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이랑 원작 하녀를 보았다. 나는 이번에 나온 전도연 주연의 2010년 하녀도 본 상태여서 원작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마틴 스콜세지가 꼭 복원해야 할 작품이라고 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한 20명 정도 

   는 있어서 놀랬다.  

     

      내가 2010년 하녀에서 느낀 주된 감정이 '어떻게 저럴수 있어? 돈만 있으면 다야?'와 같은 억울함이었다면, 원작에서는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 모두 한심해보였고 특히 여자주인공의 사랑이 진정 사랑인지에 의아함이 들었다. 그녀가 남자 

    주인공을 유혹하는 이유가 그를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풍족한거 같지 않지만) 재산 혹은 배경이 탐났던 것인지도  

    난 잘 모르겠다. 그녀가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내 것이라고 말해줘요" "당신은 영원히 내 것이야" 라고 할 때 나는  

    그 집착에 무서웠었다. 아무리 봐도 남자는 그녀를 사랑한 것 같지 않다. 그저 성욕때문에 관계를 맺고 어쩔 수 없이  

    붙잡혀 살게 된 게 분명한것 같은데, 그녀는 그래도 남자가 좋단 말인가?  

    "그 남자는 널 사랑하는 게 아니야 바보야!"라고 소리치고 싶었고, 넌 지금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있는 것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그녀를 그 집에서 데려나오고 싶었다.  

  

      남자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내가 볼때 그는 거의 여자를 혐오하는데, 왜 왜 왜 도대체 왜 그럴거면 처음에 실수를 했 

    냔 말이다. 다른 직장을 찾든가 그도 안되면 다른 곳으로 가든가 왜 부인을 냅두고 그녀와 같이 자러 방에 가는지 난 도무 

    지 이해가 안되었다. 그 모든 광경을 본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자랄지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마지막에 남자가 부인에게 와서 죽을 때, 난 부인이 통곡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아내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그의 눈 

     을 감겨주었을 뿐이다. 마치 당신이 차라리 죽어줘서 고맙다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힘은 사람  개개인의 '욕망'이라는 점이다. 그 욕망이 좋은 것 

      이면 좋겠지만, 왜 내가 보는 영화에서는 그렇게 다른 사람을 상처줄 수밖에 없는 욕망들이 넘쳐나는지 모르겠다.   

      욕망이란 게 없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러면 삶이 너무 칙칙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욕망만 존재하는  

      사회는 불가능하고, 사람의 욕망이 모든 재앙과 불행을 야기하는 것 같아 난 그런 영화를 보면 착잡해지곤 한다. 

 

         씨네 21인가 거기서 읽은 것 같은데, 2010년의 하녀는 원작보다 계급 대립에 치중했다고 한다. 원작 하녀와 달리 2010 

       년 버젼에서는 가족이 상류층이며 하녀와 가족의 관계는 더더욱 관료적이다. 아마 원작 하녀 그대로 가져왔다면, 사람 

      들에게 충분히 이해도 못 받고  그저 그런 치정극에 불과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똑같은 영화 소재를 가지고도 시대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시대의 힘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  그리고 원작 하녀에서  

      마지막에 남자주인공이 관객들에게 훈계를 하는데 그건 좀 에러였던 것 같다. 그거 때문에 다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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