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정혜윤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침대와 책>이었다. 누군가가 순전히 책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을 읽은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어떻게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지, 어쩜 이렇게 인물과 사건에 예민하게 반응하 

며 느낄 수 있는지 그녀를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고, 가장 최근 책인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읽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집은 건 순전히 그녀가 썼기 때문이다. 그녀가 쓰면 한 가지 책이 여러 

가지 책과,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엮여 정신없게 풍부해지니까. 

  

       제목이 특이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서점에서 본 제목을 떠올리며 '두번 진행된다는 게 무슨 의미지?'라고 생각 

했었다. 그녀는 '만약 우리에게 세계가 한번만 진행된다면(보이는 그대로만 보는데서 멈춘다면) 우리는 매 순간 과거의 자신 

이다. 확실히 우리는 한 몸 안에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 순간에도 과거와 미래를 산다.' 라고 했다. 솔직히 아직 

도 그녀의 '두번째'가 의미하는지가 '확'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 

이 우리를 살게하는 거라고 하는 것 같다. 고전과 엮어서 얘기하면,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과거와 미래, 두 번 살게 되 

는 게 아닐까 싶다. 

       

        민음사에서 낸 책이니만큼, 민음사의 세계고전시리즈에서 고전의 리스트를 뽑아낸 것 같다. 그녀가 고른 책 중에 내 

가 읽고 싶게 된 책은 <폭풍의 언덕>,<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984>,<주홍글자>,<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이다. 책에  

실린 15편 중 나는 4권뿐이 못 읽어보았다. 그래서 저자가 써놓은 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적이 많은 게 아쉬웠다. 정혜 

윤씨의 책이 가진 장점은 그녀가 정말 감성이 예민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똑같은 책을 보고, 글귀를 보아도 그녀가  

읽어내는 것과 내가 읽어내는 것은 다르다. 반면 단점은, 가끔 문장이 너무 화려해 본인에게 정말로 그 감정을 100% 느꼈 

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였든, 고전을 읽고 싶은데 무엇부터 읽을지 모르는 분이 읽어도 좋을 것  

같고, 그녀와 내가 느낀 게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도 좋을테고, 여기 나온 고전을 다 읽고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녀가 추천한 고전을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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