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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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도 다양한 형태의 관심을 가질만한 문학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본다. 그런데 수많은 작품들이 등장하는 가운데에서도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나 스릴러물을 선호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한편 반가우면서도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점은, 이전에는 국내에 소개된 대다수의 작품들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일부 국가의 유명 작가의 것으로 편중되어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근래 들어 유럽의 여러 나라로 점차 확장되는 것을 넘어 요즘은 기타 여러 나라들의 작품들까지 간간히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의 극히 일부 작품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거나 혹은 기대 이하의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엄선된 작품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개되는 줄거리의 배경을 통해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분위기와 함께 예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측면에서의 매혹적인 스릴감과 색다른 형태의 미스터리 요소들을 체감할 수 있어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위에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소설은 국내에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제3국이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칸 스릴러물이다. 대개 그렇듯이 이러한 작품의 경우 조금 우려되는 것은 스릴러물로서의 그 경향이나 특징을 짐작케 하는 정보가 많지 않기에 독자들의 눈에는 아무래도 조금은 낯설고 생소해서 주목의 정도가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 이 작품은 이미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로 제작되어질 만큼 해외 언론과 문단 그리고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눈여겨 볼만 하지 않나 싶다. 특히 이 소설은 연쇄살인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사건배경의 이면에 인종차별의 후유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에, 이를 통해 독자들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 그들의 정치와 사회적 문제를 폭넓은 시각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직시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 사건의 발단은 과거 한때 아프리카 부족의 전사로 용맹을 떨쳤지만 지금은 자신이 입양한 아들을 함께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토벨라가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주유소에 들렀다가 뜻하지 않은 무장 강도에 의해 사랑하던 아들을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들을 죽인 범인들이 잡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감시 소홀로 인해 이들이 탈옥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토벨라는 무고하게 죽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복수할 것을 다짐하고 곧바로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되고, 더 나아가서 아이들을 학대하고 죽였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추악한 사람들을 추적하여 응징하는 연쇄살인범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한편 그리설은 끔찍하고 흉악한 사건을 맡아 해결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오던 베테랑 강력반 형사다. 그러나 매일 같이 벌어지는 범죄를 접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하다가 결국 알코올중독자가 되어버리고 마침내는 부인을 폭행하는 등의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상부의 지시로 최근 같은 수법으로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고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르며 유유히 사라지는 미스터리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범인의 행적을 뒤쫓는데 전력을 다한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법과 공권력의 힘을 믿지 못하고 아들의 복수와 아동학대를 일삼는 몰염치한 인간을 직접 처벌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토벨라와 그런 그를 잡기 위해 술의 유혹을 참아내며 집요하게 달려드는 열혈 형사 그리설, 그리고 자신의 어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크리스틴, 이들 세 인물이 교묘하게 얽기고 설키는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이 소설은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하여 개성적인 캐릭터를 가진 세 명의 주요인물을 내세워 이들이 처한 난감한 상황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결말 지점에 이르러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장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표면적으로 잔인하고 공포적인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과격한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유사한 스릴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하는 매력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개 스릴러나 미스터리추리물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을 기반으로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사전에 장치된 여러 트릭의 요소,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의 반전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을 항해 재미와 즐거움을 전달해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러한 흥미로운 부분에 더하여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범죄사건에서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 이채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일본의 사회파 소설이 추구했던 것처럼 사건 속 줄거리 흐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가해자나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심리적 동기의 내면을 살펴본다든지 왜 그러한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포괄해서 모색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에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인종차별의 문제와 절제되지 않는 언론보도의 실태, 또한 비리로 얼룩져 허술해진 공권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비정하고 암울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우리의 일그러진 사회모습을 다시금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고, 아울러 형사 베니 시리즈로 연결되는 작가의 여타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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