 넘는 책들, 다양한 종류의 팬들, 노란색 노트 더마들, 검정 수첩 예닐곱 권 모눈종이아직 따지 않은 레드와인 네 병, 자두 술, 브랜디 두 병이 있었다. 폴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남긴 잔여물들을 보고 있자니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우리가 축적해온 모든 것, 우리가 맺어온 모든 관계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운명이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남은 건 ‘지금 여기뿐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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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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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값은 하는 필력이었지만, 어째 휴머노이드가 주인공인 미래판 <소피의 세계>를 읽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SF에서 휴머노이드의 존재의 의미를 구하는 내용은 이제는 좀 진부하다. 긴 기다림을 지나 작가와의 만남이 반가웠음에도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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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그런 큰 실수를 할 수 있어. 우리가 그걸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긴 뒤이지."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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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 P302

"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게 마련이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내 아내를 기억하고 있지. 그녀는 인생의 기적이었어. 그녀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게 가볍고, 쉽고, 아름다웠지. 처음에는 내가 그녀 때문에 이곳에 오곤 했는데, 이제는 주디트, 살아 있는 여인 때문에 이곳에 오네. 자네가 보기엔 우습겠지, 루카스, 하지만 난 주디트를 사랑해." - P316

"노인께서 방금 말했듯이,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있지요.
불면증 환자는 눈을 뜨고 루카스를 바라본다.
"희미해지고, 줄어들고, 그래, 내가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네." - P306

"마지막 날 저녁에 그가 내게 말했네. ‘내가 죽을 거라는 건 알겠는데,
페테르, 이해는 못 하겠어. 내 누나의 시체 하나만으로는 부족해서 거기에 내 것까지 보태야 하는 건가? 하지만 누가 그 두 번째 시체를 원하는 거야? 신, 그는 분명히 아닐 거고 그는 우리의 육신을 필요로하지 않아. 그러면 사회가 원하는 건가? 사회는, 나를 살려두면, 아무에게도 소용없는 시체 한 구 대신에 한 권이나 또는 여러 권의 책을얻게 될 텐데."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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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머리를 하얀 담벼에 기댄 채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다. 햇살이 눈부시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 어떻게 한다?"
"예전처럼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자고,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오래 걸릴 거야."
"어쩌면, 평생 동안."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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