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4대가 함께 산다는 것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잦을날이 없긴 하지만 그만큼 행복이 배가 되니 나도 이들속에 소속되어 시끌시끌한 일상속에 녹아보고 싶다. 다른 식구라면 어린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기억이 다인데 그것도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무지하게 구박을 받고 자랐었다.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지금에야 옛날일이라 기억도 희미하지만 아파트라는 사각공간에 갇혀 층간소음밖에 들리지 않는 이곳보다 사실 그때가 더 그립다. 

드라마에서도 '딸부잣집'이니 '목욕탕집 남자들'같이 대가족이 모여서 살면서 알콩달콩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참 부럽다고 생각해서 어머니께 "삼남매도 작다"고 "왜 다섯은 낳지 않으셨냐"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장성해서 다들 자기 일에 빠져 살다보니까 한번 모이기도 힘들기에 오히려 세월이 가면서 적적하기만 하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으면 좀 시끌벅적하겠지만. 사실 명절때 많이 모이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내가 다른 집 사람이 되고 보니 명절이 싫어지니 참 내 맘속에 악마가 살고 있는 것인가. 

어떤 향수보다 책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하지만 살아오면서 헌책방에 가본 적이 없다.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서점갈 일도 거의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러나 헌책방 안이 어떻게 되어 있을 것이란 상상은 충분히 가능해서 '도쿄밴드왜건'의 헌책방 나들이를 하는데 조금은 낯설긴 하지만 경쾌하게 걸어들어 가 본다. 사실 이미 돌아가신 훗타 사치가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섬뜩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잔잔하게 가족들을 소개하는 모습에 안심이 된다. 가족들에 소속되어 있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심정을 느낄 수 있어 안타깝긴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입가에 웃음이 절로 흐른다.  

대대로 헌책방을 경영하는 훗타 집안. 모든 세상일을 꿰뚫고 있을 법한 칸이치가 집안의 제일 어른이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모두 이 곳에 와서 의뢰할 정도로 탐정 기질을 가진 킨이치의 손자 콘, 솔직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몇번을 앞쪽으로 돌려 가족관계를 적어 놓은 설명을 봤는지 모른다. 겨우 이름과 가계도가 머릿속에 들어왔을때는 도쿄밴드왜건의 이야기는 종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책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대를 이어서 헌책방을 하긴 힘들겠지. 헌책 애호가인 IT기업의 사장인 후지시마가 도쿄밴드왜건에 있는 헌책을 다 사고 싶다는 말에 책 한권 사갈때마다 리포트를 써 내라니 참 누가 들으면 콧방귀 뀔 일인데 그래도 무던하게 드나들면서 리포트 검사를 받으니 맘들이 넓다고 해야하나 정이 많은 건가. 물론 이것이 살아가면서 인맥이 된다.  

그나저나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 얽긴 실타래가 풀려가듯이 하나씩 풀려나가는데 나만 모른다. 나중에 정리해서 설명해 줘야 알게 되니 눈치가 너무 없나 보다. 죽은 훗타 사치와 대화가 통하는 콘. 중간에 소통이 끊기긴 하지만 옆에 아직도 계시다는 느낌은 참 포근하겠지? 밖에서 낳아 온 가나토의 아들 아오, 이복남매긴 해도 아이코, 콘, 아오 이들에겐 끈끈한 정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믿어주는 것? 가족냄새가 난다. 이 낯익은 냄새는 서로 알아보지 못해도 피가 섞여 있으면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일게다. 장성한 아들 아오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한편의 영화처럼 배우로 다가가는 이케자와를 배려하는 칸이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 없이 지켜보기만 하기에  나의 가슴도 따뜻해져온다. 이런 가족과 함께라면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질텐데 모두가 잠든 이 시간 사람들의 말소리가 그립다. '러브' 그래 모든 것에는 이 '러브'가 있어야 한다는 가나토의 말이 귓가에 머문다. 엉뚱하기만 한 가나토지만 가슴속에 가족애가 있기에 누구보다 당당하게 '러브'라는 말을 할 수 있겠지. 각박한 세상사에 쉬고 싶은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나도 잠깐의 휴식을 맛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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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7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진사랑님, 반갑습니다. 잘 읽고 추천합니다.
저도 썼던 리뷰라 더욱 반갑네요.^^

학진사랑 2007-08-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미흡한 제글을 읽고 추천까지 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참 재밌게 읽은 책이랍니다...ㅋ
즐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