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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오로라 ㅣ 레베카 시리즈
오사 라르손 지음, 신견식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계절을 맞이하게 되면, 여러 독자들이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싸늘함을 느끼게 하는 스릴을 담았으면서 강렬한 서스펜스가 극에 달하는 내용을 엮어낸 영화나 혹은 장르소설 하나쯤 감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만약 독자들 중에 그럴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을 선택해서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개인적으로 장르소설을 조금은 접해본지라 읽어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게 될 때면, 아무래도 유명작가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실 이 소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라 낯설기도 한데다가 그 동안 작품의 경향도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 어떤 작가일까 하는 의구심에 따른 궁금증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 자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 걸친 나름 인기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베스트셀러에 버금가는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또한 이 작품을 토대로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기까지 해서 은근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을 막상 접해보니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종교범죄와 관련하여 허망한 욕망에 사로잡힌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어 우리의 자신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하면서도, 줄거리의 흐름이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강렬해져가는 스릴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여겨진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 소설은 다소 이채롭게 느껴지는 사건 소재의 특이성과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흘러가는 플롯의 전개 그리고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의 시작은 한때 탄광도시로 유명했던 키루나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종교 지도자로 활동하던 중에 세간에 화려한 주목을 받게 된 빅토르라는 젊은 청년목사가 자신이 주관하는 교회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마치 해부를 당한 것처럼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사건의 주요등장인물이 되는 레베카는 자신이 태어나고 청춘의 시기를 보냈던 고향 키루나를 떠나 지금은 세무변호사로 일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보내던 중에, 뜻밖에도 과거 신앙생활을 함께 했던 빅토르가 타살되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빅토르의 누이이자 한때 자신의 고향친구였던 산나로부터 자신은 이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전화로 전해 듣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채 즉시 그곳으로 출발한다. 한편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주변 탐문수색 과정 중에 산나의 집에서 당시 범행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을 발견하고 빅토르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여 경찰서로 동행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산나의 급한 연락을 받고 키루나에 도착한 레베카는 어린 시절 친구로서 오래 동안 그녀를 지켜보아온 결과 성격상 결코 산나가 범행을 저지를만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적극변호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하여 받아들이기 힘든 몇 가지의 의혹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동안 빅토르와 함께 주도적으로 교회를 이끌어 왔던 다른 목사들의 지나온 행적들을 은밀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레베카는 빅토르의 죽음에 깊이 관여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인물들에게서 왜 이번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범행을 무마시키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려는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의외의 인물이 새로이 나타나면서 이후 사건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급속하게 전환되어간다.
이 작품은 종교와 연관된 하나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등장인물들을 통해 종교적 신앙을 빙자하여 가면을 쓰고 거짓으로 점철된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과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줄거리를 탐독해가면서 신선하게 비추어졌던 것은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 여성의 미묘한 인간관계의 설정이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홀로 키울 정도로 억척스럽게 보이지만 혼자서는 아무거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나타내며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내몰리게 되는 산나, 그리고 과거 빅토르와 함께했던 신앙생활에서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그로 인해 불편한 감정으로 산나와 연락을 끊고 살았으면서도 위험한 상황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레베카, 끝으로 임신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풀어가는 배테랑 강력반 여형사 안나마리아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모성애를 잃지 않으면서 사건에 연관된 공통적 당사자로 서로 필연처럼 보이는 이해관계에 놓여 있게 되는데, 험악한 사건의 흐름 가운데에서도 각자 대비되는 세 여성의 개성적인 모습들은 결국 독자들로 하여금 거칠게만 느껴질 것 같은 이 작품의 분위기를 색다른 관점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어느 나라든 범죄의 유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며, 해외에서 이미 많은 독자들의 이 작품에 상당한 호응을 보냈듯이, 장르분야를 선호하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물로 기획되어 있어서 조만간 후속 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듯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독자의 입장에서 다음 편에서 작가는 과연 어떤 사건을 토대로 인간 본성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쳐낼지, 그리고 작품을 통해 누구나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조금이나마 일깨워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