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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편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2편에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p.70 그래, 상처받지 않기 위해, 냉소적인 것, 소위 쿨한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 그러나 그렇게 사는 인생은 상처는 받지 않을지 모르지만, 다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더욱 황당한 것은 상처는 후회도 해 보고 반항도 해 보고 나면 그 후에 무언가를 극복도 해볼수 있지만 후회할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의 공허는 후회조차 할 수 없어서 쿨(cool)하다 못해 서늘(chill)해져 버린다는 거지.
1년 전 즈음에 이 글을 봤으면 어땠을까? 위녕처럼 상처받지 않는게 그래도 좋은 게 아니냐고 했을 거다. 지금 나는, 상처가 오면, 상처를 받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그 상처를 견디고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그 상처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줄지.. 나도 비바람때문에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깊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상처를 받더라도 그 상처가 나를 너무나도 '쿨'하지 못하게 하고 싶다.
p.80 엄마 친구가 그러더라. 인생의 길을 올바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이 세 가지를 질문하면 된다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너의 길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남들이 나의 길이라고 안하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내가 가게 될 길이 너무나도 시대를 앞서간 것이어서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그러나 내가 그런 삶을 살 것 같지는 않은..)
p.100 고통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고통과 작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그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고통을 놓아 버린 후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릔 신부님)
지금 고통받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고통스러워할 나날이 있을 것이기에, 이 글귀를 적어둔다.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자가 되어 이 글을 볼 수 있길.
p.144 우선적으로 가장 강한 자들을 원할 것인지 아니면 가장 약한 자들을 위해 봉사할 것인지는 우리가 내려야 할 진정한 사회적 선택이다. 이 선택이야말로 한 가정이, 한 종족이, 한 나라가, 또는 한 문화가 위대한지 또는 저급한지를 결정짓는 것이다.(피에르 신부)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생각하게 해본 구절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외치고 있으니(지배세력이),.. 나중에 더 어른이 되면 꼭 새겨놓고 살아야겠다. 그때 나는 가장 약한 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p. 164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어디에서 신의를 지켰고, 어디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 너는 어디에서 용감했고, 어디에서 비겁했느냐? 세상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대답을 한다네. 솔직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국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것일세. <<열정>>
모든 것의 끝에, 내 인생으로 대답을 하게 된다는 말.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전 생애로 답해야 한다는 게 중간고사, 기말고사 전범위 시험을 본다는 것처럼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 마지막에 서서, 나는 자신있게 "난 이렇게 살았어요! 행복하게,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았어요!"라고 외칠 수 있을까? 한순간 한순간을 열심히 살라는 공지영의 목소리도 들린다. 나중에, 내 전 생애가 송두리째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고생해야겠다.
p.165 자네 영혼의 밑바탕에는 갈등, 자네가 아닌 사람이고 싶은 동경이 숨어 있었어.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시련은 없네. 현재의 자기와는 달라지고 싶은 동경, 그보다 더 인간의 심장을 불태우는 동경은 없지.
나도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든 자유자재로 감쪽같이 될 수 있다'는 능력을 가졌을 때는 정말 부러웠다. 나도 그 주인공처럼 내가 원할때마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 성격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아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시련은 없다는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일까. 현재의 자기를 인정하려면, 일단 현재의 자신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내가 두려운 건 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p. 179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만일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을 방해하고 너의 성장을 해치고 너의 일을 막는다면 그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의 노예로 들어가고 싶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네, 이렇게 사랑할게요 공지영씨. 내 사랑과 상대방의 사랑이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삶의 기쁨이 되도록요.
p.228 여성의 가장 큰 매력인 여성스러움을 왜 버리려 할까 (타샤 할머니)
사실 공지영씨가 한때 그랬다는 것처럼, 나도 여성적이지 않은 옷차림을 좋아하며 그런 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대놓고 '나 여자에요'하는 옷은 싫어한다. 다만 ,, 정도의 차이지만 이제 그 여성스러움에 대해 좀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왜냐면, 젊었을 때의 여성스러움은 나이들었을 때의 여성스러움과 차이가 있을 것이며, 다시 한번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도 마음껏 발산하고(!)
이제 내가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다 썼다. 저자가 각 에피소드의 끝마다 수영을 하러 가야 한다며 (끝내 가지 않았지만) 늘어놓던 핑계(!)와 음,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그녀가 가려던 수영장이 나중엔 슈퍼로 바뀌고 말았는데, 평소 생각에 대단해보이던 사람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킥킥 웃을 수 있던 게 좋았다. 에필로그로 그녀의 딸, 위녕이 쓴 편지도 너무 좋았다. 이런 모녀가 있다는 것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흐뭇하다. 또, 장차 그녀가 글을 쓰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도 하게된다. 참- 읽으면서 따뜻한 책이었다.
자,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