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세를 꿈꾼 사람들.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2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조선시대의 임금 숙종을 떠올리면 '장희빈'이 함께 떠오른다. 물론 또 다른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도 않지만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소재라 늘 즐겨보았다. 지금이야 서인의 대표인 인현왕후와 남인의 대표인 장희빈이 당쟁의 소용돌이속에서 폐비가 되었다가 복원되고 중전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후궁이 되기까지 왕권강화를 위한 숙종의 계책의 희생양인 것을 알지만 역시 두 여인의 삶은 기구하기만 하다. 

 

나라의 큰 변이 일어나면 장삼자락 휘날리며 스스로 승병이 되어 백성들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숙종시대에 혁세를 꿈꾸고 해상 진인인 정몽주의 후손을 새 나라의 임금으로 세우고 나아가 북벌을 단행해 최영의 후손을 임금으로 세운다는 포부는 대단했다. 실제 숙종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왕좌에 앉아 있었는지라 그들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미리 알고 있지만 혁세를 하기 위해 이들이 장길산과 손을 잡고 실제로 이 나라를 엎었다면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신분이 없는 나라,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자신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백성들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물론 임금을 누구로 세우든 결국 세상은 똑같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폭정에 시달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으니 역모나 환국이 아닌 혁세를 꿈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일여, 묘정, 대성법주, 운부가 주축이 되어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도성에서의 일은 영창이 주로 맡는데 역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편으로 만든 것이 이 일의 가장 큰 실패요인일 것이다. 선옥을 찾아오는 이객을 납치하여 혁세를 하고자 하는 그들의 섣부른 행동은 춘택에 의해 사전에 저지되고 역시 체제전복없이 이 사건은 역사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저 꿈이었을까. 영창에게 운부는 물론 일여, 묘정 등을 만난 일이 모두 꿈만 같다. 실제 운부가 있다던 절을 찾아봤지만 그들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모든 사건들이 영창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듯 그렇게 마무리 된다. 변복을 하고 선옥을 만나러 온 이객 숙종, 숙종과 선옥의 만남은 유일하게 이 책에서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지만 운부 일행들이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길일을 잡아 장길산의 군사와 함께 도성으로 향했다면 이 일의 결말은 어떠했을까.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영창과 선옥의 이야기가 지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분출하지 못해 생기는 답답함이니 북벌이 성공해 드넓은 중원을 조선의 땅으로 만들지 못한 '한'은 누가 풀어줄 수 있을지. 이왕 알게 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사라져 마음만 서글퍼지는 것 같다.

혁세를 꿈꾼 사람들.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1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조선시대의 임금 숙종을 떠올리면 '장희빈'이 함께 떠오른다. 물론 또 다른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도 않지만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소재라 늘 즐겨보았다. 지금이야 서인의 대표인 인현왕후와 남인의 대표인 장희빈이 당쟁의 소용돌이속에서 폐비가 되었다가 복원되고 중전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후궁이 되기까지 왕권강화를 위한 숙종의 계책의 희생양인 것을 알지만 역시 두 여인의 삶은 기구하기만 하다. 

 

나라의 큰 변이 일어나면 장삼자락 휘날리며 스스로 승병이 되어 백성들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숙종시대에 혁세를 꿈꾸고 해상 진인인 정몽주의 후손을 새 나라의 임금으로 세우고 나아가 북벌을 단행해 최영의 후손을 임금으로 세운다는 포부는 대단했다. 실제 숙종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왕좌에 앉아 있었는지라 그들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미리 알고 있지만 혁세를 하기 위해 이들이 장길산과 손을 잡고 실제로 이 나라를 엎었다면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신분이 없는 나라,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자신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백성들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물론 임금을 누구로 세우든 결국 세상은 똑같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폭정에 시달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으니 역모나 환국이 아닌 혁세를 꿈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일여, 묘정, 대성법주, 운부가 주축이 되어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도성에서의 일은 영창이 주로 맡는데 역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편으로 만든 것이 이 일의 가장 큰 실패요인일 것이다. 선옥을 찾아오는 이객을 납치하여 혁세를 하고자 하는 그들의 섣부른 행동은 춘택에 의해 사전에 저지되고 역시 체제전복없이 이 사건은 역사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저 꿈이었을까. 영창에게 운부는 물론 일여, 묘정 등을 만난 일이 모두 꿈만 같다. 실제 운부가 있다던 절을 찾아봤지만 그들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모든 사건들이 영창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듯 그렇게 마무리 된다. 변복을 하고 선옥을 만나러 온 이객 숙종, 숙종과 선옥의 만남은 유일하게 이 책에서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지만 운부 일행들이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길일을 잡아 장길산의 군사와 함께 도성으로 향했다면 이 일의 결말은 어떠했을까.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영창과 선옥의 이야기가 지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분출하지 못해 생기는 답답함이니 북벌이 성공해 드넓은 중원을 조선의 땅으로 만들지 못한 '한'은 누가 풀어줄 수 있을지. 이왕 알게 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사라져 마음만 서글퍼지는 것 같다.

뱀이 어떻게 날아.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쑤퉁 지음, 김지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21세기맞이 괘종시계는 제멋대로 울린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우리네 인생처럼. 하지만 사람들은 새천년에는 2001번의 종소리가 들리길 기대한다. 다가오는 새천년 2001년을 새롭게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 물론 늘 똑같은 삶이 바뀔리 없지만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꿈꾼다.

 

기차역에 갑자기 나타난 뱀떼들, 대부분의 뱀들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이 뱀들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하층민들에겐 새로운 사건임에 틀림없다. 목욕탕에 뱀이 나타나 옷을 입고 나오지 못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금발소녀에게는 이 뱀들이 끔찍한 존재로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뱀은 날개가 없어 날 수가 없다. 그저 꿈틀거리며 나아갈 뿐이다. 비상할 수 없는 뱀은 하층민의 삶과 닮아 있다. 뱀 이야기를 빼놓고는 이 책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뱀'에 대한 것들이다. 빚을 갚지 못해 21세기맞이 괘종시계에서 떨어져 죽은 량젠, 전 남편의 죽음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렁옌, 그리고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사채업자 더췬 밑에서 일하는 커위안까지, 새천년이 다가오지만 이들에게 희망은 없어 보인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 폭력.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면서 점점 거칠게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책을 읽는 것이 불편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사람들의 모습때문에 마음이 쓸쓸해진다. 더췬과 커위안 앞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섹시춤을 추는 금발소녀, 사기꾼인줄 알면서도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탁자위에서 춤을 춘다. 이런 금발소녀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위안. 어쩌랴 답답하긴 하지만 이것도 그들의 인생인 것을. 밑바닥 인생이지만 커위안과 금발소녀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했다.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긴 하지만 금발소녀에게 안정적인 삶을 줄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기차역이라는 소재는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한다. 기차역 여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묵어가지만 누가 다녀갔는지 잊혀지기 마련이라 21세기맞이 괘종시계가 울리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그나마 이 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다. 뱀은 영원히 날 수 없다. 이들 하층민들도 멋지게 날아올라 화려한 인생을 살아갈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그들의 마음이 그나마 제대로 된 '삶'이라는 생각이 드니, 내가 참 비정하고 냉정한 세상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뱀이 어떻게 날 수 있냐'고, 소리라도 지르면 답답한 가슴이 뚫리기라도 할까. 살아가는 것이 참 힘들다.

세 사람의 삶과 사랑.

파이어 아일랜드
앤 브래셰어즈 지음, 변용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신비로운 섬 파이어 아일랜드.

여름이면 이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책 표지만 보면 몽환적인 분위기라 스릴러 장르의 소설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로맨스가 가미된 성장소설이라고 할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 표지를 본다면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여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책을 읽기전에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주보지 않고 서로의 등을 보는 사람들, 그리고 물속으로 걸어가는 여자, 이 곳 파이어 아일랜드에서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 남고 싶은 라일리와 서로 사랑하는 폴과 앨리스가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라일리와 폴은 서로 친구사이고 폴과 앨리스는 서로를 오랫동안 너무 사랑해왔다. 하지만 세 사람이 늘 함께 하던 시간을 깨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폴과 앨리스에게는 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폴과 앨리스 사이를 방해 한다고 여겨지는 라일리, 솔직히 라일리가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두 사람이 달콤한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게 어찌 보면 죄의식을 가질만한 일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모르는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 라일리를 보며 조금 화가나기도 한다. 폴을 사랑해서 질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놔두고 두 사람만 앞서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이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가 자신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다니, 나중에야 모든 사실을 폴에게 이야기하긴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앨리스는 라일리에게 참으로 헌신적이다. 라일리가 아파서이기도 하지만 그전부터도 늘 라일리를 배려하며 살아왔다. 라일리가 조금만 더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고 함께 했다면 세 사람이 좀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폴과 앨리스의 밀고 당기는 상황은 두 사람의 심리를 훤히 들여다 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지루하기도 했다.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전개된 '파이어 아일랜드', 폴과 앨리스의 사랑으로 라일리의 삶까지 흔들릴 이유가 있었을까, 라일리는 자신의 건강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을텐데 말이다. 사람들에게 동정심 받는 걸 원치 않았던 라일리는 시종일관 늘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런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만 서로의 감정에 신경쓰며 소중한 시간을 흘려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매혹적인 섬 '파이어 아일랜드'. 세 사람의 순수했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폴과 앨리스의 사랑이야기는 오히려 이 아름다운 섬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라일리의 삶에 빠져들어서 그녀의 아픔을 더 크게 느껴서였는지 모르지만 여름이면 돌아오는 '파이어 아일랜드'에서 만들어가는 추억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읽는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 소설.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별이라고 한단다. 제목의 뜻도 모른채 허겁지겁 책을 읽기전 사전을 찾아 보았다. 왜 이렇게 지었을까. 완전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세상에 홀로 남겨져 외로울 때 하늘에 떠 있는 개밥바라기별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지난 날을 기억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상상하니 오히려 가슴속에서 찬바람이 휙 지나가 마음이 쓸쓸해지는 건 왜일까. 나의 학창시절은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다. 순탄하게 남들이 걸어가는 길을 그저 따라 걸었고 다른 길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못했다.

 

개밥바라기별은 준,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가 화자가 되어 그 시절 겪었던 일들을 이어받으며 이야기를 해 나간다. 베트남전에 차출되는 준이 옛기억을 떠올리며 총에 맞아 죽은 중길이를 추억하고, 학교를 자퇴했던 지난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분명 친구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 사람이 독백을 하듯 읊조리는 글들은 나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 준이 다락방에서 음독을 했다는 글을 읽을 때는 현재 그가 음독을 했다는줄 알았다. 준의 기억이 과거와 현재를 빠르게 오가는 것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의 인생, 미래에 대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을까. 학교를 나오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준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불안감은 찾을 수가 없다. 생각했던 일들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이들을 보며 그 용기에 박수를 쳐야할지,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것을 경계하며 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 길로 가야한다고 명확하게 정해놓은 길은 없기에 퇴학을 당하고, 자기 발로 학교를 떠나는 인호와 준을 보며 그렇게 사는게 옳바른 인생이 아니라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 읽은 최인호의 '머저리클럽'도 성장소설을 그리고 있지만 두 소설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첫사랑의 설레임, 문학을 통해 교류하는 남녀의 우정, 사랑을 다룬 '머저리클럽'은 밝은 분위기인데 반해 '개밥바라기별'은 시대상을 많이 반영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든다. 좀 더 남성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고 할까.

 

저자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개밥바라기별', 지나온 청춘이 그리워 쓸쓸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게 될 것 같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해 아파하고 떠올리는 것조차 힘겹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볼 여유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엇을 추억해야할지, 기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지금은 거의 잊혀져 마음이 외롭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