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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어느 유명인의 자서전이나 회고록 또는 일대기를 다룬 평전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 원인의 기저에는 본받을 만한 인물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 보다는 그러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과연 얼마만큼 객관적 것일까 하는 일종의 의구심에서 비롯된 선입견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 이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의 인생 내력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진지한 접근이 아닌, 과연 인기 있는 배우의 삶은 과연 어떠할까 라는 시사적인 호기심의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몇몇의 유명 연예인에 대해서 나름대로 호감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팬을 자처할 만큼의 덕후의 기질도 없는데다가 그러한 주관적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중국의 성룡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인지해 왔던 것은, 단지 스크린을 통해서 그가 펼치는 코믹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장면을 흥미롭게 대해왔던 스타의 한사람으로만 받아들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그의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가득 담은 이 책의 내용을 탐독한 후에, 두 가지 면에서 그의 새로운 모습이 있음을 알게 된듯하다. 한 가지는 그가 오늘날 세계적인 배우로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땀과 노력을 통해 자수성가를 이룬 인물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젊은 시기에 부와 인기를 얻으면서 한때 일탈적인 방탕한 생활에 빠졌지만, 스스로의 깨우침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가난과 고통의 굴레에 갇혀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의식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13년 개봉되었던 영화 차이니스 조디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룡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저자가 작년까지 3년 동안 그를 직접 수행하면서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을 엮어 자서전 형식으로 집필했다. 사실 그의 본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성룡이 아니다. 그를 스타로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권유로 이름을 개명했는데, 흥행에 실패할 경우 거창한 의미를 담은 자신의 예명이 남들에게 행여 놀림감이 될 것을 염려하여 처음에는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책의 대부분에 내용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단했던 인생을 길을 걸어오면서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던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지만, 중간 중간에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룡이라는 배우의 본래 모습을 비교적 객관화하여 그의 사람됨을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책 속의 드러난 일부의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그는 학교에 가는 자체를 거부할 정도로 공부에 취미가 없었으며, 결국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버지에 의해 희극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홍금보, 원표와의 친밀한 우정의 관계의 시작도 바로 그곳에서부터였다고 한다. 또한 당시 학원에서의 의무적인 기숙생활은 폐쇄적이고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었기에 그에게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영화 속에서 위험한 스턴트 연기를 펼치며 무술배우와 무술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무명시절 그는 하루에 고작 5달러를 받는 엑스트라로 전전하다가 영화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를 눈여겨 본 무술감독의 도움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후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던 사형도수, 취권, 소권괴초에 이르는 세 편의 영화가 연속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일약 대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책은 이외에도 일반에게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이채롭고 흥미로운 여러 에피소드와 아울러 인생의 노년을 가치 있는 삶으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속내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에서 명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영국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은 휴머니스트적인 인도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은퇴 후에도 기아에 허덕이며 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봉사하는 삶을 보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고 존경을 표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배우로서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많지만, 그러한 공인의 자리에서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드높인 배우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룡은 배우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와중에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한때 불미스런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뒤늦게 이를 깨닫고 인생의 노후를 맞아 사회문화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봉사하는 헌신의 나날을 보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철이 든다는 말은, 어떠한 상황이라도 이치에 맞추어 사리분별을 할 줄 알며 그에 알맞은 적정한 행동으로 도의적으로 의젓하게 대처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어의 해석적인 내용만을 얼핏 생각하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중국의 사상가이자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공자가 나이 70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고려하면 결코 쉽게 받아들여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도 스스로 자기의 것을 내놓으며 겸양적인 자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는 세계적인 배우라는 명성과 부에 안주하지 않고 가진 것 없으며 불행한 처지의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삶의 철학을 실천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그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고 교훈적 가치로 삼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