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지음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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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평을 보니 충격적이고 읽는 것이 편하지가 않다는 글들이 많아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리 정신적인 충격이 큰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마음이 아프다고 할까. 이런 종류의 글들을 읽으면 "세상에, 말도 안돼. 설마 이런 일이" 하며 반응을 나타내야 하건만 워낙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책속의 일들보다 더 끔찍하기에 그냥 큰 충격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어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9편의 단편들 중에 왜 "조대리의 트렁크"를 책 제목으로 내세웠을까. 아이를 버려두고 다른 남자에게 간 엄마의 비정한 마음을 보여주는 "웰컴, 마미!", 아기를 납치하는 대머리와 스포츠형은 아이를 방에다 가둬 둔 순미와 무관하지 않은 사이다. 같은 경찰서에서 만난 스포츠형을 보며 자식을 죽게했다고 스포츠형에게 욕을 하며 몸부림친다. 고물들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는 가출소녀 연주를 매일 기다리며 가족이 생겼다는 기쁨을 가진다. 이 "매일 기다려" 단편을 읽으면 왜 속절없이 애들에게 당하고만 있는지 자신의 것을 다 내어주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끝내 등을 보이고 할아버지를 떠나는 연주의 뒷모습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는다. 

 

사람들로 인해 생긴 상처를 다루는 단편들 중에 유독 "조대리의 트렁크"가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기에 책 제목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따뜻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여기에서도 대리운전을 하는 조용순은 저수지에 시체를 버리려는 사람의 차를 운전함으로써 살인사건과 전혀 무관하지 않게 된다. 장영수라고 자신이 조용순과 동창이라고 밝히는 이 남자, 조대리는 나중에야 동창이 아님을 알게 된다. 왜 그랬을까. 마지막 가는 길 친구라면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기때문이 아니었을까. 동창이라면 가족을 믿고 맡길 수도 있었을테니까. 동창은 아니더라도 장영수라는 사람이 이 곳에 살았던 것 같다. 병들어 누워있는 어머니를 돌봐주는 조용순을 보며 장영수는 차는 물론 전재산을 그에게 준다. 차를 맡아달라는 장영수, 그 차의 트렁크에 웬 노파가 있는 것을 보며 그제야 장영수가 조대리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 깨닫게 되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로망의 법칙", " 사랑의 후방낙법" 등 세상일에서 분명 있을법한 일들을 그려내기에 읽는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뉴스에서 보는 사건사고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사람냄새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아무리 고단하고 밑바닥까지 떨어져 내리는 고통을 겪어도 살아낼 수 있는 힘이 나는 것은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더불어 살고 있다는 그런 느낌 때문일테니까. 나를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또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해 준다. 맞은편 집의 욕실을 훔쳐보며 얼굴은 보이지 않고 장빗빛 발톱만을 보게 되는 '나'는 라면을 사기 위해 동전을 가지고 나가는 신세지만 그의 모습에서 달동네에서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K를 로망으로 생각하는 이제는 중년의 친구들, "로망의 법칙"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그들이 이상을 버리고 어떻게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지 그 열정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는지 보여주기에 한 사람, 한 사람 역사가 아닌 자들이 없다.

 

여자를 소유하기 위해 끔찍한 폭행과 협박을 일삼는 "굿바이 투 로맨스". 분명 이런 단편들을 읽으면서 세상이 무섭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기에 애써 괜찮을 거라고 말하며 나는 마지막 책장에서 머뭇거린다. 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적나라하게 보여진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들이 사라질까.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건드린 백가흠의 소설은 기억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아 한동안 조금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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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06-2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진사랑님, 축하드려요^^

학진사랑 2008-06-2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