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때 멈췄어야 했다. 다카시의 독백에 섬뜩함을 느끼기 보다 사회와 타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내게 와 닿지 않던 그가 내뱉은 언어들과 버무려져서 조금은 지루하다고 느껴졌을 때 그때 책장을 더 넘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멈췄어야 했다.

 

료스케를 죽인 '범인(악마)'이 밝혀졌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다카시를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범인'이 의도한대로 전국에서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고 그때마다 스다, 가타기리와 같은 형사뿐 아니라 '다카시'란 이름을 들어본적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그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결괴'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 부분에 오랫동안 시간을 들이고 그동안 다카시의 주변 인물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채 그를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료스케가 죽는 순간까지도 부르짖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그 마음을 아내 요시에는 언제쯤이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료타가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을 살아남기 위해 거부해 버린다면 자신의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세상은 알아줄까. 아니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요시에와 료타, 부모님 그리고 형 다카시만 알아주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가족들의 모든 것을 바꿔 버리고 말았다. 

 

료스케를 죽인 '범인'과 함께 한 도모야에 대해서는 그의 불행한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로 그의 엄마 시호코를 내세운다. 시호코는 아들이 스스로 살인자라고 자수했음에도 여전히 그것을 믿지 못한다. 이는 료스케를 죽인 것이 다카시가 아닐까 의심을 하는 가즈코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가족의 신뢰도 잃은 다카시는 이제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다. 가즈코는 아들 료스케를 잃었다. 앞으로 그녀가 겪어가는 일상은 피해자 가족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끔찍한 삶의 한 부분이다. 아니, 고통은 삶의 모든 것이 된다. 그리고 어머니 가즈코에 이어 아버지까지 자신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했던 다카시에게 이제 남아 있는 것이라면 스스로 움켜쥐고 있을 뿐인 자신의 '생명'뿐이다.

 

'죽음'에 대해 꽤 오랫동안 진지한 생각을 이어갔던 다카시에게 더 살고 싶다는 여지를 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솔직한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본 동생 료스케만은 이 세상에서 지켜줘야 할 가족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다카시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용의자로 심문 받던 수많은 시간들, 타인에게 여전히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의 시선을 느끼는 그에게 계속 이어질 '삶'은 또 다른 고통일 뿐이다.

 

결말이 '희망'일 수는 없었을까. '행복'은 아니어도 '희망'정도라면 내일,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 끔찍한 현실은 지금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