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윈드 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카밀이 이곳 윈드 갭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물론 직장 상사의 명이 있긴 했지만 그녀의 가족이 있는 곳,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에 꼭 가야만 하는 어떤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기도 한다. 책의 처음 카밀이 주변 상황을 묘사하는 문장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녀의 화법에 익숙해져 가는 것일까, 툭툭 던지는 그녀의 말이 이젠 정겹게 느껴진다. 물론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윈드 갭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이 세상에 살인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은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자체로 독자들을 충분히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두 건, 외부의 인물이 이곳에 유입되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에 분명 내부자의 소행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마을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울분마저 느끼게 만드는데 이곳에서 카밀은 무엇을 알게 될 것이며, 또한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경찰의 시선이 아닌 카밀의 시선으로 밝혀지는 사건들속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 내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해야 할까, 그녀 자신도 속해 있는, 전혀 무관하지 않은 곳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만은 그래도 긴장감을 느끼는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범인? 예측할 수 있었다. 아니, 맞혔다고 생각했는데 또 빗나갔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경악을 하게 되지만 이미 책 제목인 '그 여자의 살인법'에서 범인이 여자일 것이라는 복선을 깔아두지 않았는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야 했다. 카밀 또한 이 모든 일에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원치 않은 일이지만 이 소용돌이속에 갇히게 된다. 이 곳에 다시 돌아와 카밀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의 외로웠던 기억속에서 벗어난 것? 아니,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것? 범인이 누구란 것이 밝혀진 후에도 왜 나의 가슴은 후련해지지 않는 것일까.
연쇄살인범중에 범인이 여자라는 사실은 극히 적다는 것이 유일하게 허를 찌르는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그 살인에 도움을 주는 존재는 많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몸에 '커터'로 글씨를 새겼던 카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든다. 자신의 감정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카밀을 보면서 이미 자신이 피해자인데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 파헤친다는 것이 왜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던지, 그녀의 몸에 그어진 선들에 가슴이 섬뜩해지기도 했지만 카밀이 느꼈을 아픔이 더 와 닿아 독자로써 내가 여자라는 것이 카밀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으로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사랑받기 위해 아픈 사람들, 오롯이 이해하기는 힘들겠지. 그저 이런 일도 있음을 생각하며 읽는 수 밖에 달리 할 일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