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정치학 - 자유로운 시민을 위한 비판적 사고의 기술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4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야기 정치학은 다른 건 다 차치하고라도 가장 중요한 걸 가르쳐준 책이다.  

     "바보가 되지 마라"  

      고대 그리스 시절에 'idiot'이란 단어는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에 갇혀 공적인 일에 있어 남의 의견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요즘식으로 이야기하면, 정치에 관심없고 알려고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란 얘기다. 

     물론, 요새는 '난 정치에 관심없어'라는 태도가 유행이기도 하고, 정치에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둘러댈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변명이다. 한때 나도 그러했지만, 점점 그런 방관자적인 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치에 대해 비판을 하고, 정치인에 대해 욕을 하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참여를 하고, 알아야 하지 않나 라는 게 내  

    생각이다. '관심없어'라는 이유로 내 표를 포기하기엔, (내 표가 결정적인 역할은 못하더라도) 정치의 영향이 너무나  

   '크다'  

   

     작가는 아들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며, 정치의 기본적인 주제와 개념을 풀어나간다. 정치는 무엇이며, 왜 존재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이다. 최근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작가는 머릿말에서도 밝혔듯 

   이 입문서처럼 기본 개념만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이야기해준다. 이 점이 작가와 반대되게 생각하는 사람 

  에게는 못마땅할 수 있지만, 나는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실'만 있는 책보다, 그 '사실에 관한 의견'을  

  접하고 그에 관해 비판/찬성/숙고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작가는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라는 말을 기억하면 된다고 한다. 그는 무정부주의자 

의 주장이 일견 타당하더라도 그 이유가 '국가를 없애자'라고 할만큼 이익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 

에게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되자'라고 한다. '진정한 개인주의자'란, 다른 사람의 의견/가치보다는 '자신'의 의견/가치를  

중시하고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국가적인 사안에 방관하지  

않으며 참여하는, '국가와 자신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라 한다.  작가의 결론이 너무나도 확실하여 여기에 반론을 

들고 싶지는 않다.

 

     책의 대상은 '청소년'이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작가의 아들이 '바보'로 자라지 않길, 그리고 나도  

  '바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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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쓰네가와 고타로의 [야시]와 [가을의 감옥]을 '매료되었다'라고 할만큼 재밌게 읽었다. 

 내가 이 사람의 작품에 매료된 건 지금,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선 이곳과 다른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천둥의 계절]에서도 역시 '상상의 장소'가 나온다. '온'이라는 곳에 사는 겐야는 하계(인간세계)에서 온 아이다. 주인공이 으 

레 그렇듯, 겐야에게도 특별한 점이 있다. '바람와이와이'라는 정령이 씌여있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무덤촌에 가서 문지기 

와 친구가 된다. 겐야에게도 하다카라는 친구가 생겼는데, 하다카의 오빠가 살인을 한 사실을 알게된다. 하다카의 오빠, 나카 

하시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겐야는 그가 죽이려고 하자, 정당방위로 나카하시를 찌르고.... 나카하시는 자신의 살인을 겐야 

에게 뒤집어씌우고 죽는다. 그 뒤 이야기는 겐야가 살기위해 '온'을 벗어나 하계로 도망치는 과정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의 후반부부터 '아카네'라는 인간세계의 아이가 나오면서 화자가 2명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겐야와 아카네, 하다카의 이야기는 온과 하계가 통합한 것처럼 만난다.  

 

 책 뒤표지에 '그곳에 두고 온 또다른 내가 있다'라는 카피가 있는데, 이게 겐야나 아카네, 하다카가 '온'과 '하계'에 각각  

존재하여 살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도저히 이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음.. 만약 작가가 아카네의 이야 

기와 겐야의 이야기를 합친 이유가 스토리에 변형을 주거나, 재미를 주기 위해서였다면 결과는 별로였다고 본다. 나같은  

경우에는 겐야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2세계에 1명의 사람이 각각 존재한다는 것도 특이한 발상이고  

좋지만, 내 머리의 이해력부족인지 갑자기 2가지 이야기가 통합되서 헷갈렸다. 물론 이마저 작가가 노린 효과라면 할말은  

없다.(그렇겠지만 아마)  

  

   어쨋든, 이러한 점을 다 치더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이런 기이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말이다. 정말 이런 분위기의 책은 지하철 타고 내릴역 지나쳐도 모르고 계속 읽을만큼 흡인력 있는 것 

같다. 난 이런 책들을 좋아한다. 다시 [야시]와 [가을의 감옥]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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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다. 번갈아가며 독서토론 사회를 본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그 사회를 본다는 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말 주변도 없고, 내가 나서면 어색해지는것 같은 분위기에 움츠려들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사회를 볼 때 분위기나 그들의 사회 스타일을 나름 눈여겨 보게 된다.  

    내가 발견한 건 그거다. 개개인의 분위기, 성격이 그 토론 사회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고  토론 분위기까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보자.  

 

  1. 쾌활하고 웃긴 캐릭터의 여자가 사회를 본다고 하자: 토론은 활기를 띄고, 구성원들도 많이 웃는다.       

  2. 차분하지만 밝은 성격의 여자 :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대체로 토론은 매끄럽게 진행된다. 

  3. 명확하고 밝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성격의 남자 : 토론은 '정말' 매끄럽게 진행되며, 종종 토론 시작부분에 개인이  '강의'형식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사람들의 의견을 정리한다. 

  4. 평소엔 재미있지만 토론때에는(그리고 내면적으로는) 진지한 남자 : 토론사회를 보면 진지한 면만 드러난다.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각도에서 토론을 이끌어나가준다. 가끔 질문이 너무 심각하고 신선해 분위기가 진지해져 무거워진다. 

  5. 평소 밝고 독특한 성격을 가진 여자 : 대체로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본인과 비교할때에는 그래도 가장 '비슷한' 사람과 더 많이 비교하게 된다. 나의 경우, 성격이 비슷한 사람은 없어서 토론 분위기를 비슷하게 만드는 사람을 꼽자면 5번 여자이다. 평소 진행하는 걸 보면, 나만큼 미숙하지는 않지만 그녀도 때때로  사회자를 보는 게 뻘줌한게 눈에 보이고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걸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도 그녀가 사회자를 보면 분위기는 대체로 '밝다'. 그렇다면 이게 무얼 의미할까?  

얼마나 준비했는지에 상관없이 본인의 성격, 매력으로 충분히 '어느정도' 토론 사회자 라는 역할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내가 진행하는 토론은 저들의 분위기를 낼 수 없는 게 아닌가. 라는 결론에 이른다. 역시 사람 자체의 분위기, 성격이 제일 중요한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토론 사회자로 선정되면 그래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단순히 진행의 문제가 아닌, 내 성격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물론 가질 수 없는 걸 탐하는 것 보다, 내가 가진것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쉽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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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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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  이름만 들어도 이제 주로 어떤 작품을 내는지 아는 사람이다. 한때 꽤 이 사람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추리'라는 장르 전체를 읽지 않아서 멀어지게 되었는데, 아는 언니가 추천한 것이 생각나 읽게 되었다.   

     '블랙유머 소설'이라고 나와있고 책 제목이 말해주듯, 입가에 이상야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단편들을 모아놨다. 내가 공감도 많이 하고 '아 정말 이래-'라면서 본 작품들은 [울적전차],[고집불통 아버지],[역전동창회]이다.  

   [울적전차]는 지하철을 탄 사람들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임산부, 노인석에 앉으려고 하는(그러나 아무도 비켜주지 않는) 할머니, 미니스커트를 입고 앉은 몸매 좋은 여성과 그녀를 훔쳐보는 맞은편 좌석의 남성2명, 일에 치인 남자 직장인등... 여기 등장하는 인물 중 한명이라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라 보인다. 그래서 이들의 내면묘사가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해하는데 무리가 가진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생각할까? 라고 상상하면 우울해질 뿐이다. 

  [고집불통 아버지]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있을법한 아버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라는 형태로 더 잘 나타날 것 같지만 말이다. 자신이 야구선수가 되지 못해, 자식에게 야구를 시키려는 아버지. 그 집념이 너무 강해 눈살을 찌푸를 정도다. 마지막에,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간 자식에게 박수를 보낸다!  

  [역전동창회]를 읽으면서는 정말 씁쓸했다. 또 작가의 관찰력이 마음에 들었다. 학생들이 모이는 동창회는 '현재에 과거를 끌어들이는 것'이지만, 선생님들의 모임에 학생들을 부르는 것은 '과거에 현재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는 '과거에 현재를 부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았고 나 또한 일부분 동의한다. 어렸을 때는 친했는데 크고 만나니 어색한 친구사이가 이런 경우라고 본다. 공유할 것은 '과거'뿐. 각자의 '현재'에 다가가기엔 너무 멀어진 사이. 씁쓸해질 뿐이다.  

   

 이런 종류의 단편 모음집을 읽으면, 의외의 반전에도 놀라게 되고 작가의 소재가 우리 삶에서 정말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으신 분이라면 '호치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추천한다. '초단편'들의 모음집으로 이 작품보다 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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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일주일에 하루는 꼭 이렇게 찌뿌둥하고 해도 안나고 안개가 끼인 날이 있는 듯 하다.  

     집 밖을 나가기 전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집을 나가고 보니 참 날씨가 이상하다. 오늘 안 좋은 일을 겪어야 해 

    서 그런건지 더 우울해져버렸다.   

           오랜만에 간 도서관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괴소소설]을 빌렸다. 이런 소설은 지하철타면서 읽기에 정말 딱!이라 

     빌렸고, 밤에 집에 오면서 읽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오는 그 짧은 순간, 안개가 얕게 깔려있는 그 공기가 몽환적으 

    로 그리고 무섭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누군가 빨리 와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오래간만에 '안개'라는 노래도 생각났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 M 주제곡이기도 했던 노래. 그러고 보니, M을 보기에 

   도 좋은 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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