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날은...

아빠가 아빠가 된 날 ㅣ 작은 곰자리 10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4월

일단 남편에게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을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역시 이 책의 아빠처럼 "세상이 빛나보이고 쑥쓰럽다"는 느낌은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야 느낄 수 있는 것인가. 그리 감정이 와 닿는 것이 없나 보다. 아니, 아빠가 된다는 것이 부끄러워 말을 안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미 두 아이의 아빠이지만 셋째를 보는 눈길이 첫 아이를 대면했을 때의 느낌과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집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이 책에 나오는 엄마는 셋 째를 집에서 낳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아빠의 머리모양을 꼭 닮은 아들과 엄마를 닮은 딸,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까지 이 가족은 참 행복해 보인다.

 

아이의 "아빠는 어떻게 아빠가 된 걸 알았어요?"라며 "아빠는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아빠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저 지켜보기만 했지만 그날, 엄마는 눈부셨다"고. 그래, 엄마가 엄마가 된 날,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은 그렇게 눈이 부셨다. 첫 아기를 품에 안은 그 때는 떨렸고 늘 보던 세상의 풍경들이 달라 보였다. 남편과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통이 시작된 엄마,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책속에서 빛이 흘러 나오는 것 같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빛, 아이들이 동생을 만난 날은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엄마가 엄마가 된 날"의 가족들이 셋째를 낳나, 하고 생각했는데 얼굴 생김이 다르고 머리 모양도 다른 것을 보니 다른 가족인가 보다. 요즘은 아이 셋을 낳는 것이 드문 일인데,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켜 볼 때 두 동생과 함께 자라온 시간동안 늘 싸웠던 기억 밖에 없지만 어른이 되어 나이가 들고 보니 아이 셋도 별로 많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시끌벅적한 이 가족의 일상이 그리 힘들게 다가오지 않고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의 감정을 어떻게 한 두가지 감정만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가슴이 벅차고 눈물까지 솟아나는 그날의 감동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면 늘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이 어깨를 누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그 때의 기억이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성애', 아마도 '모성애'보다는 약할지 모르지만 아빠가 아빠가 된 날도 행복하고 잊을 수 없는 날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