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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거나 천재거나 - 천재를 위한 변명, 천재론
체자레 롬브로조 지음, 김은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1월
평점 :
TV를 자주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주로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해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다시 말해 뛰어난 학습능력과 이해력을 자랑하며 영재의 기질을 지닌 아이들의 재능에 주목하고 응원해주는 것을 담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그들의 놀라운 지적능력이 때로는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영재들에게 우리 사회가 교육의 형평성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익적인 차원의 시각으로 그에 상응하는 학습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언젠가 그들 중에 세계가 주목하는 천재의 탄생을 지켜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여러 학문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천재들은 인류역사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일례로 과학 분야만하더라도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을 비롯한 세기의 천재들이 없었다면 과학발전의 덕택으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생활의 양상은 사뭇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인류사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또 하나의 새로운 천재의 탄생을 은연중에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천재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대한 성과의 부분만을 부각시켜 그 인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많지 않나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많은 천재들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었던 지적탐구욕망으로 인해 보통사람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마치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특이한 삶을 영유해온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천재라는 명성의 이면에 가려진 기행적인 모습을 토대로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그들의 실체를 재조명해보고자 했다.
우선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통상 우리가 천재로 간주해왔던 그동안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말하기를, 그들 대부분에게서 정신이상에 가까운 다양한 퇴행적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포괄하여 병적상태에 놓여 있는 부류라고 단언한다. 물론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퇴행이론을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그는 천재들이 탁월한 지적능력에 대한 대가로 퇴행적 특질과 정신병이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거로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볼 때, 천재들은 하나 같이 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면에서는 흠잡을 것이 없는 완벽한 상태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애착과 감정의 조절적인 부분에서는 뚜렷한 결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 부분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역사가들이 천재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들의 정신적 결함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중요시 하지 않았으며, 천재들 스스로도 우월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약점을 숨기거나 타인을 향해 노출을 기피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속에는 독자들이 지금까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천재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신적질환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선천적과 후천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천재성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서 촉발되는지에 대해 다각적이면서도 세밀하게 구체화하여 다루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광기의 개념을 토대로 천재라는 존재의 의미를 또 다른 관점의 차원에서 심층고찰하고 있기에 독자의 입장에서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고, 또 하나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책의 중간 중간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 속 위대한 천재유명인물들의 기행적인 모습을 상세히 담아내고 있어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사전적으로 천재라는 낱말이 뜻하는 것은 통상 일반사람들에 비해 타고난 정신능력이나 재능이 월등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런데 심리학에서 천재의 의미는 어떤 특정한 일에 대한 타고난 소질이 있어서 특별한 기술을 빠르고 쉽게 익히는 것에 더하여 독창성과 창조력 그리고 사고력을 필수적으로 가지며 이를 기반으로 미개척 분야를 새로 개척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천재성과 관련하여 그동안 학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 본질과 근원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는데, 이 책의 저자는 신경증이나 정신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그러한 증상의 원인이 자아와 환경과 같은 기본적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천재라는 것은 그와 같은 갈등을 스스로가 창조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그 증상과 결과가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명시한다. 아울러 오늘날 천재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천재성을 지닌 아이들은 과거와 달리 감정조절과 사회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천재들에 관한 내용은 지금의 그것과는 여러 요소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천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관점이 차이를 고려해보면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부 견해나 논점은 상당한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천재라는 존재의 대상을 단순히 피상적으로만 알아왔으며, 천재들이 지닌 지적능력만을 우선시해서 보려는 편협한 시각을 유지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 저자가 논하고자 하는 천재에 관한 일부 이야기는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기존에 우리가 인식하고 있던 천재에 관한 고정된 관념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이러한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 일독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