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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먼저 오랜만에 의미 있는 양서를 읽은 소회를 언급하기에 앞서 언젠가부터 인문학에 관하여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내 자신이 얼마나 고지식하게 지내왔는지 그래서 세상을 얼마나 폭넓게 바라보지 못하고 진정 살아가면서 무엇을 고민해야하고 깊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인간 본연의 가치에 초점을 두고 이를 지향하려는 삶의 과정이 너무나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내가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상황을 인지하거나 있는 사실에 관한 원인과 결과에 관한 공감대 형성에도 문제가 있었나 싶고 어쩌면 많은 시간을 편협적인 시각에 머물러 정체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그러한 자성의 발로에서 점차 인문도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이후로 그 연장선상에서 만나 접하게 된 역사서다. 그러나 사실 개인적으로 프랑스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학창시절 세계사에서 배운 내용이 전부라고 할 만큼 지식의 정도가 빈약하고 단순히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역량을 지닌 나라라는 것을 뉴스를 통해서 전해 듣는 것 외에는 아는 부분은 별로 많지 않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나라 역사도 잘 모르면서 굳이 타국의 역사를 살펴봐야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지리적 혹은 민족적 특수성과 같은 몇몇의 부분을 제외해보면 대개의 경우 역사의 실제 내용에는 유사성과 공통적인 부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들의 역사도 우리의 그것과 상당부분 닮아 있는 부분이 있으며 더욱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에 있다. 이 책은 프랑스가 유럽대륙의 서쪽 미지의 땅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유럽의 중심 국가로 거듭나기까지 그들이 걸어온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인문역사학적인 관점에서 다시금 새로이 바라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고대시기에 프랑스가 자리한 곳이 지리적 위치의 특수성 때문에 애초 여러 이민족들의 이전투구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고, 북쪽에서 이주한 겔트족에 의해 잠시 세력화 되었다가 이후 게르만족이 이동해 온 이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틈을 타서 그들에 의해 메로빙거 왕조가 시작되는 프랑크 왕국의 건설을 필두로 지금의 프랑스가 존재하기까지 모든 역사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고도 일목요연하게 서술되어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프랑스는 본격적인 봉건제가 성립되기 이전 가롤링거 왕조 시절 샤를마뉴에 의해 한때 독일과 이탈리아를 포함하는 대제국을 건설하기도 했지만, 그가 죽은 후 분열에 분열을 거듭한 끝에 베르덩 조약으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으며, 카페왕조가 등장하면서 정통성을 인정받아 프랑스 왕국으로의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봉건제도가 성립되어가던 이 시기에 프랑스는 왕위를 노리는 영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으며 끊임없는 대립과 반목으로 맞서게 되고, 이러한 관계는 발루아 왕조가 새로이 들어서게 되는 계기를 맞기에 이른다. 하지만 서로가 적대적이었던 두 나라간의 문제는 더욱더 악화일로에 치닫게 되고 마침내 백년전쟁의 양상으로 확대되어간다.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봉건제도는 무너지고 귀족세력의 약화로 절대왕정이 들어서게 되는데, 독자들은 책을 통해 저자의 설명에 따라 복잡다단했던 당시의 생생한 진행과정과 배경상황을 살펴볼 수 있으며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세 유럽의 변화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부분의 역사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독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것은, 신흥시민계층이 등장함으로써 봉건제도의 잔재가 사라지고 공고해 보이던 절대왕정이 무너지는 프랑스대혁명이 있었던 제1공화정에서부터 제3공화국까지의 내용인데, 우리의 조선시대와 구한말 시기와 비교해볼 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을 통해서 바라본 프랑스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그래왔듯이 번영과 몰락을 교차하며 수많은 위기와 변화를 겪어왔으며, 주변 이웃국가들과의 잦은 침략과 위협으로 때때로 어려운 국면들이 많았음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이에 관하며 말하기를 그처럼 험난한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프랑스 국민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권력을 희구하게끔 만들었으며, 로마와 독일의 문명과 맞닿아 있어 때때로 곤란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도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음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그는 프랑스는 영국과 가까운 이웃이자 동시대의 굴곡적인 역사를 함께한 국가임에도 정치제도에서부터 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과 여타의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정치사상 투쟁이 위험할 정도로 두드러졌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러한 토대의 기반은 중세부터 대학의 이성주의가 프랑스인을 이론에 열중하는 국민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기도 하다. 책의 결론부분에서 저자는 포괄적인 측면의 시각에서 프랑스의 역사가 지나온 과정은 지속적인 기적으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으며, 잔 다르크, 프랑스의 왕들, 마른 전투, 레지스탕스의 활동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프랑스 역사의 결과가 모두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흥망성쇠의 고비가 많았음에도 자신들의 언어와 문학, 건축과 예술분야에 꽃을 피웠으며 그리고 과학과 철학의 부흥에도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일구어냈다. 구한말 시대 역사가이자 문필가였던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란 아아 비아와의 투쟁이라고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여러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역사 내용을 우리와 비교해 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배웠으면 싶고, 더불어 이 책을 계기로 세계사의 시각을 한층 확대해보는 유익한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