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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ㅣ E. M. 포스터 전집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스" 이 책은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표지에 남자 두명이 보이긴 하지만 전혀 동성애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왜 책 제목을 "모리스"라고 지었을까. "모리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요즘 사람들의 시선속에도 '동성애'에 대해 그리 너그럽지 못한데 포스터가 "모리스"를 쓴 것이 1913-1914년이었으니 그 시대에 얼마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비춰졌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판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한 포스터, 그가 집필한 이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모리스가 퍼블릭 스쿨로 떠나기 전, 졸업식 날 듀시 선생은 모리스에게 앞으로 겪게 될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며 "10년 뒤 오늘, 우리 부부가 너와 네 아내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마"라고 이야기한다. 그저 평범하게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이 말은 훗날 모리스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모리스에겐 정말 꿈 같은 일이다. 이 책에서는 동성애라도 육체적인 교합에 대한 내용이 없어 두 남자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클라이브를 만나 감정의 변화를 느끼고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최면술까지 받아보는 모리스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다. 모리스에게 먼저 다가온 클라이브는 이젠 모리스가 싫다며 모리스의 여동생 '에이다'에게 마음이 있다고 얘기한다. 클라이브에게 좋은 감정을 가졌던 나는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의 행동에 화가나고 모리스가 애처롭다. 하지만 클라이브와 헤어진 이후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남자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모리스를 보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만난 시간이 길어야만 그 사랑이 진짜다"라고 이야기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서로를 알아가는 충분한 시간을 필요하지 않을까. 클라이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방황하며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모리스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클라이브의 집에서 하인으로 있는 알렉과 모리스의 사랑은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사랑이지만 알렉이 모리스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떠나지 않음으로써 이 책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물론 동성애를 허락하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에 맞서야 한다는 것에 대해 혹자는 "결코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알렉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모리스에겐 행복일 것이다.
모리스와 알렉. 이 두 사람의 뒷 이야기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클라이브에게 모리스가 찾아와 "알렉과 함께 한다"고 이야기 한 후 모리스를 그 뒤로 볼 수 없으니 두 사람이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해진다. 아마 클라이브는 모리스의 마음을 버린 자책감을 늘 가지고 있었기에 모리스의 알렉에 대한 마음을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클라이브의 마음속에 모리스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자리하고 있었기에 모리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게다. '남녀사이의 사랑이 아니다'라는 불편함이 전혀 들지 않았던 "모리스".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선사해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