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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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6시간 후에 너는 죽는다'를 읽으면서 여느 추리소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케이시란 인물이 미오의 죽음을 예지하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설정은 글쎄, 솔직히 케이시가 오히려 범인이 아닐까 생각했었고 작가도 독자들의 그런 헛점을 노리지 않았나, 나중에야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가볍게 읽을 것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다면 아마도 가슴속에 묵직한 돌 덩어리 하나를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향해 가는 우리들은 늘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거야" 위로하며 하루를 마감하며 잠이 든다. 그런데 나의 가까운 미래를 알게 된다면? 과연 그 운명에 순응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 그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겠지만 어떤 선택이든 그 또한 운명이라면? 정말 힘부터 빠지지 않을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책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글에 나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케이시란 인물이 각 단편들을 이어주는 연결점이 되긴 하지만 그 존재로 본다면 "미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든, 약속을 하고 만나든 상대방의 미래를 이야기해 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미래를 알게 되는 당사자도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를 알게 되는 불안감보다 그 미래가 궁금하여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호기심이랄 수도 있겠지만 늘 자신의 운명대로 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결기 같은 것이 생긴다.

 

단편 "돌 하우스 댄서"의 미호처럼 나에게도 데자뷰가 찾아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틀림없이 상황을 바꾸어 '나비효과'처럼 그 결말을 전혀 다르게 전개시켰을 것이다. 그리고는 또 하나의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도 했을 것이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늘 미련을 두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기에 '~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그렇게 과거에 매여 있게 되겠지. 어쩌면 말이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늘 과거를 생각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생각나긴 하지만 스스로 바꾼 운명도 내가 선택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마음까지도 밝아진다. 그래, 우리는 분명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 미오와 케이시가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어떤 난관이 있어도 스스로 만든 운명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해진 틀속에서 움직여야 한다면 삶이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역시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며 그 끝에 이르렀을 때를 생각하며 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삶이고 인생이지 않겠는가. "곧 당신은 죽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일 것이니 그 후에 일어날 결말 또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미래'가 정말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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