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미래를 그림으로 표현하라면 하얀 스케치북에 로봇과 우주선(남들이 보기에 이상하게 생겼어도 분명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는 우주선을 그렸다.)을 그려 놓곤 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내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 있어도 세상은 어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변했지만 '로봇의 별'처럼 세상이 아주 낯설게 변하지 않았다. 하늘을 보면 여전히 큰 비행기가 유유히 날아가고 있을 뿐 어디를 둘러봐도 우주선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나로와 엄마가 우주 묘지에 잠들어 있는 아빠에게 가기 위해 랑그랑주 우주 도시로 가는 모습은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나로가 있는 세상이 지금보다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변했다 해도 행복의 크기까지 커진 건 아닌 것 같다. 알파인, 베타인, 감마인 델타인으로 신분을 나누는 것은 뭔가. 이것에 따라 병원에 가는 것도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도 우주로 나가기 위해 탑승 할 수 있는 것도 정해져 있다니, 예전에 사라진 신분제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여러 행성들에 정착하여 살아가고 달로 신혼여행을 떠날 수도 있는 세상이지만 홀로그램이 맞이하는 세상이란, 전혀 따뜻함을 느낄 수가 없으니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로는 고유 번호 5970841로 로봇이다. 엄마와 함께 아빠의 묘소에 가기 위해 우주 승강기 터미널로 온 나로는 전혀 로봇 같지 않았다. 신분 인식을 위해 탑승구 인식기에 손바닥을 댔을 때야 나로가 로봇인 것을 알았다. 나로는 이 때 로봇으로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 베타인인 엄마와 함께 가지 못하고 로봇 보관소에 맡겨진 후부터 나로가 바라보는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공룡 로봇 루피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나로가 변하기 시작한다. 이 로봇 보관소에서 나로를 함부로 대하기도 했지만 제 가슴에 마음이 있는데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왜 인간이 주인이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조차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이 곳에서 아픔을 느끼고 감정을 느끼는 로봇들이 인간들에 의해 물건으로 취급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나로가 자유를 꿈꾸며 기계로 취급당하지 않는 로봇의 별로 가고자 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로가 로봇의 3원칙을 없애고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을까.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미래를 그리면 언제나 이렇게 우주를 편리하게 왕복하고, 로봇이 등장하는 세상을 떠올린다. 그러나 과연 미래가 지금보다 행복할까,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다, 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어느 장르의 소설이든 미래를 그린 책들은 인간이든 로봇이든 감정을 가졌으나 따뜻함이 없었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조차 없는 세상을 그린다. 편리함이 우리들의 마음까지 차갑게 만들어 버리는 것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봇의 별'이 나로가 있는 이 미래도 조금은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잠깐이지만 나로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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