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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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저 이 작품의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서, 그동안 외국의 문학작품과 관련하여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의 좋은 작품들이 국내에 꾸준히 소개되어 왔으며, 그에 따라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해오지 않았나 싶다. 반면에 중국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오랜 역사를 함께하면서 문화의 동질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유명한 고전작품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조금은 소외되어 온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작품과 올해 초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던 위화의 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내용면에서 대중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임에도 생각만큼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운 생각을 해본다. 그런 관점에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의 개인적 입장에서, 향후 여러 다양한 소재를 다룬 중국의 문학작품이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소설은 신사실주의 작가로 활동하며 이제는 명실공이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알려진 류전원의 작품으로, 이미 그의 몇몇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기도 해서 아마도 일부 독자들의 경우에 작가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작품 경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코믹하고 위트 있게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서 사회제도의 부조리와 사회주의라는 시스템 속에 펼쳐지는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의 일상을 날카롭게 파헤쳐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작품 역시도 그러한 작가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데, 사소하게 생각했던 문제가 나중에는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의 행로를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어 문학 애독자들의 눈길을 이끌 것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 이야기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리설련이 남편 진옥하를 만나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던 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부부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이 문제는 훗날 그녀의 인생을 한 순간을 뒤바뀌게 만드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당시 중국정부는 산아제한에 대한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었는데, 둘째 아이의 임신은 그 자체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었으며 이를 어겼을 시에는 상당한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리설련의 남편 수입은 일정하지도 않았고 벌금을 낼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는데, 결국 두 사람은 고심 끝에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하여 서류상으로만 이혼하는 위장이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즉시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러나 가짜이혼을 하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옥하는 다른 여인과 눈이 맞아 정식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심지어 아이까지 갖기에 이른다. 청천벽력 같은 이 소식을 들은 리설련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진옥하를 죽이려고 마음먹지만, 그보다는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법원에 가서 그전에 했던 이혼은 법을 회피하기 위한 가짜이혼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정식으로 진짜이혼 신청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재판에서 진옥하의 이혼과정은 서류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고지하며 법원은 그녀의 이혼신청에 패소를 결정한다. 억울함에 사무친 리설련은 법원의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자신의 처지를 상급법원에 항고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폭도로까지 오해를 받는 수모를 겪는다. 그로 인하여 그녀는 법원을 불신하는 계기가 되고, 이번에는 정부에 직접 호소할 작정으로 북경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그녀의 가짜이혼 사건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한 여성이 벌이는 가짜이혼 사건이 종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전개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아울러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체의 서술과 이야기 중간 중간마다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코믹적인 요소가 곁들여져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웃음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생각된다. 사실 자국 내에서 국민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류전원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해학이 느껴지는 유머와 함께 그 속내에 날카로운 현실의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작품 내용에서도 그러한 작가 특유의 성향이 잘 나타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소설은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여 년 동안을 고소를 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가련한 여인의 애틋한 일대기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사회주의체제 속에서 관료들의 부조리한 실태와, 돈 없고 힘없는 소시민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 권선징악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어른들을 위한 우화가 아닌가 싶을 만큼의 여러 의미 있는 다양한 소재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인생사를 돌아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졌던 일이 때로는 우리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지는 경우가 있게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그 진행과정에서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해주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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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르네 망조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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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르소설을 선호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사전에 많은 기대를 했던 작품이지만 막상 그 내용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재미는 고사하고라도 실망스런 느낌을 감추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저 그렇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에서 선택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어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만큼의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단연코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사실 예전에는 미스터리적인 사건을 두고 그 과정에서 장치된 트릭의 묘미와 결말부분에서의 반전이 주를 이루는 본격적인 추리물이 많이 등장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과 동시에 그러한 요소들이 점차 식상해짐에 따라, 근래 들어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감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스릴에 중점을 맞춘 작품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변화의 흐름에서 이 작품 역시 사건이 진행되는 순간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과 전율이 느껴질 만큼의 공포를 동반한 주목할 만한 스릴러물로 생각된다. 이 소설은 프랑스의 권위 있는 코냑 페스티벌에서 작년에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얻은바 있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가로서 실제 이력은 불과 2년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불어 이번 그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유로 아마 국내독자들의 입장에서 조금은 낯설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유명 영화와 드라마를 각본하고 연출한 충분한 경험을 쌓아왔고, 이번 작품은 그러한 그의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근래 보기 드믄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에 관심을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런던의 증권거래소로 파견된 주재원이 자신의 집에서 인체의 모든 장기가 없어지는 참혹한 죽음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한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즉시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유능한 프로파일러 달리아 라임스 박사를 런던으로 보내게 되고, 그녀는 이번 사건의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야드의 매케나 경감과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타의 사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의 특이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결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것은 이와 유사한 사건이 하루 전날에도 발생했으며,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들이 마치 자수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쉽게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의 취조에서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지극히 가까운 관계였기에 아무런 살해동기의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하나 같이 사건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적 망각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인해 수사는 지지부진한 답보상태에 머물게 되고 매케나 경감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날 동일한 수법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결국 혼란에 빠진 매케나 경감은 어디에 수사방향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에 대한 심한 정신적 갈등과 좌절을 겪게 된다. 하지만 사건현장에서 종교의식을 의미하는 동일한 징후의 흔적들이 있었던 점을 의식한 달리아 박사는 매케나 경감에게 기존의 수사방식과는 다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함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사건해결에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소설은 연쇄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사건해결의 종착지에 도달하기까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압도적인 긴장감과 놀라운 흡입력을 자랑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스릴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아울러서 이 작품은 장르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눈길을 이끌만한 몇 가지의 흥미적인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각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을듯하다. 이를테면 사전에 미스터리로 여겨질 만큼 치밀한 계획을 세워 같은 방식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형태와, 경찰의 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용의자의 행방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거의 완벽한 범죄의 흔적, 그리고 뜻하지 않은 곳에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존재하는 충격적인 반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 하나도 빠트릴 수 없는 장르소설의 핵심적인 흥미의 소재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을 접한 독자로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먼저 사건 전개의 과정에서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드러내어 사실성의 결여에 따른 이야기 흐름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수사를 책임지는 두 명의 인물과 관련된 개인사적인 부분도 다소 억지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공감대 형성에 조금은 장애의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여타의 작품들에 비해 강렬한 긴장감과 흥분을 안겨주는 고도의 스릴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에 어느 정도 감안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최근 여러 형태의 스릴러물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스릴러로서 긴장감과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이 소설은 역동적인 영상미를 떠올릴 만큼 서스펜스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 매혹적인 분위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러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스릴의 짜릿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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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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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매년 범죄사건을 다루는 새롭고 다양한 추리물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고, 더불어서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제법 많이 소개되고 있기에 사실 처음 접해보는 낮선 작가의 작품에 선뜻 눈길을 주는 것이 좀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기 위해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조금은 생소하면서도 그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표지제목의 특이성이 크게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야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혹시 단순히 제목에서 비롯된 호기심을 무시하고 지나쳤더라면, 아마도 이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하나의 사건에서 촉발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기대 이상으로 한껏 고조되는 스릴의 재미를 맛보는 체감의 기회를 잃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표지 제목에서 보듯 이니미니라는 말의 뜻은 여러 사람이 모여 게임을 할 때, 술래를 정하거나 편을 가르기 위한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종의 노래나 구호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낱말은 작품 속 사건전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저 의례적으로 수반되는 행위가 아닌 사실상 절체절명의 의미심장함이 내포되어 있다. 이 소설이 여타의 작품과 비교해서 유난히 돋보이면서 깊은 인상으로 남는 것은 이니미니라는 단어로 함축되어지는 범죄사건의 특이성에 있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작품 속 사건의 범죄자는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 두 명의 피해자를 가두어 놓고,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을 죽이고 홀로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것인가 하는 오로지 단 한 가지의 선택만을 강요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서 비록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성적인 인간으로부터 짐승의 본능을 시험하게 만드는 당황스런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본다면 이 작품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만족할만한 흥미의 요소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이야기는 서로가 지극히 사랑하는 사이였던 샘과 에이미가 런던의 한 공연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연히 자동차를 얻어 탔다가 누군가에 의해 돌연 납치를 당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두 사람은 오래전 폐쇄되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지고 낡은 수영장에 버려진다. 의식을 잃고 깨어난 그들은 아무런 탈출구가 없음을 사실에 망연자실하게 되고 범죄자로부터 비밀번호가 잠긴 핸드폰을 통해서 그곳에 놓여 있는 총알 하나가 장전된 권총으로 둘 중 상대를 쏘아 죽인 사람만이 그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음을 통보받는다. 결국 한모금의 마실 물도 없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점점 잃어버리게 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극한의 굶주림과 고통을 견디지 못한 에이미는 마침내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자신의 남자친구 샘을 쏘아 죽이고 그곳을 빠져나오게 된다. 한편 에이미가 실종되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극적인 수사를 펼치다가 에이미가 귀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건의 책임을 맡고 있던 수사반장 헬렌을 보낸다. 그리고 그동안 그들이 어떤 겪었으며 어떻게 탈출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정신쇠약으로 피폐해진 그녀의 증언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회사 동료였던 두 남자가 에이미의 납치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저질러진 제2의 피해자가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유사성을 띤 이러한 범죄의 양상이 또 다시 연이어 터지면서 사건의 책임을 맡은 수사반장 헬렌은 가늠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목격자도 없으며 사건해결을 풀어 줄 여타의 증거도 찾을 수 없었던 기괴한 미스터리 사건의 실마리는 의외로 예상치 못한 곳에 잠재되어 있었다.

 

이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아무래도 최고의 백미는 사건의 피해자가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 의해 계획적으로 납치되고 감금되어 사랑하는 연인이나 우정으로 뭉쳐진 같은 회사의 동료를 죽여야만 살아남게 되는 극단적인 범죄의 양상을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건 전개의 흐름에서 이 작품을 읽는 독자 자신으로 하여금 만약에 당신이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이성에 호소하여 비인간적인 면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애초 인간이 지닌 본능에 의지해 스스로를 맡겨 둘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는, 기대 이상의 이채로움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으로 본다. 작품과 관련하여 작가와의 인터뷰를 참고해보면 아마도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치열한 경쟁관계 속의 비정한 현실의 상황을 목도하고, 그러한 문제점을 작품 속에 비유적으로 현실감 있게 녹여내어 독자들에게 사회적 문제의식을 자극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또한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인간 본연의 도덕적 가치관과 연결된 주제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인상 깊은 작품으로 독자 앞에 다가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게 마련인데, 때로는 그러한 선택지 중에 선과 악이라는 경계의 모호함을 만나게 될 때 적잖은 갈등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지점에 주안점을 두어 사건을 긴장감 있게 진행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생각지 못한 의외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동원된 가독성 있는 스토리텔링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만큼의 놀라운 흡입력을 뿜어낸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기막힌 상황을 충격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장르소설의 장점을 최대한 만끽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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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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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양한 간식 먹거리들 중에서 가장 대표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라면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음식치고는 값이 비싸지 않으며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이것저것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누구나 간편하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뿐더러 거기에 더하여 맛도 있으면서 허기를 채우는데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라면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 기업에서 처음 생산되던 시기만 하더라도 우리의 주식인 쌀의 공급이 부족한 탓에 이를 대신하여 단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눈부신 경제성장의 발달로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입맛에 대한 기호가 다양화됨에 따라 라면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개발에 개발을 거듭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제품들로 변모했고 영양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품질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도 우리의 라면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주된 간식으로 자리 잡을 만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라면의 합계는 1000억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를 토대로 환산해보면 지구촌 70억의 인구가 한해 평균 15개씩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라면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몇의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음식이 아닌 세계화에 발맞추어 점차 확대되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중국에서 기원한 일본식 퓨전국수에서 시작된 라면의 탄생과정을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간식으로 성장하기까지 모든 내용을 담아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라면의 유래는 물론이고 그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만들어진 라면이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두 명의 인물을 재조명 하면서 라면의 탄생과정에서부터 그동안의 성장과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라면의 탄생은 일본이 한국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경제부흥을 발판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산업화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들의 식생활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했었는데, 빈곤했던 시대에 적은 돈으로 허기를 달래고자 하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인스턴트 라면의 발명은 대만 출신의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라는 사람이었다.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대량생산을 위한 여러 기업에 의해 많은 기술개발이 이루어졌고, 라면의 맛과 영양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인스턴트 라면의 국내 도입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서 5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지금의 삼양식품을 설립한 전종윤 사장이 일본의 모조기업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그 계기였는데, 사실 그 도입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의 묘조식품회사는 라면 생산의 기술 이전에 대한 상당한 비용을 요구했는데 삼양은 그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훗날 여담에 의하면 전종윤 사장에 대해 양심적인 경영인이라는 것에 감동한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이 저렴한 비용은 물론이고 그동안에 쌓아온 기술까지를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양식품에서 처음 라면이 출시되었을 때 국내소비자들의 반응은 결코 좋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정부에서는 쌀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혼분식을 장려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의 라면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비를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의 영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도 나오듯이 한해에 소비되는 라면의 수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무려 440억 개에 달하며 그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일본, 인도, 베트남, 미국이며 우리나라는 대략 35억 개로 7번째 나라에 해당한다. 그러나 1인당 평균 소비량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거의 2배에 가까울 만큼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고 있으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이러한 소비형태의 속내를 살펴보면 무엇이든 빠르게 하려는 우리의 사회의식이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편하고 쉬운 조리법과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면은 이제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식이자 주식을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으로 간주되고 있고, 라면을 생산하는 각 기업들이 매년 신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제품들로 넘쳐나고 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라면은 이제 일부 국가에서 선호하는 음식이 아닌 날이 갈수록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라면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TV를 켜면 예전에 비해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때의 유행처럼 여겨지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대체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열망이나 혹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라면은 6.25전쟁직후 모든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대부분의 농토가 유실되었던 탓에,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한 것과 연관이 깊다. 그러나 과거의 그와 같은 뼈아픈 고통의 현실을 기억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 라면을 사랑하는 매니아들이나 라면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라면의 역사에 대해 한번 쯤 알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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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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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미야베 미야키 작가의 작품을 한 번쯤 접해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독자들은 알고 있겠지만 그녀는 일본문학계에서 미스터리의 여왕이자 최고 인기작가로 군림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과 연관하여 최근 그녀의 새로운 작품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개인적으로 미미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마음 그지없다. 사실 미미작가는 한동안 시대소설에 몰두해왔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행복한 탐정이라는 시리즈물을 통해 다시 새롭게 현대물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 세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우연한 기회에 재벌가의 딸을 구해준 인연을 계기로 결혼까지 하게 되고 곧바로 대기업 총수인 장인의 회사에서 사보를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게 되는 스기무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이번 시리즈물은 그녀가 오래전 사회파추리작가로 활동하면서 주요 소재로 삼았던 우리 사회의 부조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어 독자의 주목을 이끈다. 이 소설은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사건 흐름에 따른 다양한 등장인물에 얽힌 사연들을 바탕으로 작품 속으로 몰입이 쉽고 가독성을 체감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읽어내려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에는 하나의 사건을 토대로 인간의 도덕적 감정이나 죄의식에 관한 부분이 상당히 부각되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사회에 도덕적해이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을 고려해 볼 때, 작품내용을 통해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이야기 속 중심인물이 되는 스기무라는 재벌가의 사위라는 주변 의식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장인의 회사에서 사보를 만드는 일을 하는 평사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사보 연재를 위해 오래전 정년퇴직으로 사장자리에서 물러나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는 직장상사를 취재하러 편집장과 함께 출장길에 나서게 된다. 성공적으로 취재를 끝마친 후에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도중에 급작스럽게 버스납치범에 의해 타고 있던 몇몇의 승객과 함께 인질로 붙잡힌다. 버스납치범은 초라한 인상을 주는 힘없는 노인이었지만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던 까닭에 스기무라를 포함해 납치된 승객들은 자칫 서투른 행동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운 공포와 맞닥트린다. 그러나 버스를 납치한 노인은 인질들을 향해 결코 해코지 할 마음은 없으며 자신이 하는 말에 협조를 해준다면 아무런 사고 없이 풀려날 것이고 사건이 종결되면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각자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 인질들을 안심시킨 노인은 곧바로 몸이 불편한 나이 많은 여성인질 한 명을 풀어주면서, 그녀로 하여금 밖으로 나가게 되면 현재의 상황을 경찰에 즉시 알릴 것을 요구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노인은 세 명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들을 찾아 사건 현장으로 데려와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요구사항이 지켜지면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인질들을 무사히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버스를 납치한 노인과 경찰과의 살벌한 대치 속에 맴도는 침묵과 긴장감도 잠시, 경찰은 버스 안으로 진압을 시도하게 되고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독자들이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국면으로 급격히 접어들게 된다.


이 소설은 미미여사가 <모방범>, <화차>, <이유>와 같은 작품들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자리매김하던 중에, 잠시 현대추리물의 출간을 접어두고 2년여의 기간 동안 시대물에 몰두를 끝내고 난 후에 발표한 첫 시리즈물이다. 이 시리즈에서의 눈에 띠는 특징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탐정이나 경찰이 등장하여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을 내세워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문제가 된 다단계에 의한 사기조작에 관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시사성이 짙은 내용을 그려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반대로 돌려보면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다단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소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범죄의 영역으로 내몰려지는 서민들의 우울한 삶을 개연성 있게 펼쳐내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편으로 애틋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접점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 소설에서 아쉽게 여겨지는 것은 사건의 발단이 되는 버스납치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그와 비례하는 공포나 긴장감이 생각보다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말부분에서도 기대이상의 반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서 최근 우리 사회에 빈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자본주의 폐해라고 할 수 있는 금전만능주의가 만연되어 있는듯해 보인다. 아울러 극도의 이기주의로 타인을 배려하려는 윤리의식이 조금은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바로 그와 같이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범죄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연약한 부분을 예리한 시각으로 다룬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도덕적 가치관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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