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의 다양한 간식 먹거리들 중에서 가장 대표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라면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음식치고는 값이 비싸지 않으며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이것저것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누구나 간편하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뿐더러 거기에 더하여 맛도 있으면서 허기를 채우는데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라면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 기업에서 처음 생산되던 시기만 하더라도 우리의 주식인 쌀의 공급이 부족한 탓에 이를 대신하여 단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눈부신 경제성장의 발달로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입맛에 대한 기호가 다양화됨에 따라 라면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개발에 개발을 거듭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제품들로 변모했고 영양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품질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도 우리의 라면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주된 간식으로 자리 잡을 만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라면의 합계는 1000억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를 토대로 환산해보면 지구촌 70억의 인구가 한해 평균 15개씩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라면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몇의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음식이 아닌 세계화에 발맞추어 점차 확대되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중국에서 기원한 일본식 퓨전국수에서 시작된 라면의 탄생과정을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간식으로 성장하기까지 모든 내용을 담아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라면의 유래는 물론이고 그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만들어진 라면이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두 명의 인물을 재조명 하면서 라면의 탄생과정에서부터 그동안의 성장과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라면의 탄생은 일본이 한국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경제부흥을 발판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산업화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들의 식생활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했었는데, 빈곤했던 시대에 적은 돈으로 허기를 달래고자 하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인스턴트 라면의 발명은 대만 출신의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라는 사람이었다.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대량생산을 위한 여러 기업에 의해 많은 기술개발이 이루어졌고, 라면의 맛과 영양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인스턴트 라면의 국내 도입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서 5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지금의 삼양식품을 설립한 전종윤 사장이 일본의 모조기업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그 계기였는데, 사실 그 도입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의 묘조식품회사는 라면 생산의 기술 이전에 대한 상당한 비용을 요구했는데 삼양은 그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훗날 여담에 의하면 전종윤 사장에 대해 양심적인 경영인이라는 것에 감동한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이 저렴한 비용은 물론이고 그동안에 쌓아온 기술까지를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양식품에서 처음 라면이 출시되었을 때 국내소비자들의 반응은 결코 좋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정부에서는 쌀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혼분식을 장려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의 라면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비를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의 영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도 나오듯이 한해에 소비되는 라면의 수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무려 440억 개에 달하며 그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일본, 인도, 베트남, 미국이며 우리나라는 대략 35억 개로 7번째 나라에 해당한다. 그러나 1인당 평균 소비량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거의 2배에 가까울 만큼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고 있으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이러한 소비형태의 속내를 살펴보면 무엇이든 빠르게 하려는 우리의 사회의식이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편하고 쉬운 조리법과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면은 이제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식이자 주식을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으로 간주되고 있고, 라면을 생산하는 각 기업들이 매년 신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제품들로 넘쳐나고 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라면은 이제 일부 국가에서 선호하는 음식이 아닌 날이 갈수록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라면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TV를 켜면 예전에 비해 음식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때의 유행처럼 여겨지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대체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열망이나 혹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라면은 6.25전쟁직후 모든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대부분의 농토가 유실되었던 탓에,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한 것과 연관이 깊다. 그러나 과거의 그와 같은 뼈아픈 고통의 현실을 기억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 라면을 사랑하는 매니아들이나 라면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라면의 역사에 대해 한번 쯤 알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