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 그녀와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알라딘 인문강좌를 신청해놓고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를 실제로 보게 된다는 사실에 너무 좋았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을 내가 만나게 된다니!
[뼛속가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보고 받은 느낌은 참 이 사람 행운이 따라다니는 사람이구나, 였다.
모든건 국경을 넘으면서 시작되었다는 그녀의 글을 보면서 나도 프랑스 가면 목수정처럼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내
내 따라다녔다. 그리고 쉽게 잘 읽히는 그녀의 글이, 글솜씨가 부러웠다.
그런 그녀를 직접 보게 되다니! 물론 목수정이란 사람을 알게 된 지 고작해야 일주일이고, 책도 한 권밖에 안 읽은 나
였지만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 웅진이 마련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동안 강의안을 읽었고, 그녀는 건너편 막에서 나왔다.
그녀가 나왔을 때 느낌이란 ! 이쁘다, 이런거를 다 떠나 난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을 여지껏 본적이 없었다. 난 사람의
분위기에서 그 사람의 삶의 태도나 성격이 묻어나온다고 생각하기에 분위기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근데 목수정은 처음 보
는 분위기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강연은 편안하게 이루어졌다. 그녀가 앞으로 낼 책이 내용이 강연내용이라던데 '한국사회에서 왜 사랑의 에너지가 사
라졌는가? ' '한국사회의 기형적 성 생활, 한국인들의 각종 우울한 수치들을 '사랑'과 연관지은 강연이었다. 지금 이 사회에
서는 결혼도 아니고, 돈을 주고 지불하는 성 산업이 발달해 있다며 성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라는 게 문제의식
인 듯 하였다. '사랑'이란 마법이 사회전체에 퍼지면 성폭력, 우울증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논지
인 듯 하다. 그리고 그녀는 10대들에게도 사랑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딸에게 그런 엄마가 되는 게 꿈이
라는 그녀의 주장은 어찌보면 과격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낭만적이기도 하다.
10대의 사랑. 전 공정택 교육감의 10대 연애에 관한 철학은 이랬다고 한다. 연애 금지, 성관계 적발시 퇴학. 전 서울
교육감처럼 10대를 무지한 인간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목수정 그녀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는 조금 위험한 듯 하
다. 연애는 허락하는게 가능하다. 그런데 10대의 성관계까지 허락하는 것은 나는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물론 건강한, 책
임을 지는 관계를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10대는 커녕, 20대의 성 또한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 분위
기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깜깜하다.
3일 들었던 강연과 목수정을 본 기억을 생각하면 나도 그녀처럼 되고 싶다. 혹은 그녀처럼 분위기를 풀풀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살면 나도 언젠간 그녀같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