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슴도치의 우아함?? 

        이 책은 프랑스에서 40만부가 넘게 팔린 책이라고 한다. 500쪽에 육박하는 분량과 쉽지 않은 소설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문장들은 '철학선생 아니랄까봐 어렵게 썼나'라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문장들은 조금조금 흘리고 르네와 팔로마에게 집중한다면 정말 어려운 책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2명은 모두 특이하다. 세상에 어떤 책의 주인공이 특이하지 않으리만, 철학과 영화와 문학을 좋아하는 경비실 수위(르네)가 어디있으며, 부잣집 딸로 태어나 열두살에 자살을 생각하는 소녀(팔로마)는 어디있을까 싶다. 이 책이 힘을 얻는 이유는 캐릭터가 독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2명의 주인공의 공통점은 이러하다 : 지적 수준이 뛰어나다, 다른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맺은 경험이 (거의)없다,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산다   

      소설에서 르네와 팔로마는 쉽사리 만나지지 않는다. 소설의 후반 즈음에서야 두사람이 만나 이야기하고, 내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이전까지 이들은 일상을 정말 일상처럼 살았다. 흥미로운 건 이 두사람이 서로에게 더 다가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카쿠로 오주라는 일본인이다. 르네는 오주와 첫 눈에 서로의 정체(!)를 알아보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물론 르네는 정체가 탄로날까 망설이고, 오주와 친구가 되어서도 계급을 뛰어넘는 우정은 있을 수 없다며 부정하긴 한다. 르네와 오주, 팔로마는 서로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 혹은 사랑을 나눈다.  

      '고슴도치' 가 흔히 의미하는 바는 남과 관계를 맺고 싶어도 못 맺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고슴도치는 르네이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르네가 자신의 본모습을 그렇게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을까? 이다. 또, 르네와 팔로마는 둘다 지적 수준이 뛰어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혹은 귀찮아지지 않으려고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다. 이 둘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화'가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이들은 지적수준이 자신들과 안 맞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카쿠로 오주가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뛰어난 지적수준과 취향때문이었다.  

      뭘까?  꼭 지적수준이 뛰어난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어 마음을 털어놓고,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건 아닐것이다. 아마 우리가 친구가 되는 이유는 성격, 취향, 계급이 비슷해서여서 이런 설정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에 계속 나온 문장이 있다.  

                                                                                   "여러분, 친구는 하나만 사귀세요. 하지만 잘 선택하세요."   

      

  인간의 고독함은 친구 하나만 잘 사귀어도 왠만큼 해결될 수 있을까. 그런가보다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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