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필자는 랭엄이 이 책을 일반 독자를 겨냥하여 집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더 엄청난 폐해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않은, 그래서 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독자에게 학문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그것도 다분히 선정적이고 단정적인 표현 방식을 빌어 서술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물론 이 같은 종류의 책을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분야의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이들이 주로 읽을 책이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들이 학술적인 원문을 참조하지 않고 이렇듯 어설프게 여과된 지식을 소화하여 각자 자기 학문에 응용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 186쪽

다만 독자들에게 중요한 결론을 내릴 때마다 학문적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학계의 객관적인 평가를 본인의 논리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최근 들어 서양 학계에는 과학의 대중화라는 기치 아래 많은 과학자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교양서를 펴내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제일의 임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독자들이니 전문가로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오만이다. 발견된 사실을 독자들에게 쉽게 그러나 자세히 모두 알려주고 함께 생각하게 하는 것이 과학의 대중화를 진정으로 꾀하는 길이다. - 187쪽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인간은 역사의 무대에 잠깐 등장하여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역할을 수행하다 사라져버린다."고 했다. 지구의 역사를 다큐멘터리로 찍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찍는다고 했을 때 인간이 또다시 등장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영에 가깝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 탄생한 것은 결코 필연이 아니다. 진화의 역사를 통해 일어난 여러 우연한 사건들의 결과일 뿐이다. 그 옛날 생명의 늪을 떠돌던, 자기복제를 할 줄 알던 신기한 화학물질 DNA가 만들어낸 많은 생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진화에는 목적도 없고 방향도 없다. 진화의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연 모든 사건은 다 근시안적이고 우연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이 일단 DNA의 구조 속에 기록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충실한 복제와 번역을 수행한다. - 205, 206쪽

진리의 행보는 우리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진리는 화학, 지질학, 인류학, 미학, 음악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마구 돌아다니는데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어느 한 전공 분야에 틀어박힌 채 평생 진리를 탐구한답시고 앉아 있다. 더는 이런 구도로는 진리를 탐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 233쪽

풍요로운 시대가 오면 아무도 안 떨어질 수도 있다. 잘리지만 않으면 살아남는 게 진화이다. 그런데 마치 우리는 1등을 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최적자생존이 아닌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r)인데 말이다.
두 친구가 산에 올라가 곰을 만나 도망을 가는데 한 명이 구두끈을 고쳐 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친구가 "소용없다. 우리가 곰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이에 그 친구는 "내가 곰보다 빨리 달리려는 것이 아니라 너보다 빨리 달리려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친구보다 한 발짝만 앞서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 261쪽

진화(evolution)의 다른 말은 다양화(diversification)이다. -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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