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는게 빡빡하고 힘들다고 해도 내가 있는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 '여행'정도는 했었지만 아에 주거지를 옮겨 지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파피용'을 타고 지구밖으로 나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구로부터의 탈출, 물론 그 끝은 오히려 지구보다 더 원시적인 상태에서 사는 것이라 해도 시도는 역시 높이 사 줘야하지 않을까. 그전에 천년의 세월이 지났을때 '파피용'안에 사람들이 어찌 살고 있을지 시뮬레이션 정도는 해 봤다면 참 좋았을텐데 여러사람의 욕망이 어쩌면 14만 4천명의 후손들에게 선택할 권한마저 빼앗아 버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만 하다. 늘 가슴속에 가지고 있던 회피, 도망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꾹 누르고 탈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자기변명을 줄기차게 하면서 떠나왔으면 지구밖 생활이 지구에서의 생활보다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펼쳐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종교적인 냄새를 피우며 파피용호가 안착한 행성에서의 생활은 태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다를바 없는 생활이 이어지게 된다. 지구에서 가져간 것들로 인해 조금 아주 조금은 윤택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그 끝은 실패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이브과 엘리자베트의 만남은 아주 끔찍했다. 누구든 이런 만남을 하고 싶지 않으리라. 세계 단독 요트 일주 경기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우승하며 챔피언의 영예를 거머쥔 엘리자베트, 그녀를 차로 치어 하반신 마비로 만든이는 이브다. 어떠한 것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겠지만 그는 그녀를 위해 아버지가 연구하던 프로젝트를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어마어마한 자금력이 있어야 했지만 맥 나마라의 도움으로 가능했으니 '파피용'의 항해사로 엘리자베트를 데려오면 이것으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지도 모르니 '파피용'의 제작은 동기가 충분하다. '파피용'에 탑승하는 사람들을 좌지우지 하려는 정치인, 종교인 등을 보면서 사실 웃음이 나고 어이가 없다. 어쩌면 저렇게 이기적일까. 파피용을 제작하고 싶다고 했을때 사람들이 모두 안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완성된 단계에 이르니 서로 갖고자 하다니. 우주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법률에 제정하기까지 하는 모습은 정말 정이 떨어질만도 하다.

파피용의 발기인 이브, 엘리자베트, 맥 나마라, 아드리앵, 카롤린이 오래 오래 살아 파피용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지 않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파괴주의적이거나 우울증 등 안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배제하고 뽑았건만 역시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생활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쟁으로 인한 살육, 전염병 이 모든 것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이브에겐 치정에 의한 첫 살인이 나타났을때 생겨난 법률을 보면서 어쩌면 마지막을 예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엘리자베트와 함께 가정을 꾸려가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비록 모두의 아이라 할지라도 그에겐 그때가 가장 행복했으리라. 엘리자베트가 죽고 아버지처럼 사랑을 찾아 죽지 않고 그곳에 남아 천년뒤에 행성에 도착할 사람들을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그에게 남은 최후의 삶의 숙제였다.

이브의 개인비서였던 사틴이 아드리앵과의 불화로 떠나고 신분을 위장한채 파피용호에 탔을때 사람들 내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지구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고 착륙이 가능한 우주 왕복선 2인용을 만들고 후손들이 더 큰 우주 왕복선을 만들 시간이 천년은 있다는 생각에 믿었으나 전쟁으로 서로가 왕이 되겠다고 살육을 일삼고 싸우는 중에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권력밖에 없었으니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파피용의 제작을 도운 맥나마라의 유토피아는 자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암을 선고받고 오히려 지구에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 너무도 극한을 치닫는것 같아 안타깝다. 성을 없애고 이름만 남겨 아드리앵-18, 엘로-2 등 번호로 매겨가는 모습은 꼭 기계에다 번호를 붙이는 듯 하여 오히려 파피용에 승선한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지구를 그리워하며 '지구병'을 앓는 사람들. 살아가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후회하지 않았을까. 후손들에게 우주가 아닌 세계를 느낄 기회를 주었다면 지구밖으로의 탈출이 파피용으로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살만하다고 느끼기에 탈출에 대한 정당성에 아직은 동조할 수 없어 그들의 죽음만 안타깝다 느껴질뿐이다. 그저 우주로의 여행으로 몇십년을 돌아 다시 지구에 왔다면 많은 이들이 지금의 삶을 감사하며 다른 대책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지구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고통을 겪어보는 사람만이 삶의 행복도 알 수 있는 법, 파피용에서의 삶은 안정적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큰 행복을 느끼진 못했을테니 오히려 이 지구안에서의 삶에 작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이들의 삶의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며 읽어갔건만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는 생각에 조금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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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의화원 2007-08-2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진사랑님, 누군지 절 기억하실까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비니맘"이에요. ㅎㅎ
잘 지내시나요? 책 읽고 리뷰 올리시는 학진사랑님 보면서 여전히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구나 싶어 반갑고 기쁘고 그러네요. 반가워요. 다시 뵙게 되어서요^^ 제가 아는 분이 꼭 맞길 바라면서...

학진사랑 2007-08-2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비니맘님 반가워요..맞아요..그 학진사랑...ㅋㅋ 잘 지내시죠? 아픈데 없구요? 세월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올해도 얼마 안남았네요....
늘 한결같이 똑같은게 좋은거 같아요..ㅎㅎ 안부 물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