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구판절판


딸아, 만약 누군가 너에게 여자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모성을 운운하며 우리네 어머니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거든 귀를 닫아 버려라.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해라. 만약 상대방이 "참 못됐다"라고 말하면 칭찬으로 들어라. 그래야 많은 역할을 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며 너 자신을 지킬 수 있다.-18쪽

미국의 극작가 조 쿠더트가 말했다. "당신은 남의 사랑을 꼭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또 그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서도 안 됩니다.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평생 알게 될 모든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결코 떠나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을 유일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19쪽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나는 딱 3이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25쪽

건강하고 안정적인 자아로 커 나가려면 누구나 자기대상을 가져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기능을 해 주지만 성인이 되면서는 자기대상이 꼭 인격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충일감을 제공하고, 지지해 주며, 지켜 주는 안전판이 되어 견고하고 통합된 자기(cohesive self)로 기능하도록 해 준다면 이념, 취미, 활동, 직업 모두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34쪽

그러니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마라. 좋은 직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어느 곳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자기대상으로 삼는다면 오래도록 너에게 든든한 존재감과 성취를 가져다 줄 것이다.-37,38쪽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내게 헌신할 줄 아는 남자, 평생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남자라면 훌륭한 배우자감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그것을 즐기는 남자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남편감으로는 최악이다. 자신이 유부남이어도 여전히 꽃을 유인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남자는 위험하다. 자신의 아내를 한순간에 잡초로 만들기 때문이다.-52쪽

일본의 사토리(득도)세대는 언뜻 보면 무소유를 실천하는 건강한 젊은이들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을 꾸지 않는 데 있다. 사토리 세대는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후 장기 불황 속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꿈이나 목표를 가진다 해도 이룰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보니 아예 욕심 자체를 내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쿨한 척 현실에 만족하며 살겠다고 핮히만 그것은 미래를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일 뿐이다.-71,72쪽

냉소로 자신을 무장한 사람은 그저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나중에는 해 본 게 없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냉소적이 되지 마라. 냉소야말로 절망에 빠진 너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74쪽

미완성을 견디는 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일단 하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되면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87쪽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나와 안 맞는 상사나 동료는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지금 있는 직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안 맞는 상사나 동료 때문에 고민이라면 나는 일단 견디라고 말하고 싶다. 죽어라 견디다 보면 알게 된다. 정말 그 사람과만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나의 태도를 고쳐야 하는 건지 말이다. -92쪽

기본기를 닦는 과정을 '레디니스 readiness'라고 한다. 학습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준비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종종 이 과정을 생략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재료 손질이 되어야 요리를 할 수 있다. -93쪽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오히려 나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말인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어느 순간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지?'하며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지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정을 못 해 헤매고 있다면 그냥 직관에 따라 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113쪽

시기심에 시달린다는 건 내가 꼭 갖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찬찬히 따져 보면 내가 왜 그에게 시기심을 느끼는지를 알아챌 수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욕심내는 것이다.
........
건설적인 방법은 시기하는 대상이 가진 것을 인정하고, 자신도 똑같이 갖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다. 이때 시기심은 자신에게 자극이 된다.-122쪽

다른 사람이 바라는 것을 먼저 가졌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배려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랑의 뉘앙스가 튀어나온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러니 기쁜 마음은 정말로 가깝고 너를 아끼는 사람에게만 표현하도록 해라.-124쪽

한쪽만 베푸는 일방적인 희생은 상대방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처음 한두 번은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 이후로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 원인은 근본적으로 희생을 자청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거절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없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일이다. 늘 부탁을 들어주던 사람이 한계를 설정하면 처음에 그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감정일 뿐이다.

..딸아 , 김훈처럼 세상이 너를 함부로 대하도록 허락하지 마라. 진정한 이기주의자란 자신의 길을 갈 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에 당당히 맞서라. 그래야 세상이 너를 만만히 보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너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148,149쪽

사실 나는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보다 불안을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걱정스럽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호소하는 내용 중 하나가 "제 미래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다. 살아야 할 이유나 명분이 딱히 없기 때문에 욕망이 없는 것이고, 욕망이 없기에 불안도 없는 것이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살을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욕망이란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158쪽

생물학적으로 남자들에게 섹스는 성적 만족과 자손을 퍼뜨리는 행위인 반면, 여자들에게 섹스는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지켜 줄 남자를 찾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하는 현상이 여자들보다 남자들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여자들은 섹스 그 자체보다 상대 남성이 변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인지에 촉각을 세운다. 이런 이유로 여자들은 성행위에 쉽게 빠져들거나 흥분하지 않는다.-170쪽

"여자들이 잘하는 게임은'모범생'게임이다. ..여성은 맡은 일의 안팎에 통달하는 길만이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믿음을 갖고 직장에 들어간다.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모으는 등 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뭐든 한다." ..
남성들은 사기꾼 기질을 발휘해 아는 척한다. 그런 체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그런 체'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 모은다. 그리고 점점 높은 자리로 올라간다. 반면 모범생으로 사기꾼이 되기 싫은 여자는 아는 척을 못한다. ..그러는 사이 여자는 자꾸만 뒤처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게일 에반스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에서 인용한 것.-180쪽

나는 여자 후배들에게 회사에서 트러블이 생겼을 때 남자 입장에서 한번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규칙, 승패, 경기장에 빗대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규칙의 문제라면 규칙을 바꾸려 하지 말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낫다. 또 승패의 문제라면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이기는 것을 꺼릴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회사라는 경기장에서 경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 아니라면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183,184쪽

"네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만나지 마라"라고 했었지. ..그 말이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가 너를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라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200쪽

그녀는 진정한 친구라고 해서 모든 걸 털어놓는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친한 만큼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서로 터치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존중하고 지켜주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 저는 친구가 어떤 말을 하면 무너지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화가 나도 딱 그 선은 지켜요. 그 친구가 나중에 깨달을 거라 생각하고 믿고 넘어가는 거죠."-208쪽

직장을 그만둘 때 시댁이나 남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
사실 그녀가 지금 진짜 우울한 이유는 일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주부로 산 지난 세월이 시어머니의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중요한 것은 직업이 있느냐 없느냐, 주부냐 워킹맘이냐가 아니다. 내가 그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느냐 하는 점이다.

216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긴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뚫고 나아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기만의 내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214, 215쪽

워킹맘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버텨야 할 이유다. 나를 위해서 일을 그만두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힘들 때는 쉰 살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 -222쪽

경제력에 의존한다는 건 상대방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대상이 부모든 남편이든 경제적으로 의존하면 그만큼 상대방은 의존하는 이를 조종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반대급부적인 귀결이다.-244쪽

밥값을 한다는 건 돈의 절박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밥벌이의 지겨움도 고스란히 경험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스스로 번 돈은 아무리 적어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돈과 다르다. 자기 노력과 땀이 들어간 돈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그런 돈에는 자부심과 가치가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모르는 사람은 사회를 모르는 거라고 생각한다.-245쪽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에게 자유를 위한 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246쪽

영국의 사회 운동가 마리 스톱스가 말했다. "당신응ㄴ 16세 때의 아름다움을 당신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63세 때에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일 것이다."-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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