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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작품의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서, 그동안 외국의 문학작품과 관련하여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의 좋은 작품들이 국내에 꾸준히 소개되어 왔으며, 그에 따라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해오지 않았나 싶다. 반면에 중국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오랜 역사를 함께하면서 문화의 동질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유명한 고전작품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조금은 소외되어 온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작품과 올해 초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던 위화의 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내용면에서 대중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임에도 생각만큼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운 생각을 해본다. 그런 관점에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의 개인적 입장에서, 향후 여러 다양한 소재를 다룬 중국의 문학작품이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소설은 신사실주의 작가로 활동하며 이제는 명실공이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알려진 류전원의 작품으로, 이미 그의 몇몇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기도 해서 아마도 일부 독자들의 경우에 작가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작품 경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코믹하고 위트 있게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서 사회제도의 부조리와 사회주의라는 시스템 속에 펼쳐지는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의 일상을 날카롭게 파헤쳐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작품 역시도 그러한 작가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데, 사소하게 생각했던 문제가 나중에는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의 행로를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어 문학 애독자들의 눈길을 이끌 것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 이야기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리설련이 남편 진옥하를 만나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던 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부부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이 문제는 훗날 그녀의 인생을 한 순간을 뒤바뀌게 만드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당시 중국정부는 산아제한에 대한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었는데, 둘째 아이의 임신은 그 자체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었으며 이를 어겼을 시에는 상당한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리설련의 남편 수입은 일정하지도 않았고 벌금을 낼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는데, 결국 두 사람은 고심 끝에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하여 서류상으로만 이혼하는 위장이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즉시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러나 가짜이혼을 하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옥하는 다른 여인과 눈이 맞아 정식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심지어 아이까지 갖기에 이른다. 청천벽력 같은 이 소식을 들은 리설련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진옥하를 죽이려고 마음먹지만, 그보다는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법원에 가서 그전에 했던 이혼은 법을 회피하기 위한 가짜이혼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정식으로 진짜이혼 신청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재판에서 진옥하의 이혼과정은 서류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고지하며 법원은 그녀의 이혼신청에 패소를 결정한다. 억울함에 사무친 리설련은 법원의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자신의 처지를 상급법원에 항고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폭도로까지 오해를 받는 수모를 겪는다. 그로 인하여 그녀는 법원을 불신하는 계기가 되고, 이번에는 정부에 직접 호소할 작정으로 북경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그녀의 가짜이혼 사건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한 여성이 벌이는 가짜이혼 사건이 종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전개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아울러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체의 서술과 이야기 중간 중간마다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코믹적인 요소가 곁들여져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웃음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생각된다. 사실 자국 내에서 국민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류전원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해학이 느껴지는 유머와 함께 그 속내에 날카로운 현실의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작품 내용에서도 그러한 작가 특유의 성향이 잘 나타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소설은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여 년 동안을 고소를 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가련한 여인의 애틋한 일대기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사회주의체제 속에서 관료들의 부조리한 실태와, 돈 없고 힘없는 소시민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 권선징악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어른들을 위한 우화가 아닌가 싶을 만큼의 여러 의미 있는 다양한 소재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인생사를 돌아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졌던 일이 때로는 우리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지는 경우가 있게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그 진행과정에서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해주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