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봄에 한창 스폰서 검사라고 해서 시끄러웠다. 한 두번 터지는 것도 아니고 그러려니 했던 그들이 갑자기 알고 싶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검사, 판사, 변호사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난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티비에서 보는 것에서 유추해서 아 저런 일을 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할 뿐이다.      

 

        2008년 7월 기준으로 변호사, 판사, 검사는 총 1만 4201명이라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많은 숫자지만 법조계는 굉장히 좁은 바닥이라 근무지와 경력을 얘기해도 법조계 인사는 누군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 책은 매우 위험한 도전을 한 책이 아닌가 싶다. 23명의 법조인, 법률 사무인 등을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히듯이 이 책은 '그들만의 경험'이라고 가정하고 읽어야 한다.(일단은) 하지만 종종 읽다보면 사법전체가 이러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읽는 나를 보게 된다.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동안 사법계에 품어왔던 막연한 환상이나 동경을 걷어버린다. 특히나, 우리 사회가 지적하는 비리, 로비 등은 그들의 '거절할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이들도 보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한편으로는 그 거절할 수 없는 관계라고 칭한 관계가 '거절할 수도 있는 관계'라는 점에서 해결책이 있다는 생각이 가능하게 했다. 또, 일명 로비스트 문제에 대해서도 이 책은 정말 솔직하다. 법률 사무실에 있는 사무실장은 모두 로비스트라 보면 된다며 그 사람들을 잡아가면 된다는 법률사무소 직원의 말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현재 로스쿨 교수가 쓴 이 책은 그 자신이 사법고시패스생이었기도 해서 얼마간은 그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점은 우리가 모두 사법집단을 매도하지 말고 그들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며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우리가 그들을 비난하지만 정작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든 인맥을 동원해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청탁이 될 수도 있고, 밤 못드는 잠을 만들 부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신흥 귀족이라는 듯 우러러보지만, 그들도 같은 고민을 하는 인간임을 깨닫는다면 법조인에 대한 무작정의 동경도,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아, 이 책 희망제작소 프로젝트로 이루어진 책이다. 게다가 삼성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책이다! 이런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독자입장에선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김용철 변호사 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어찌 봐야 할 지도 아리송하다.)

      (역시나, 이 책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분들, 현재 법조계에 계시는 분들이 일차적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법대생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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