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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ㅣ I LOVE 그림책
피비 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평점 :
가지 끝에 연두빛 새순이 돋고, 우리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질 쯤
참 예쁜 그림책 한 권을 받았다.
초록빛 나무와 색도 모양도 각기 다른 꽃들이 피어난 산 속 어디쯤에
빨간 모자를 쓰고, 바구니에 딸기를 담은 작은 마녀 헤이즐이 있다.
헤이즐이 자연 속에서 보내는 네 개의 계절과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따스한 봄 향기를 싣고 나에게 왔다.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피비 월 지음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은 마녀 헤이즐이 사는 숲 속 지도가 실려 있다.
이끼숲 마을과 요정 마을, 트롤 마을이 있고,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의 집 위치를 알려주고,
도서관과 우체국, 방앗간과 편의점, 구두 수선집까지 숲 속 동물들의 생활을 짐작해 봄직한 상점들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길을 따라 걸어보고 싶을 만큼 자연과 어우러진 마을이 참 정겹다.
헤이즐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길을 잃은 알 하나를 발견하고
주인이 나타나길 한참을 기다려보지만 시간만 흘러갈 뿐,
헤이즐은 기꺼이 엄마가 되어주겠노라 다짐하고 알을 굴려 집으로 돌아온다.
알을 깨고 나온 것은 부엉이,
부엉이 오티스는 헤이즐의 보살핌을 받고 잘 자란다.
오티스는 스스로 날개짓 연습을 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훈련을 마친다.
계절은 여름은 바뀌어 가고, 작은 마녀 헤이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매일 매일 쑥쑥 자라나는 열매를 따야 하고,
도서관에 책도 반납해야 하고,
가을이 되기 전에 부츠도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한다.
그런데
숲 속에 있는 이들은 모두들 여름을 즐기기에 어느 누구도 일할 맘이 없는 모양이다.
도서관 사서는 휴가중, 우편요정은 낮잠을 즐기는 중이며
구두 수선공은 수영하러 갔다는 메모가 꽂혀 있다.
좋은 계절을 만끽하며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그들과 달리
헤이즐은 오늘 계획한 일들을 모두 할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헤이즐은 친구들의 부름에 마지 못해 뗏목에 앉아 연못 속에 발을 담근다.
바쁜 하루 중 유일하게 쉬는 시간,
내내 계획한 일들을 시행하느라 긴장했던 몸도 느슨하게 풀어지고
헤이즐의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든다.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니?"
숲 속도 마을도 모두가 풍족한 시간을 갖게 되는 가을,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한다.
작은 마녀 헤이즐은 혼자 남겨 되어 외로운 트롤을 구해주고
마을 친구들과 그루터기에 모여 저녁을 함께 하며 따스함을 나눈다.
헤이즐은 볕좋은 가을날도 어김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헤이즐은 추워진 날씨임에도 기꺼이 집을 나와 치통을 앓는 다람쥐 가족네,
가시가 박힌 두더지네, 외로운 요정네, 개구리가 목에 걸린 까마귀네로
하루라는 시간이 부족할 만큼 부지런히 움직인다.
너무나 바쁜 하루를 보내서였을까?
가장 중요한 날씨를 살피지 못했고, 해가 저무는 시간을 체크하지 못했다.
작은 마녀 헤이즐은 눈보라에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눈밭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
숲 속은 지금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가 마을로 돌아가는 길도 보이지 않고,
눈 소식에 눈밭을 뛰어다니는 동물 친구들의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그 때 헤이즐의 위로 어두운 그림자와 더불어 긴 날개를 펼쳐
작은 마녀를 꼭 끌어안는다.
마치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언제든 그녀에게 꼭 은혜를 갚으려는 듯
온기로 그녀의 피곤을 녹여준다.
숲 속 마을 작은 마녀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숲 속을 살아가는 생명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서로를 위해 나눌 줄 알고
서로에게 닥친 상황을 수용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순서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먼저라는 맘으로 기꺼이 손을 내미는
숲 속 마을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따듯하게 가슴을 녹인다.
봄날 나에게 온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우리는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으며,
함께 살아가면서 주고받는 것은 서로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용기는
내 안의 따스함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