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차르 - 블라디미르 푸틴 평전
스티븐 리 마이어스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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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소련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에 서방세계의 대표가 되는 미국과 함께 이념대결을 펼치며 그에 따른 무기경쟁을 다투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을 만큼 국제사회의 질서를 이끌고 조율해왔었다. 이후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냉전체제가 끝나면서 연방이 해체되는 뼈아픈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그 존재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일부 국제정세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그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은 중국이 머지않아 러시아를 대신하여 그 활동반경을 넓혀갈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러시아가 한때 가스개발로 잠시 반짝이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장기적인 국제경제 침체로 인한 내수경기의 위축과 또한 국내 정치적 불안요소가 잠재되어 있어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스스로를 추슬러야 할 정도의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푸틴이 통치자로서 올라선 뒤로 지금까지의 러시아의 전반적인 대내외적인 정치적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며 오히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소련이 누려왔던 국제적 지위 이상으로 새로운 제국으로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향후 러시아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러시아를 진두지휘하는 푸틴의 정치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던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여 그의 실체를 상세하게 관찰해보고자 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의 정치권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싶고 아울러 간접적으로나마 러시아의 정치사회 부분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는 유용한 참고도서로 활용해보았으면 한다.


세계사 대부분의 권력 역사가 그렇듯이 정치권좌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통치과정에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 안을 살펴보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살풍경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과 관련지어 이 책의 내용은 평전의 형식으로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가 푸틴이 어떻게 정치와 연관을 맺었으며, 또한 그의 통치스타일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심층 있게 분석하고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오랜 시간동안 기자의 자격으로 러시아에 머물면서 우리가 외신뉴스로만 접해왔던 굵직한 이슈들을 취재해 왔는데 그 사실을 토대로 정치가로서 푸틴의 모습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비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이유로 독자들은 러시아가 체첸공화국과 치열하게 벌였던 전쟁의 진행상황, 러시아로부터 독립했지만 종속국이나 다름없는 우크라이나가 민주국가를 향한 외침을 보여주었던 오렌지혁명의 실상, 그 외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소치올림픽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근래 들어 크림반도 합병에 관한 것까지 푸틴을 중심으로 당시 러시아의 정세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푸틴은 충동적이고 고집이 있는 성격으로 원래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십대 시절 우연하게 KGB 첩보요원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를 보고 일찌감치 그곳에서 일하기를 소망하여 진로를 바꿔 법대로 진학해서 요원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동독에서 활발한 첩보활동을 해왔으나 독일이 통일을 이루게 되자 곧바로 옐친 정권하의 러시아로 돌아와 국내 공안활동에 치중해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정치세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본격적인 권력가로서의 길은 재선에 성공한 옐친이 건강악화를 이유로 그를 발탁하여 정부요직을 맡기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서 푸틴은 페레스트로이카 시기의 개혁 정치가로 여겨졌던 아나톨리 소프챠크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보적인 성향이 없지는 않으나,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국내 정치와 경제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가 그동안 시행한 통치의 실상을 고려해보면 법위에 군림하는 독재자에 가까운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것은 최근 몇 년간 러시아가 보여준 국제사회에서의 행보나 자국에서의 정치 현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푸틴은 대화나 타협을 우선하기 보다는 공권력이나 군사력을 동원한 강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기에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하겠다. 물론 그 기반에는 체첸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국민으로부터 얻은 두터운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결과물을 놓고 보면 그러한 통치 행위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편의 시각에서는 푸틴이 생각하고 있는 정치적인 야심은 과거 소련제국이나 중세시대 차르의 왕국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국가체제 구축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통치 행위가 지속될 때, 과연 러시아의 희망찬 미래가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점으로 다가왔던 것은 푸틴의 정치가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 그것이 긍정적이었던 부정적이었던 간에 그는 14년 동안 권좌에 있었고 앞으로 2년 후 다시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예정되어 있지만 그를 대신할 만한 차기 후보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 문제점으로 생각되는 것은 그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고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권력행위가 결국은 러시아의 정치사회적 여건을 온전하게 만들어 간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푸틴을 가리켜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성향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내는 사람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 민주주의 가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평가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동의 여부는 독자들 선택의 몫이며, 이 책을 접해본 입장에서 많은 독자들이 푸틴이라는 인물은 물론이고 그가 지휘하는 러시아의 정치현실을 직시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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