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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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어느 유명인의 자서전이나 회고록 또는 일대기를 다룬 평전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 원인의 기저에는 본받을 만한 인물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 보다는 그러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과연 얼마만큼 객관적 것일까 하는 일종의 의구심에서 비롯된 선입견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 이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의 인생 내력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진지한 접근이 아닌, 과연 인기 있는 배우의 삶은 과연 어떠할까 라는 시사적인 호기심의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몇몇의 유명 연예인에 대해서 나름대로 호감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팬을 자처할 만큼의 덕후의 기질도 없는데다가 그러한 주관적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중국의 성룡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인지해 왔던 것은, 단지 스크린을 통해서 그가 펼치는 코믹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장면을 흥미롭게 대해왔던 스타의 한사람으로만 받아들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그의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가득 담은 이 책의 내용을 탐독한 후에, 두 가지 면에서 그의 새로운 모습이 있음을 알게 된듯하다. 한 가지는 그가 오늘날 세계적인 배우로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땀과 노력을 통해 자수성가를 이룬 인물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젊은 시기에 부와 인기를 얻으면서 한때 일탈적인 방탕한 생활에 빠졌지만, 스스로의 깨우침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가난과 고통의 굴레에 갇혀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의식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13년 개봉되었던 영화 차이니스 조디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룡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저자가 작년까지 3년 동안 그를 직접 수행하면서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을 엮어 자서전 형식으로 집필했다. 사실 그의 본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성룡이 아니다. 그를 스타로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권유로 이름을 개명했는데, 흥행에 실패할 경우 거창한 의미를 담은 자신의 예명이 남들에게 행여 놀림감이 될 것을 염려하여 처음에는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책의 대부분에 내용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단했던 인생을 길을 걸어오면서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던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지만, 중간 중간에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룡이라는 배우의 본래 모습을 비교적 객관화하여 그의 사람됨을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책 속의 드러난 일부의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그는 학교에 가는 자체를 거부할 정도로 공부에 취미가 없었으며, 결국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버지에 의해 희극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홍금보, 원표와의 친밀한 우정의 관계의 시작도 바로 그곳에서부터였다고 한다. 또한 당시 학원에서의 의무적인 기숙생활은 폐쇄적이고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었기에 그에게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영화 속에서 위험한 스턴트 연기를 펼치며 무술배우와 무술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무명시절 그는 하루에 고작 5달러를 받는 엑스트라로 전전하다가 영화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를 눈여겨 본 무술감독의 도움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후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던 사형도수, 취권, 소권괴초에 이르는 세 편의 영화가 연속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일약 대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책은 이외에도 일반에게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이채롭고 흥미로운 여러 에피소드와 아울러 인생의 노년을 가치 있는 삶으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속내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에서 명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영국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은 휴머니스트적인 인도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은퇴 후에도 기아에 허덕이며 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봉사하는 삶을 보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고 존경을 표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배우로서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많지만, 그러한 공인의 자리에서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드높인 배우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룡은 배우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와중에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한때 불미스런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뒤늦게 이를 깨닫고 인생의 노후를 맞아 사회문화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봉사하는 헌신의 나날을 보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철이 든다는 말은, 어떠한 상황이라도 이치에 맞추어 사리분별을 할 줄 알며 그에 알맞은 적정한 행동으로 도의적으로 의젓하게 대처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어의 해석적인 내용만을 얼핏 생각하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중국의 사상가이자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공자가 나이 70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고려하면 결코 쉽게 받아들여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도 스스로 자기의 것을 내놓으며 겸양적인 자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는 세계적인 배우라는 명성과 부에 안주하지 않고 가진 것 없으며 불행한 처지의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삶의 철학을 실천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그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고 교훈적 가치로 삼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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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절대 지식 : Big Ideas - 세상을 바꾼 200가지 위대한 생각
이언 크로프턴 지음, 정지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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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날이 갈수록 변모해가는 놀라운 정보통신의 기술과 컴퓨터의 처리능력의 향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언제어디서나 손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새로운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개개인은 다른 어느 때보다 지적향상을 위한 더 없이 좋은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고, 각자의 소신에 따라서 관심 있는 분야의 폭넓은 지식확대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자기계발에 필요한 부분을 무리 없이 채워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정보의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어떤 위대한 사상가나 명망 있는 학자들에게서 축적된 경험이나 지식에 관한 매우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는가를 질문한다면 이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듯하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통설로 받아들여졌던 어떤 사상이나 이론에 관한 주제에 대한 개념들이 여러 언론매체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될 때에, 본래의 의미나 개념과는 다른 내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기도 한다. 일례로 오래전부터 최근에 이르러 각종 소셜커뮤니티에 등장하는 말 중에 좌파, 우파, 중도 혹은 진보, 보수라는 단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정작 그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했고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이해는 고사하고라도 오히려 곡해된 채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해서 다소 우려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현재까지 자주 인용되거나 언급되는 여러 학문 속의 사상이나 주제들의 개념을 간략하고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교양인으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는 유용한 도서라고 여겨진다.


책 속의 내용과 관련하여 이 책을 한 마디로 규정하여 본다면 철학과 과학을 포함한 모두 8개의 학문 분야에 걸쳐 우리가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겉으로 한두 번쯤은 눈으로 접해왔던 200여개의 핵심적인 개념들을 선별하여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명료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교양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책의 서술형태로 볼 때,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삽화나 사진이 곁들여져 있기도 해서 일종의 마치 축소된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 어디선가 보아왔던 주제였거나 익히 들어왔던 단어임에도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애매모호함을 느낄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은 바로 그 해결의 열쇠를 독자들에게 제공해 주는데 충실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학문분야별로 책의 각 장마다 소개되는 상당한 카테고리의 주제에 대해서 알기 쉽게 개요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 범주에 속하는 핵심적인 단어들에 관해서는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와 뜻을 가급적 정확하게 규정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이전에 단지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던 다양한 지식들이 객관화되어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며, 향후 깊이 있는 독서나 토론을 마주하게 될 때에도 이해의 폭을 확대하거나 적절한 용어를 구사함에 있어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분야 이외에도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거나 혹은 접근이 쉽지 않았던 여타 학문의 전반적인 부분까지를 개괄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볼만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높은 지능과 이성을 지닌 존재이다. 한편으로 이를 바탕삼아 지적탐구에 대한 무한한 열망과 도전의식을 잠재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에게 이러한 특별한 부분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이나 합리적인 사회구조를 형성하기까지의 여러 복잡한 과정들은 무척이나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발달에 의해 우리는 세계적 위인들이 남겨놓은 가치 있는 사상이나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업적을 이루어 놓은 석학들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의 결집된 사상이나 방대한 내용을 담은 학문 앞에 마주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스스로에게 내면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방법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우리가 목적을 가지고 지향하고자 하는 학문적 기치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듯하다. 설사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개인적 가치관의 확립이나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교양서로서의 역할로도 충분하다 하겠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인생이란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며, 그 배움에서의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욕구나 의지가 충만하지 못할 때에 보다 어른스럽고 성숙한 삶의 완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요즘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하는 일방적인 자기계발에 관한 도서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음을 본다. 물론 이러한 종류의 책이 우리에게 따끔한 충고와 교훈의 도구로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그보다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충분하리만큼의 교양적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따라서 이 책과 함께 많은 독자들이 자신만의 지적성장을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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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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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생태계를 가리켜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돌이켜보면 고귀한 하나의 생명체가 또 다른 생명체를 포식해야 하는 일종의 먹이사슬의 관계를 이루어 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잔인함과 냉혹함이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존의 본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몇몇 동물이 가축으로 인식되기 이전의 초기의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인간에게 있어 육식의 필요성은 식량문제와 관련하여서도 그렇고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 간주되어왔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농무성의 축산 육류시장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육류소비량은 향후 10년 동안 대략 2%가량의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1인당 평균 육류소비량을 살펴보면 지난 30년 사이에 4배가량 증가했다고 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좀처럼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육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축산기업들은 효율성과 생산성확대라는 명목으로 밀실사육과 같은 집약적 축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가축의 질병발생과 폐사율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항생제를 과다투여 하는 등의 동물학대나 다름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을 두고 사회의 일각에서는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인간의 문명 발전과 함께 공존의 관계를 구축하며 동반자 역할을 해왔던 여러 동물들의 지나온 발자취를 추적해보고, 이들을 향한 우리 인식 변화의 전환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 속에는 지금까지 유사 이래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며 공존의 삶을 펼쳐온 소와 말을 포함한 기타 여덟 동물에 관하여 이를 심도 있게 고찰함과 동시에 상세한 설명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먼저 이 책 저자의 분석내용에 따르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은 인간에 비해 하등하며 그리하여 복속되어야 하는 존재의 인식론이 대두되었던 계기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널리 퍼지면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행위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이후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학대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 개체의 경우에는 미신이나 오해 혹은 편협한 인식으로 말미암아 멸종의 위기에까지 처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고대사회의 역사사료나 유적지의 흔적을 살펴보면 대개 이들 동물들은 인간에 의한 복속이나 학대가 아닌 필요에 의해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왔으며 일상의 동반자로서 함께해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농경시대의 소는 밭의 경작을 돕는 것 외에도 우유나 치즈를 제공해주는 식량의 수급과 또한 사유재산으로써 부의 지표가 되었을 만큼 소중하게 보호되어왔다. 개나 늑대의 경우에는 인간의 사냥을 도와주는 유용한 동물이었으며 특히 사막지역 유목민에게서 당나귀나 낙타는 단순히 짐을 운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륙과 대륙을 이어주는 문명의 가교역할에 중요한 축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인간과 가축의 관계는 중세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비교적 상생의 원만한 상태로 유지되어갔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진행된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식량증대의 일환으로 일반가축들의 도살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타의 동물들도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오늘날까지 임의대로 취급되는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의 내용에 관하여 역사를 규정하고 변화시켜온 동물과 인간 사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에 관한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과 동물의 유기적인 협력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변모시켜왔는지에 대한 그 실질적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인류의 오랜 선조들은 생존을 위한 포식자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다른 동물에 포식을 당하는 하나의 개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동물들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엄청난 양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생활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되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점차 사회적 동물이 되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강한 욕구가 발휘되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초점을 두어 이 책은 인간이 동물을 향한 단순한 적대적 관계에서 탈피하여 공존의 방향으로 이행되던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복잡 미묘하게 진행되어왔던 여러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덟 동물들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인류 문명의 발전에 한 몫을 담당해왔음을 살펴볼 수 있는데, 독자들은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아왔던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파생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여 요즘 우리 사회 저변에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듯하다. 같은 시각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볼 것은, 그동안 우리가 동물들을 향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양심에 어긋나는 위배된 행위를 해왔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되돌아보았으면 싶고, 인간의 도덕적 의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오늘날 동물에게 처해진 비극적 환경을 다시금 재고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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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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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여러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위기에 노출될 때면 더러 삶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방황을 일삼거나 감정의 기운을 이기지 못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읽을 만한 문학작품을 하나 골라서 탐독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문학 속에 펼쳐져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의 흐름에 동화되거나 혹은 닮고 싶은 개성 있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통해 때로 삶의 의미를 잃고 흔들리고 번민하는 우리 자신에게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가치관을 부여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문학은 지치고 메마른 영혼에 흡족할 만큼의 위안을 제공하여 재도약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해에도 수많은 문학작품이 등장하고 있기에 그와 같이 만족할만한 가치가 내포된 하나의 작품을 찾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바로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처음 접하는 작가여서 이에 대한 기대치를 갖기 보다는 이 소설이 일본의 대표적인 대중문학상으로 알려진 나오키상의 수상작이라는 점과, 작품의 표지제목인 사라바라는 단어가 주는 궁금증이 크게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이후 들었던 생각은, 작품 내용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만들면서도 혹시 잊고 지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애에 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래서 문학에 관심이 있는 그 누구라도 한번쯤 정독했으면 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작품 속 주인공 아유무는 대기업의 해외근무를 하는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가족과 함께 이란과 이집트라는 낯선 타국에 머물면서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유하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런 그에게는 다카코라는 누나가 있었는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엄마와 부딪치며 문제를 일으키고, 또한 학교에서도 급우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이상한 행동을 일삼으며 등교를 거부하는 등의 비교적 원활하지 못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신은 누나처럼 되기 싫어하는 까닭으로 가급적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이며 수동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일본에서 아버지 앞으로 날아온 편지 한 통이 문제가 되어 그로 인해 결국 부모가 이혼하는 뜻밖의 사건을 겪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온 아유무는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음에도 타고난 미남형의 외모와 어떤 상황에도 적응을 잘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며 친구와 주위사람들에게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만이 행복만을 갈구하는 어머니의 일탈된 행동과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누나의 기이한 모습에 실망을 넘어 증오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흘러 그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아무런 목표의식도 없이 여러 여자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게 되고, 향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면서 점차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어둠의 끝자락으로 내달리던 그는 한때 멸시의 대상이었던 누나가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에 알고 뒤늦게 해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조언을 듣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작년 한해 일본의 서점가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키며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고수할 정도로 많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사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반의 흐름까지의 줄거리 전개는 별다른 인상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이 마치 지나온 인생의 에피소드를 회고하는 평범한 에세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결말부분의 들어서면 어떻게 이 소설이 일본의 많은 독자들에 아낌없는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지를 체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이지 못하는 어머니와 누나가 불편한 관계, 다시 말해 기행과 말썽을 일삼는 누나와, 생각지 못했던 급작스런 이혼 이후로 자신의 행복만을 찾는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어머니의 모습에 실망한 나머지 경직되고 이중적인 감정의 소유자가 되어 자신의 삶에 애착을 잃어버리는 한 인간이 자기애의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사연을 담아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는 때로 타인의 눈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심지어 자기 현실을 부정하는 정체성에 빠지고는 한다. 더불어 오늘 우리가 마주한 사회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에 따라 각박해지는 세태로 변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자존감의 형성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 스스로에게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인간관계의 회복에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여러 독자들이 나름대로의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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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
스콧 라이트 지음, 옥타비오 듀란 사진, 김근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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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오스카 로메로 신부의 일대기를 담아낸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면서 관객들로부터 한동안 적잖은 주목을 받았었다. 아마 영화를 감상했던 독자들이라면 군인들이 총으로 통행을 가로막는 위협에도 결코 의연함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서있는 로메로 역을 맡은 배우의 인상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서 사회정의를 호소하던 그의 참 모습을 알고 있는 비종교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스카 로메로! 그는 산살바도르의 대주교로서 미사를 집전하던 도중에 뜻하지 암살을 당하면서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던 인물이다. 그는 살아생전 냉혹했던 군사독재 정권의 불의에 비폭력투쟁으로 몸소 항거했으며,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과 기득권층들로부터 노동의 착취와 억압을 받아야 했던 대다수의 민중들의 인권해방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왔다. 그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남미전역에서는 그동안 그가 행해왔던 거룩하고 숭고한 발자취를 근거로 삼아 성인으로 추앙해왔으며 한편으로 해방신학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그리고 작년 5월에 그의 죽음을 두고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것이라는 일부 왜곡된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이 거행되었다. 이 책은 가장 낮은 이들의 대변자로서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만들어준 로메로 대주교의 일생을 다룬 평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순교의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겨보고 또한 점점 각박해지고 건조해지는 우리의 사회에 더불어 살아가려는 이타적인 삶을 도모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오스카 로메로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직자로 알려져 있으며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차 그가 예언자이며 순교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풍족함이나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가난한 서민층의 자녀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을 거치는 동안 부모세대로부터 청빈과 금욕적인 삶을 교육받으며 자랐다. 특히 그는 심각한 질병을 앓으면서 몸이 병약했는데 그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어서 지역가정교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초등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가 학업보다는 일을 배우기를 원했기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목수의 도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 시기에 성당에 다니면서 신학도의 꿈을 가지게 되면서 당시 예수회가 운영하는 산살바도르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신학교 시절 그와 함께했던 친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로메로는 신앙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규범을 철저히 지키면서 과묵하고 조금은 수줍음을 타는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신부가 된 뒤에도 그는 교회활동과 유사한 모임은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교구도 없었고 심지어 성직자 모임에 나가는 것을 꺼려왔는데, 특히 정치개혁이나 인권향상을 모토로 급진적인 성향을 띠고 활동하는 동료 사제들과 마주치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엘살바도르는 독재정권이 유지되고 있었고 정부에 의해 노동자가 학살당하는 여러 사건이 벌어졌었는데, 그는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시시때때로 신앙적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교회가 이런 사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정부를 옹호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들로부터 비판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면 오스카 로메로가 암살당하기 이전의 여러 행적을 두고 개혁성향의 변화를 추구하는 해방신학의 직접적인 관련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이상을 실천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가톨릭 안에서도 보수적 경향이 강한 오푸스데이의 회원이다. 그런 보수적인 종교인의 모습에서 순교자로 탈바꿈의 계기가 된 것은, 자신과 가까운 사이였던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가 사전에 계획된 암살을 당하는 사건을 접하면서였다. 이후 그는 그와 같은 불의의 사건이 마침내 교회 전체를 충격에 빠트렸고 정부의 과잉폭력을 비난하는 전국적 시위를 촉발하게 했다는 점과 무엇보다 전례 없는 신성모독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정부가 주최하는 어떤 공식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로메로는 진실이 없다면 정의도 없다고 생각했고, 매주 강론과 교서를 통해 엘살바도르의 정치적 혼란을 비판하며 하느님의 말씀과 사회교리를 올바로 알리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를 신뢰하던 대중들은 환호했고 위기를 느낀 독재정권은 사회의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마련하여 그와 대화를 시도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제로 민중들을 향한 정부의 폭압의 행태는 더욱 교묘하게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로메로는 스스로가 사제로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해 행동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끊임없는 비방과 살해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독재정권의 만행을 규탄하는데 앞장선다. 그리고 교회가 힘없는 노동자와 그리고 가난한 노인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목적인 도구가 되기를 염원했다. 결국 이런 실천적 행동으로 그의 순교는 종교인뿐만 아니라 비종교인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런 연유에서 이 책으로 인해 많은 독자들이 종교와 신앙의 본질을 깨닫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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