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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일기 뭐 써! ㅣ 맛있는 글쓰기 9
정설아 지음, 마정원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7월
평점 :
학교 다닐 때 가장 싫었던 숙제중 하나가 일기쓰기였다. 담임 선생님께 보여주고 짦은 답글을 받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강제적으로 일기를 쓰게 했는지 모르겠다. 일기는 나만 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것인데 사인까지 받아야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그리 유쾌했던 기억은 아니다. 개학이 다가오면 헐레벌떡 숙제를 시작하곤 했는데 일기쓰기 것에 가장 난감했던 것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들을 일기장에 표현한다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그 날의 날씨가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가장 곤혹스러웠는데 이 부분은 공란으로 남겨두고 학교에 가서 친구의 것을 보고 날씨를 적어 넣었던 적도 있다. 나중에는 꾀가 나서 날씨만 기록해 두고 한꺼번에 일기를 썼던 적도 있었다.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쓰는 것이 일기지만 그림일기, 독서일기, 생활일기, 마인드맵 일기, 관찰일기, 동시일기 등 그 종류가 다양한 것에 놀란 것도 잠시, 하루 하루의 일상이 지루해도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좀 더 풍요롭게 보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에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을 쓸 수도 있었겠고 준수처럼 생활계획표를 짜서 방학을 알차게 보내겠다는 다짐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 댁에 가서 본 방아깨비 이야기를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기라는 틀 안에서지만 이 얼마나 다양하게 쓸 수 있나. 시적 감성이 풍부하게 들 때면 동시로 일기를 쓸 수도 있었을 터, 나의 일상이 만화처럼 신나는 하루로 가득찼을 것이다.
조사일기, 상상일기, 영어일기, 만화일기, 환경일기 등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이름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하루를 구성하는 일들을 일기로 남기는 것은 공통된 사항이다. 특별한 일을 일기로 먼저 써두고 이렇게 해야한다 떼를 쓰는 아이들도 있으니 일기를 다양하게 써 내는 것은 일기 쓰기의 종류의 다양함에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학창시절 강압에 의해 써 왔던 일기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도 일기를 쓰라면 싫은 내색부터 하게 되는 것은 억지로 써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일상들을 글로 표현하는 지루함도 있겠다. 그러고보면 나도 이 책을 보며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기쓰기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좀 더 다양하게 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지금에야 이 책을 만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나, 오늘 일기 뭐 써!"라며 고민할 때마다 이야기로 먹고 사는 지니가 짠, 하고 나타나 그 날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일기를 쓰면 되는지 알려주면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 괴로움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나중에 일기를 쓰게 될 아들녀석에게 내가 지니가 되어 알려주자면 덕분에 준수의 일상이 큰 도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